목수들이 현장에서 나무를 치목할 때면 반드시 십반먹이라는 걸 그린다. 목재의 양쪽 면을 열 십자로 그린 후 서로 연결하여 먹을 치는데 이것이 끝나야 치목작업이 끝나게 되어있다. 특히 기둥의 경우는 이 작업이 매우 중요하다. 기둥이 수직으로 서고 보나 도리가 위에서 정확히 수평을 이루기 위해서 그렇고 가로와 세로의 칸(間)의 치수를 정확히 맞추기 위해서도 십반먹은 필수적인 것이다.
집을 짓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하는 작업은 땅의 기초를 다지는 일일텐데 이 기초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기초 위에 주춧돌을 놓는 작업은 반드시 목수들의 몫이다. 칸사이를 가로와 세로로 정하고 전체적으로 정확한 수평을 잡는 작업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어서 주춧돌을 놓는 일은 필수적으로 목수들이 해야 하는 것이다.
주춧돌은 당연히 기둥의 숫자만큼 놓게 되는데 이 때 또 필수적인 것은 주춧돌에도 십반먹을 쳐야한다. 그리하여 기둥을 세울 때 기둥의 십반먹과 주춧돌의 십반먹이 일치되도록 하고 기둥이 수직을 이루도록 세워야 하는 것이다. 현장에서 수 십개의 기둥을 세울 때 주춧돌과 기둥의 십반먹이 서로 일치되고 수직이 되도록 하는 것은 매우 까다로운 작업이어서 "어림 반 푼도 없다"라는 말은 여기에서 나왔다고 한다. 반 푼, 말하자면 1.5mm의 오차 이상은 허용할 수 없다는 뜻인 것이다.
만약 주춧돌과 기둥의 십반먹이 서로 틀리게 될 경우, 칸사이는 물론 수직으로 서야 할 기둥이 기운다거나 수평으로 누워있어야 할 보나 도리가 어긋나기가 쉽상이다. 예를 들어 기둥 하나가 주춧돌과 십반먹이 맞지 않을 경우에 옆 기둥에 영향을 주기 쉽고 연쇄적으로 틀어져 집 전체가 기운다거나 칸사이가 맞지 않아 어설픈 모양의 짜임새가 된다. 이것이 바로 십반먹이 갖고 있는 깊은 속셈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SBS U포터에도 송고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