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자전거를 타고 갈 때, 때론 추억속으로 들어간다. 사진은 영화 <박하사탕>
자전거를 타고 갈 때, 때론 추억속으로 들어간다. 사진은 영화 <박하사탕> ⓒ 이스트필름
세 살인가 네 살 때였던 것 같습니다. 납작한 바퀴 위에 두 발을 올리고 힘을 주니 걷는 것보다 훨씬 빨리 달리던 기계를 접한 게. 몇 년 전 100세를 채우고 돌아가신 할머니께선 새벽에 꼬맹이가 세 발 자전거를 타고 '드르륵 드르륵' 소리를 내며 다녔다고 이야기하곤 하셨습니다.

그리고 몇 년이 흘렀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때 친구가 탄 두 발 자전거에 흠뻑 빠졌습니다. 낡디 낡은 자전거였지만, 아무리 뛰어도 잡을 수 없었던 그 고속기계는 환상이었습니다. 게다가 두 바퀴로 균형을 잡는다는 게 흡사 마술 같았습니다. 친구를 졸랐습니다. 그리고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자전거를 배웠습니다.

그때부터 친구 자전거를 빌려타기 시작했지만, 아무래도 제 자전거를 갖고 싶었나 봅니다. 어머니 아버지께 매일같이 칭얼거렸겠죠. 유일하게 돼지꿈을 꾼 날입니다. 다음날 학교를 마치고 돌아온 날 마당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어린이용 자전거가 놓여져 있었던 거죠. 그 날은 제 생일이었습니다. 그 전까지 어머니 아버지는 꼬맹이가 자전거를 사달라는 요구에 입이나 맞춘듯이 한 마디로 답하셨습니다. "위험하다."

서른 몇 해를 살아오는 동안 가장 기뻤던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금은 단종돼서 도저히 흔적도 찾을 수 없었지만, 오토바이형 어린이 자전거는 당시엔 꽤 세련된 모델이었습니다. 몸통에 오토바이 기름통같은 껍데기가 붙어 있어 멀리서 보면 오토바이 외관이었거든요. 상상력 뛰어난 아이들은 제 자전거 속도가 오토바이와 비슷한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었습니다.

아버지께선 시침 뚝 떼고 계셨지만, 가장 멋있는 모양을 사주기 위해 고심하신 모양이었습니다.

그 자전거를 타고 시내 곳곳을 다녔습니다. 칡캐러 산에 올라가고, 게 잡으러 바닷가에 갔습니다. 시 경계선을 넘어 창원에 가기도 했죠. 인원제한도 없었습니다. 뒷자리는 항상 누군가의 차지였고, 때론 앞에 태운 채로 3인용 자전거로 달리기도 했습니다.

기계와 사람몸이 하나가 된다는 느낌. 그게 아마 자전거의 매력이 아닐까요?
기계와 사람몸이 하나가 된다는 느낌. 그게 아마 자전거의 매력이 아닐까요? ⓒ 서울바이크쇼
이후 보다 다양한 자전거를 만났습니다. 이웃집 누군가가 나타나 자전거 시합을 제안한 자리에서 처음으로 기어변속기가 달린 자전거를 만났습니다. 아마 처음으로 첨단자전거라고 느낀 순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어린 꼬맹이의 눈에 기어변속기는 우주선 레버처럼 신기한 물건이었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한 뒤엔 잘 빠진 사이클을 만났습니다. 그 자전거를 타면서 자전거가 때론 자동차보다 빠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습니다. 서울에 올라온 뒤엔 접이식 자전거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육중한 기계가 접힌다는 게 너무 신기해 수시로 접었다 폈다 했지요. 17-18kg 정도 되는 기계였습니다. 접으면 단위 무게가 커지기 때문에 휴대용으로 부적합했지만 어쨌든 즐거웠습니다.

얼마 뒤엔 서스펜션(완충장치)이 있는 자전거를 만났습니다. 시골 마을에서 세상을 즐기며 살고 있던 한 선배의 집에서였습니다. 자전거가 침대처럼 푹신하다는 것을 느끼며 '대단하다' '좋다' '신난다'를 연신 외치자, 선배는 '에라' 하는 기분이 들었겠지요. "가져가라"고 하시더군요.

