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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병직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
ⓒ 오마이뉴스 권우성
"박정희 정권은 교과서에서는 너무 부정적으로 평가돼 있고, 현실에서는 너무 과대평가 돼 있다."

안병직(서울대 명예교수) 뉴라이트재단 이사장은 2일 오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박정희 정권의 재평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승만 정권의 국제협력노선에 대해서도 높은 점수를 줬다. 반면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에 대해서는 "김정일 비위를 맞추는 일"이라며 깎아내리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안 교수는 "우리나라를 군사, 경제, 정치적으로 뒷받침한 게 한미동맹"이라며 "한미동맹을 간과하고 '(이승만에게) 왜 자주적으로 안하고 미국하고만 이야기했냐, 너는 죄인'이라고 말한다면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런 역사왜곡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안 교수는 6·15 남북공동성명을 포함한 햇볕정책과 포용정책에 관해 "틀렸다는 것이 명명백백하다"며 "도덕적으로 용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최근 "차기 정권은 남북교류를 지양해야 한다"는 자신의 발언에 대해 "남북교류를 중단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안 교수는 "(대북지원도) 투명성 등 원칙 있게 해야 한다"면서 "민간차원의 교류도 자유롭게 놓아둬야 한다"고 말했다.

"몇몇 대권 후보들, 왜 영웅이 됐나"

최근 폭력사태를 일으킨 4·19혁명의 정의에 관해 안 교수는 "현재 우리가 밝힌 것은 초안"이라며 "초안은 쓴 사람의 견해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4·19가 혁명인지 학생운동인지, 5·16이 혁명인지 군사쿠데타인지에 대해서는 평가를 유보했다. 다만 "한국사회에서 혁명은 정치적 가치판단이 담겨 있다"고만 답했다.

안 교수는 또 5·16에 관해 "현실에서 너무 과대평가 돼 있다"며 "요즘 몇몇 대권 후보들이 영웅화된 것도 그(군사정권에 대한) 과대평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음은 안 교수와의 일문일답이다.

- 해방 이후 이승만 정권이 미국과의 대외협력을 추구함으로써 근대국가로서의 성장 기반을 만들었다고 보고 있다. 이승만 정권의 독재와 무능, 부정부패는 간과한 것 아닌가.
"한국이 근대국가가 된 것은 대외협력을 통해서 됐다. 자생적, 자주적으로 된 게 아니다. 대한민국이 성립한 것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이라든지 한미동맹 덕분에 성립한 것이다. 이승만이 혼자 힘으로 국가를 지킬 능력이 없었다. 대한민국이 1948년 건국하면서 내용적으로는 독재를 했지만 형식적으로나마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원칙을 확립했다. 그 형식은 한미동맹 때문에 끝까지 지킬 수 있었다. 5·16 나기 전까지 (미국의) 원조로 살았지 원조 빼면 없다. 물론 그것도 미국의 착취라고 하면 할말 없다."

- 한미동맹이 대미종속성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우리나라를 군사, 경제, 정치적으로 뒷받침한 게 한미동맹이다. 한미동맹을 간과하고 '(이승만에게) 왜 자주적으로 안하고 미국하고만 이야기했냐, 너는 죄인이다'라고 말한다면 역사를 왜곡하는 것이다. 그런 역사왜곡 절대 용서할 수 없다. 그럼 왜 자주의 문제는 이야기하지 않고 자꾸 동맹만 강조하느냐고 말할 수 있다. 지금은 동맹을 통해서 자주로 다 귀결됐다. 한국은 경제발전하고 민주주의가 실현돼 자주국가가 됐잖느냐. 김일성이나 주변 사람들은 입만 벌리면 자주라고 했지만 다른 것은 아무것도 안했다. 자주 노선으로는 결국 기아밖에 남는 것이 없더라는 점을 분명히 이야기해주는 게 역사학도의 책임이자 의무다. 대미종속성 강화? 뭐가 대미종속성 강화냐?"

- 군사적으로는 전시작전통제권 등 문제가 있지 않나.
"콧대 높은 나토 산하의 영국이나 불란서, 독일은 작전지휘권이 있나 없나. 연합방위를 하려면 지휘하는 사람이 한 사람이어야 한다. 그럴 경우 전투는 가장 전투능력이 있는 사람 책임하에서 해야 한다. 그것을 종속이라고 이야기하면 국제 사정을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이야기다. 무기를 외국군이 다 가지고 있고, 정보를 외국군이 다 가지고 있는데 뭐 갖고 지휘할거냐."

