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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국보 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 효형출판
책 <손 안의 박물관>에서 첫눈에 들어온 것이 있다. '반가사유상', 바로 '반가사유상의 미소'다. 책에는 국보 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과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보여준다. 생각에 잠겨 있으되 고뇌하는 모습이라기보다는 무언가 확실히 깨달은 듯 안온한 모습에 어찌 감흥하지 않을 수 있으랴.

우리 문화유산에 나타난 한국 최고의 미소는 단연 국보 78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6세기 후반 삼국시대). 이 불상은 일반적으로 금동반가사유상으로 불리는데, 반가사유는 ‘한쪽 다리를 올려놓고(半跏) 무언가를 생각한다(思惟)’는 뜻이다. (중략) 얼굴의 미소가 역시 압권이다. 원만하고 결 고운 얼굴선을 타고 눈매와 입가로 번져가는 고요하고 그윽한 미소.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진리와 영생을 깨우친 깨달음의 미소. 인간사의 번잡함을 초월한, 선악ㆍ미추ㆍ애증을 넘어선 영원의 미소. 바로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신비의 미소다. (27~28쪽)

이광표의 <손 안의 박물관>.
이광표의 <손 안의 박물관>. ⓒ 효형출판
이 책은 우리가 잘못 알고 있는 상식을 바로잡아 주기도 한다. '도깨비기와'가 아니라 '귀면(鬼面)기와'라고 한다. 이와 더불어 우리 고유의 도깨비 모습을 추정해 주기도 한다. 즉 우리 도깨비는 상머슴 같고, 씨름을 좋아하며, 여자를 좋아한다고 한다. 지극히 인간적인 도깨비가 우리 도깨비라는 것이다.

이제 뿔 달린 도깨비는 우리나라 도깨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귀면와를 도깨비기와로 부르는 무책임한 관례도 하루 빨리 사라져야 한다. (160쪽)

또 김홍도를 '풍속화가'로만 바라보는 것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 이광표는 김홍도를 풍속화가로만 규정할 수 없는 세 가지 이유를 제시한다. ▲ 김홍도의 풍속화는 주로 초기작으로 그의 전체 작품 중 극히 일부라는 것 ▲ 김홍도의 풍속화가 뛰어나긴 하지만 그것을 능가하는 다른 그림들(산수화ㆍ화조도ㆍ영모도ㆍ신선도ㆍ불화 등)도 많다는 것 ▲ '씨름', '서당' 등 낯익은 풍속화들이 들어있는 <풍속화첩>의 그림 일부가 과연 단원의 것인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는 것 등등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김홍도의 풍속화 이외의 그림들도 여럿 소개해 주고 있어 <손 안의 박물관>은 흥미롭다. 말하자면 뜻밖의 참신한 교양정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서평자 개인적으로는 책에 옮겨 놓고 있는 김홍도의 그림 다섯 편 중에 '소림명월도'를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김홍도의 '소림명월도'.
김홍도의 '소림명월도'.
화가로서 단원의 면모는 52세 원숙기에 그린 <단원절세보첩>(일명 병진년화첩)에 잘 드러난다. 화조산수도로 구성된 이 화첩은 여백을 구사하는 넉넉함, 특유의 깊이 있는 공간 감각, 넘쳐흐르는 시정(詩情), 투명하고 그윽한 분위기 등 단원 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걸작 중의 걸작이다. (247쪽)

윤두서의 자화상 이야기도 흥미로움을 더한다. 대뜸 육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에는 두 귀와 목과 상체가 없다. 심지어 공포감을 주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은 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저자는 두 사람의 미술사학자 즉 오주석 교수와 이태호 교수의 서로 상반되는 견해를 빌려오기도 하고 가장 최근의 과학적인 연구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들(국립중앙박물관의 천주연, 유혜선, 박학수, 이수미)은 현미경 검사, X선 투과 촬영, 적외선 촬영, X선 형광분석법 등 다양한 분석을 시도했다. 그 결과, 도포의 옷깃과 주름선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조선사료집진속>에는 옷깃과 주름이 선으로만 나타났는데, 이번에는 옷 선 주위로 어두운 느낌을 주는 훈염(薰染) 표현까지 드러났다. (중략) 흥미롭고 놀라운 발견은 또 있다. 붉은 선으로 귀가 그려져있다는 사실. (중략) 네 명의 연구자들은 귀를 표현하고자 한 윤두서의 의지가 명확했음을 확인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258~259쪽)

북한의 유적도 돌아보고 있다. 북한의 국보 1호는 무엇일까? 바로 '평양성'(6세기 중반)이다. 19세기 평양 시가를 그려놓은 <평양관부도>가 한눈에 들어온다. 동문 대동문(大同門), 서문 보통문(普通門), 남문 정양문(正陽門), 북문 칠성문(七星門)을 확인할 수 있다.

평양성은 내성, 외성, 중성, 북성으로 구성된다. 내성은 궁궐이 있던 궁성 지역, 중성은 관청이 있던 지역, 외성은 일반 백성들이 살던 지역이고, 북성은 내성을 보호하기 위한 지역이었다. 내성ㆍ외성ㆍ중성은 모두 고구려 때 축조됐고 북성만 18세기 조선시대에 세워졌다. (193쪽)

우리 문화재의 진면목을 알면 그만큼 흥미도 커져가고 관심과 애정도 높아질 것이다. 찾게 되고 지키게 되며 알리게 될 것이다. 문화재도 알아야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다. 이광표의 <손 안의 박물관>은 우리 문화재에 흥미를 갖고 다가가게 하는 책이다.

덧붙이는 글 | * 지은이: 이광표 / 펴낸날: 2006년 11월 8일 / 펴낸곳: 효형출판 / 책값: 1만 2000원


손 안의 박물관 - 처음 만나는 문화재 책

이광표 지음, 효형출판(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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