미니벨로를 만난 것도 아마 그때쯤일 겁니다. 20인치 이하의 작은 바퀴를 어른이 탈 수 있다는 것은 놀라움이었습니다. 성인이 타면 짜부라질 것 같은 그 귀여운 기계를 타고 쏜살같이 달리던 사람들. 게다가 접으면 한 손에 달랑 들리던 그 간편한 기계들. 언젠가 한 대를 장만하리라 생각했죠.

그리고 국도를 따라 시외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도 그때서야 알았습니다. 오랫동안 자전거를 타왔지만 자전거는 매번 새로운 세계를 보여줍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더 많은 새로운 세계를 보여줄까요.

자전거 부품 전문 '시마노' 등 60여 업체 참여

이번 행사엔 헬스용 자전거 시승식이 열린다.
이번 행사엔 헬스용 자전거 시승식이 열린다. ⓒ 재키스피닝연맹
그래서 12월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AT센터에서 열릴 제4회 서울자전거전시회(Seoul Bike Show)가 기다려집니다.

올해는 60개 업체가 넘게 참가한다는군요. 지난해엔 42개 업체가 참가했으니 꽤 많이 늘었습니다. 국내 자전거 시장 점유율 50%를 차지하는 '삼천리자전거'가 참가하는 게 무엇보다 눈에 띄네요. 지난해 전시회엔 참가하지 않았거든요.

국내 4대 자전거 회사 중 하나인 코렉스 계열사인 '엘파마' 역시 첫 선을 보입니다. 자전거 애호가들이 가장 관심가질 만한 부스는 일본 '시마노'입니다. 이 회사 부품이 없으면 자전거를 만들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마노'사의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이번 행사 기간 동안에 시마노사는 뉴모델 기술세미나를 열 예정인데, 업체 대상으로만 한다고 합니다. 일반인 참가객들로선 참 아쉬운 부분입니다. 재미있는 점은 세계적 자전거 부품 제조회사인 '시마노'가 낚시용품 전문기업이기도 하다는 것이지요.

그 외에 MTB 자전거를 처음으로 본격 대량 생산한 '스페셜라이즈드'를 비롯, 세계 4대 자전거 브랜드라고 알려져 있는 트랙, 캐논데일 등이 선을 보입니다. 헬멧으로 유명한 '지로'와 함께 아디다스의 안경도 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엔 한 자전거 회사가 세계 최초로 무용접 프레임 자전거를 선보여 눈길을 끌었는데, 올해엔 어떤 자전거가 인기를 모을까요.

지난해 열린 제3회 서울자전거전시회 풍경
지난해 열린 제3회 서울자전거전시회 풍경 ⓒ 서울바이크쇼
무엇보다 탐나는 대목은 '자전거 시승' 부분입니다. 주요 업체마다 4대 가량의 자전거를 내놔, 전체 100여대 안팎의 자전거가 시승용으로 나온다고 하는군요.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는 신품을 미리 타볼 수 있는 기회죠. 헬스용 자전거 시승행사와 BMX 인라인 시연회도 열린답니다.

10일엔 레이싱 모델이 참가하는 참가하는 행사가 마련되는데, 자전거에 쏠릴 눈길을 그들이 몽땅 가져가지나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자전거도 제품인지라 유행을 타는데, 이번 전시회에선 '하이브리드(사이클과 MTB의 장점을 결합한 형태)'가 대세일 거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지난해 큰 인기를 끌었던 '미니벨로'와 함께 '사이클'도 눈여겨보라고 주최 측이 귀띔합니다.

관련 서적 부분은 기대하지 않으셔도 좋겠습니다. '내 마음속의 자전거' '내 파란 세이버' '빨간 자전거'와 같은 만화작품들,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 '자전거 여행' '가보기 전엔 죽지마라'와 같은 자전거 여행기들을 잔뜩 볼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으나, 자전거 잡지만 나온답니다.

아, 그리고 무료였던 지난 행사와 달리 이번 행사는 유료(1천원)입니다. 양재역에선 셔틀버스를 운행하니 참고하시길.

덧붙이는 글 | 032-322-3379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연소식, 문화계 동향, 서평, 영화 이야기 등 문화 위주 글 씀.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