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각 경찰서 유치장을 다 채우더라도 투쟁하겠다."(범국본 소속 단체 활동가)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이하 범국본)' 2차 민중총궐기대회를 하루 앞둔 28일 밤, 집회를 금지한 경찰과 범국본 사이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미 경찰은 범국본 주최의 모든 집회 불허 방침을 계속 천명했지만, 범국본은 강행할 뜻을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 범국본은 29일 서울광장, 서울역광장, 서소문공원, 농협중앙회, 독립공원, 사직공원 등 서울시내 6곳에서 2만2000명이 참가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었다. 하지만 지난 22일 1차 민중총궐기대회에서 발생한 폭력시위로 29일 집회는 모두 금지됐다. 보수언론의 비난으로 악화된 여론은 경찰이 집회 불허 처분을 내리는데 크게 한몫을 했다.
"구속·소환장·집회 불허는 반FTA 여론 제압용... 집회 강행"
그럼에도 범국본은 예정된 집회를 진행하겠다고 거듭 밝혀 충돌이 예상된다. 범국본은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5차 협상을 목전에 둔 지금 한미FTA 협상의 중단과 민생회복을 요구하는 2차 범국민대회를 예정대로 갖고자 한다"고 못 박았다. 폭력시위에 관한 최근의 불안정한 여론을 감안해 "평화적으로 대회를 개최할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한발 더 나가 범국본은 경찰과 언론의 '폭력시위 사전 계획설'을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범국본은 또 다른 성명에서 "범국본은 전국 각지에서 평화 대회를 진행할 계획이었다"며 "지방의 경우에도 충돌을 야기할 수 있는 쇠파이프, 화염병 따위의 소지를 금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지역에서 발생한 충돌은 우발적으로 일어났고 경찰의 주장처럼 처음부터 계획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범국본이 '폭력시위 계획설'을 부인하고 집회 강행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는 것은 정부가 악화된 여론을 빌미로 '반FTA' 운동을 제압하려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범국본은 "22일 이후 정부가 전국적으로 구속과 소환장 발부, 집회시위에 대한 불허를 하는 것은 나날이 높아가는 한미FTA 반대 여론을 제압하기 위한 정치적 목적에서 계산된 행동"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범국본은 경찰의 저지 속에서도 29일 서울역과 서울시청 광장, 서대문 농협중앙회 등지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특히 수도권과 강원, 충남북, 전북, 경북지역 농민들이 대거 상경할 예정이어서 경찰을 긴장시키고 있다. 경남과 전남지역에서는 서울 집회와 별도의 대회가 열린다.
경찰 400개 중대 5만여명 동원 '원천봉쇄'
한편 경찰은 서울 도심 집회는 물론 상경시위를 원천봉쇄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경찰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인 5만명(400개 중대)을 동원해 전국의 톨게이트를 봉쇄하고, 집회 예정 장소도 철저히 통제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아예 농민지도부를 요주의 대상으로 삼아 밀착 감시하고 있어 마찰을 빚고 있다. 이영수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국장은 "강원지역은 농민연합 소속 각 시도지부 회장과 사무국장을 따라다니면서 감시하고 있고, 면지회 사무장까지 하루 종일 쫓아다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심지어 전남에서는 전농회원들 집 앞까지 경비를 서는 상황"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전농 관계자는 "일부 회원들은 이미 상경해서 집회 참가를 준비하고 있다"며 "내일(29일) 집회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