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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걸식스에는 기존에 많이 보던 짝짓기만 있다.
여걸식스에는 기존에 많이 보던 짝짓기만 있다. ⓒ KBS
KBS <해피선데이>가 '여걸식스 총동창회' 특집편을 가졌다. 역대 여걸 12명이 한 자리에 모여 솔직 담백한 토크를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자리는 어쩌면 '여걸식스'에게는 전화점이 시작되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사실 '여걸식스'는 '여걸파이브'에서 한 명의 여걸이 더 늘어났다. 이것은 숫자적인 의미 이상이었다. 그 이유는 바로 프로그램 포맷이 바뀌면서 새롭게 여걸 6명을 등장시켜 개편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시청률이 작품의 질을 전부 말해주는 것은 아니지만 '여걸파이브'는 한때 일요일 저녁 터주대감 MBC'일요일 일요일 밤에'를 누르며 일요일 저녁 황금시간대를 주름잡았었다. 그 이후 '여걸식스'로 개편된 이후에도 '쥐를 잡자'라는 새로운 게임으로 인기몰이를 했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그 인기가 시들해졌다.

급기야 '일요일 일요일 밤에' 에게 시청률 1위 자리를 내줘야 했고,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즉, 일종의 매너리즘에 빠졌다고 할 수 있다. 이 매너리즘은 결국 시청자들로부터 식상해졌다는 평가를 받게 되었고, 프로그램에 터닝포인트가 불가피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사실 '여걸파이브'와 '여걸식스'는 프로그램 포맷자체부터 확연히 다르다. 그런데 문제는 그 포맷이 전보다 낙후되고 과거 프로그램 포맷을 답습했다는 점이 오늘날의 결과를 초래한 것일지도 모른다.

색다른 시도로 성공했던 여걸파이브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다. ⓒ KBS
'여걸파이브'는 2004년 10월에 첫 방송을 선보였을 때 시청자들은 신선한 충격을 받게 되었다. 그 이유는 다섯 명의 여성이 공동 MC체제로 남성 게스트를 초대해 진행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당시만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대게 버라이어티 쇼에 메인 MC는 남성이었고, 이를 떠받치는 보조MC로 여성이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또한 대부분의 남성이 MC체제를 갖추고 여성을 초대해 전개하는 방식이 많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무모한 도전이 아닐 수 없었다.

그것도 보수성이 강한 방송사에서 여성들에게 프로그램 절반을 맡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맏언니 이경실을 필두로 조혜련, 정선희와 같은 시쳇말로 '말많고 드센 여성'을 전면에 내세워 옥주현과 강수정이 등장해 프로그램을 진행시켰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던 여성은 알게 모르게 꺼리던 시기였으나 과감하게 시도했다. 이 자체만으로 이미 '여걸파이브'가 인기를 얻을 수밖에 없는 요인이었다.

이렇게 다섯 명의 여성이 게임과 남성 게스트를 초대해 그림 그리기 게임을 하면서 궁금한 사항 등을 질문하면서 전개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여성의 모습을 선보였다.

오히려 이 다섯 명의 여성들은 남성을 성 상품화해 기존 여성의 성 상품화를 비웃듯 프로그램의 실질적인 주체자로 새로운 여성상을 만들어 냈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었다. 이같은 이유로 '여걸파이브'는 오락성과 작품성에도 모두 후한 점수를 받았다. 특히, 출연진 모두 솔직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 여성들에게 열렬한 응원을 받았다.

