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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KGB 요원 알렉산더 리트비넨코의 의문의 죽음을 두고 여러 가지 추측이 무성한 가운데, 푸틴 대통령의 대외이미지와 1월로 예정된 러시아의 WTO가입이 중대한 위기를 맞게 되었다.

지난 2000년 영국으로 망명한 리트비넨코는 지난 1999년 300여명의 사상자를 낸 러시아 아파트 폭파 테러의 배후에 푸틴이 있다고 폭로한 이후 '안티 푸틴'의 주동자로 꼽혔다. 그러나 리트비넨코는 방사능 물질인 폴로늄-210에 의해 온몸의 털이 모두 빠지고 장기가 제 기능을 못하면서 지난 23일(현지시각) 런던의 병원에서 사망했다.

리트비넨코의 죽음으로 인해 러시아와 영국의 사법당국과 정치계는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으며, 용의자의 소환, 사건 조사과정에서 두 국가 사이의 관계가 점점 악화하고 있다.

리트비넨코가 죽기 직전 '살인용의자'로 지목했다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크레믈린은 이번 사건에 대해 "푸틴 정권을 음해하려 베레조프스키가 꾸민 일"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이들은 테러 및 살인교사에 대한 혐의로 영국 사법당국에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소환을 요청했으나 영국 측으로부터 거절됐다.

BBC는 영국 경찰이 10월 25일 이후 모스크바-런던을 운행한 브리티시 에어라인 소속 비행기를 모두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중 몇대에서는 이미 방사성 물질이 검출되었으며, 이에 따라 3000여명의 승무원들과 33000여명의 승객들에 대한 접촉이 시도되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에 망명 중인 러시아 재벌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오른팔이었던 리트비넨코는 KGB에서 자신에게 베레조프스키를 암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고 폭로한 이후 베레조프스키의 도움을 받아 영국에 은신처를 마련하고 임종 직전까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왔다.

리트비넨코는 지난 11월 1일경 호텔에서 러시아인 2명을 만나고 이후 일식집에서는 대러시아 치안 전문 이탈리아인을 만났던 것으로 밝혀졌다.

러시아인들 중 한 명은 자신이 이번 사건과 연루되어 있음을 부정했지만 흥미로운 점은 그가 90년대에 보리스 베레조프스키가 운영하던 러시아 국영방송국 ORT(현재 러시아 1번 채널)에서 치안 책임자로 일했다는 것이다.

또 일식집에서 만난 이탈리아인 역시 러시아 치안 전문가였고, 지난 10월 9일 암살된 러시아의 여기자 안나 폴리트코프스카야의 죽음에 관한 정보를 주겠다고 리트비넨코를 불러냈다는 점에서 범행 용의선상에 오르고 있다.

여객기들을 비롯하여 런던 내의 12개 지역에서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고 있는 가운데, 보리스 베레조프스키의 사무실에서도 방사능 물질이 검출되었다고 27일 밤 영국 경찰이 밝혔다.

한편 이 사건을 두고 러시아 내의 '시로비키'당에서 2008년 대선을 겨냥하여 푸틴의 지지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자행한 것, 푸틴의 현재 오른팔이면서 2008년 대선 출마가 유력시되는 드미트리 몌드볘졔프 총리가 자행한 것, FSB에서 자신들을 배신한 동료를 규율대로 '처치'한 것 등의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러시아 언론은 이번 일로 푸틴 행정부가 정권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고 자칫 러시아의 WTO가입이 무산될 수도 모른다고 걱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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