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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워 할 만도 한데" 아빠 일 자랑스러워하는 아들 있어 보람
바쁜 손을 멈추고 한참만에 입을 연 조 사장. "뭐, 별로 할 이야기는 없고 이번에 상산고 입학하는 우리 아들 놈 이야기나 써줘"라며 말문을 연다. "학원 한 군데 안 보냈는데도 상산고에 합격했다"며 자식자랑으로 먼저 입을 연다. 그 기특한 녀석 얼굴도 궁금해진다.
모의고사 시험지에 이름 대신 '왕자님'이라고 써냈다는 이야기, 차 타이어가 펑크 난 선생님에게 우리 아빠가 전문가이니 가보라고 했다는 이야기, 춤을 어찌나 잘 추는지 같은 반 친구의 학부형이 찾아와 칭찬을 하더라는 이야기… 아빠는 아들 녀석이 얼마나 엉뚱한지 걱정이라며 이야길 하지만 어째 듣기엔 자랑 같기만 하다.
"아빠 하는 일이 부끄러울 법도 한데,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사는 보람을 느낀다"는 조 사장. 중앙중 1학년, 3학년에 재학중인 용운이와 성운이도 "아빠 하시는 일이 부끄럽기는커녕, 오히려 자랑스럽다"고 말한다. 정말이지 내가 봐도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전주에 있는 자립형 사립고 상산고등학교에 입학 예정인 듬직한 성운이의 꿈은 대통령. 어린 시절 누구나 꾸는 막연한 꿈이 아니다. 유치원 시절부터 한 번도 변한 적이 없다는데 "서민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대통령들이 많지만 실질적으로 서민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저는 꼭 서민들을 위해 정치를 하는 대통령이 되고 싶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서민의 가정에서 성실한 아빠와 다정한 엄마 사이에서 자랐으니 서민을 위한 정치를 하는 믿음직한 대통령쯤은 문제도 아니지 싶다.
일하던 중 20대 후반에 얻은 시력 장애, 그러나 절망은 없었다
조 사장을 처음 대면하는 순간 흐릿한 한 쪽 눈동자에 시선이 머물렀다. 하지만 이런 실례되는 질문을 해도 될까 하는 망설임에 선뜻 묻지를 못했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어려서부터 먹고 살기 위해 자동차 정비 일을 시작했다는 조 사장. 20대 후반의 한창 나이에 일을 하던 도중 눈을 다쳐, 한쪽 눈의 시력을 잃었다. 글쎄, 그 절망감이 얼마나 컸을까? 외관상의 문제, 불편함의 문제, 어느 것에 비중을 둔다 해도 그 절망감은 말로 다하지 못할 것 같았다.
하지만 조 사장은 "글쎄 한창 나이라 해도 그런 절망감은 없었다. 그냥 기존에 하던 일을 못하게 되니 그게 좀 답답했던 것 같은데…"라며 "그래도 배운 게 정비일 뿐이라 그때부터 빵꾸 때우는 일만을 했다. 참 열심히 일한 세월이었지"하며 당시를 회상한다. 절망은 없었다지만 어찌 힘든 세월이 아니었으랴 싶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어느덧 서른 해 가까이 되었다. 손에 기름때 묻혀가며 하는 일이다보니, 남들 보기에 번듯해 보이지 않는 일이지만, 사심 없이 부지런히 일해 자식들 공부시키고 넉넉하지는 않지만 사랑하는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으니, 기름밥 30년 인생이 오히려 자랑스럽단다.
더구나 자신의 일이 사람의 생명을 지킨다는 자부심 또한 강했다. 조 사장은 "빵구 한 번 잘못 때우면 큰 사고를 불러 올 수 있다"며 "번거롭더라도 그 생각 때문에 타이어를 꼭 분리해 내부에서 때운다"고 한다. 누가 그렇게 하라고 강요한 것도 아니지만 그래야 마음이 편하단다. 조 사장은 밤중에도 타이어 펑크를 때우기 위해 잠에서 깰 때가 한두 번이 아니란다.
물류차량의 경우 밤에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보니, 밤중에도 그를 찾는 것. 때론 귀찮기도 하지만 노심초사할 운전자들에 대한 안쓰러움 때문에 이부자리를 박차고 나온다고. 이런 성실함에 많은 운전자들은 펑크 났다 하면 무조건 조 사장을 찾는다고 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 일을 계속할 것이라는 조 사장. 서로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는 조계윤 사장의 가족을 만나고 나니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더없이 든든해 보였다. 남들이 꺼려 하고, 때로는 기름 묻힌 손에 보이지 않는 편견도 있었지만 단 한 번도 기름밥 인생에 후회도, 부끄러운 적도 없었다는 말을 들으며 조 사장의 바람처럼 개미처럼 일하는 사람들이 살기 좋은 세상, 그리고 그의 아들의 바람처럼 서민들을 위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욱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