물론 여성들이 MC로 등장하면서 논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강수정의 경우 GOD출신 손호영과 러브모드를 형성하며 다소 진보적인 여성의 모습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기도 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시 강수정의 안티 팬이 절정에 달하기도 했다. 그것은 과거 프로그램에서 늘 사용하던 러브모드였고, 이는 오히려 '여걸파이브'의 새로운 시도를 반감시키는 작용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때까지만 해도 '여걸파이브'는 대체적으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이경실과 옥주현이 퇴장하고 새롭게 이혜영, 현영이 새롭게 투입돼 '여걸식스'로 새 단장을 하고 나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능동적인 여성에서 수동적인 여성으로 퇴보한 '여걸식스'

'잡아라 쥐돌이'의 웃음 유발은 가학적이다.
'잡아라 쥐돌이'의 웃음 유발은 가학적이다. ⓒ KBS
새롭게 개편된 '여걸식스'의 새로운 포맷은 몇 명의 남자들을 등장시켰고, 여걸들과의 짝짓기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여성은 남성 앞에서 한 떨기의 꽃처럼 행동하기 시작했고, 여섯 명의 여성들이 각자의 캐릭터대로 섹시한 춤을 추며 남성을 유혹하고, 자신의 짝이 되어달라고 간청하는 모습이 속속 등장했다.

이것이 바로 같은 프로그램이면서 상반된 평가를 받은 가장 큰 이유이다. 지금의 포맷은 결국 여성의 성 상품화를 여성들이 하는 우를 범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전 '여걸 파이브'에서도 남성을 초대해 그를 마치 우상처럼 떠받들기는 했지만 자신의 짝이 되어달라 애원하지는 않았다.

또한 남성들의 파워가 강해지면서 전체적으로 여걸들은 아가씨가 되어 자신들이 프로그램의 주체자로서의 모습이 온데 간데 사라진 결과를 초래했다. 그것도 짝짓기를 하는 이유가 '쥐를 잡자'라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라는 명분자체가 얼토당토 하지 않는 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물론 '여걸식스'는 이 게임으로 지켜오던 명성을 조금이나 유지할 수 있었지만 이후 최여진, 이소연, 전혜빈으로 멤버가 교체되면서 이제는 남성 게스트와 섹시한 춤추기는 기본이다. 서로 상대의 멋진 남성들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신경전까지 연기하고 있다.

그나마 조혜련이 능동적인 여성의 모습을 보이는 듯하지만 이마저도 남성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몸부림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또한 남성들과의 짝짓기가 시작되면서 여성들의 외모지상주의가 다시 한 번 고개를 들며, 조혜련, 정선희가 어쩌다 멋진 남성과 짝꿍을 이루면 이외라는 반응까지 보인다.

심지어 각 여성들만의 캐릭터를 정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있으며, 김종민, 신정환은 준멤버로 고정출연하며 상대 남성들과 비교를 당하며 게스트를 돋보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등 여타의 프로그램과 별반 다르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결국 새로운 시도를 하며, 정착시키면 좋았을 법한 소재를 제작진 스스로 붕괴시켜버린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여걸들과 남성과의 대화도 예전에 비해 농담성 이야기들이 많고, 프로그램 성격 자체가 게임을 통해 웃음 유발하는 가학성으로만 치닫고 있어 비난의 화살이 꽂히고 있는 것이 지금의 현주소다.

여걸들이 등장해 인기를 끌었던 것은 능동적인 여성이 주체자가 된 모습이 보기 좋았기 때문이다. 여성들이 남성에게 적극적인 구애를 하는 것이 능동적인 여성상은 아니다. 현실에서 자신의 짝을 찾아 솔직한 감정을 이야기하는 것은 용기가 있을지 몰라도 버라이어티 쇼에서는 적당하지 못하다.

결국 이러한 문제점은 시청률에서 입증되었다. 최근 들어 화려한 게스트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시청률에서 여타의 프로그램이 밀리는 양상이다. 이제는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이러한 포맷을 계속 유지한다면 더 이상 나아가지 못한 채 폐지론이 고개를 들지도 모르겠다. 조금 더 단적으로 말하자면 여걸들의 캐릭터와 프로그램 포맷을 전부 바꿔야 한다. 그래야만 '여걸식스'가 장수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이를 계기로 새로운 모습을 보인다면 늦지는 않았다. 충분히 여성들이 프로그램의 주인으로 나온다는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매력포인트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안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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