"통일? 당장이라도 하자... 왜 되지 않는 거짓말 계속하나"

ⓒ 오마이뉴스 권우성
- 6·15 공동선언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다고 말한 바 있다. 남북한 통일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지금 당장 통일되면 당장이라도 통일하자. 찬성한다. 나라가 망하더라도 통일하자. 하지만 되겠나? 안되는 이야기를 왜 자꾸 해서 국론을 분열시키고 나라를 망하게 하나. 김정일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데 어떻게 통일이 되나. 김정일이 하고 싶어도 당장 남북을 섞어버리면 북한 2000만 주민들의 주체성이 상실된다. 2000만 주체성이 없는 주민을 당장 먹여 살려야 된다. 돈이 들 뿐만 아니라 그 사람들이 얼마나 괴롭겠나. 백낙청씨도 (통일은) 최소한 한 세대 혹은 두 세대는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 왜 지금 통일을 이야기하나. 20~30년 뒤면 연 경제성장률을 6%만 되더라도 우리가 선진국이 되고도 남는다. 선진국 되고 난 뒤에 통일하면 되는 것 아니냐. 왜 되지도 않는 얘기를, 지금 통일 안하면 안 된다는 거짓말을 계속하나."

- 국회 토론회에서 차기 정권은 남북교류를 지양해야 한다고 했다. 민간을 포함한 일체의 교류를 중단하자는 말인가.
"정확히 말하면 김정일 비위 맞추는 남북교류는 필요 없다는 얘기다. 김정일이 북한 동포를 노예화하고 있는데, 노예화를 연장시키는 방법이다. 그렇다고 북쪽과 교류를 하지 말자는 얘기는 아니다. 해야 된다. 당장 동포들이 굶어죽고 있는데."

- 인도적 지원이나 민간교류는 계속해야 한다는 얘기냐.
"김정일을 도와줘도 괜찮다. 그것도 반대 안한다. 다만 원칙 있게 하라는 거다. 김정일 비위를 맞추는 게 아니라, 투명성 등 원칙을 가져야한다는 얘기다. 지금처럼 통일부장관이라고 해먹는 놈들이 장관 해먹기 위해 교류하는 것은 절대 반대다. 민간차원의 교류는 자유롭게 놓아둬야 한다."

- 햇볕정책이나 포용정책도 모두 틀렸다고 보는 것 같다. 일부나마 북한 문호를 개방한 것은 평가해야 하지 않나.
"틀렸다는 것은 명명백백하다. 햇볕정책이라고 하는데, 햇볕이라는 게 한 조각이라도 있나. 핵만 자꾸 만들었지. 왜 자꾸 거짓말을 하느냐는 거다.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은 김정일이 호주머니를 불리기 위해서 안할 수 없다. 얼마나 비참하냐. 그걸 사업이라고 이야기하는데 도덕적으로 용서가 안 된다."

- 4·19혁명은 교과서 초안에 학생운동이라고 돼 있어서 혁명동지회가 반발했다. 아무리 초안이지만 학생운동이라고 기술하게 된 이유가 있을 텐데.
"현재 우리가 발표한 것은 초안이다. 초안이라는 것은 쓰는 사람의 견해다. 그런 견해를 개인적인 것이라고 밝히지 않고 교과서포럼의 견해인 것처럼 밝혀서 오해가 촉발됐다고 본다. 초안에 불만이 있을 수 있다. 쓴 사람도 또 나름대로 자기 논리가 있을 것이다. 학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 5·16 이후 등장한 박정희 군사정부가 없었다면 또 다른 경로를 통해서 선진화가 이뤄지지 않았을까.
"군사정부가 아니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6·25를 겪었기 때문에 한국은 군사밀도가 세계에서 네 번째인가 그랬다. 우리 사회에서 가장 조직적이고 훈련된 세력이었다. 그 집단 외에 한국사회를 끌어나갈 힘이 없었다. 이를 거꾸로 뒤집어보면 한국의 근대화란 정치군사적인 세력이 얼마나 무리를 해서 끌고 온 것인가를 여실히 증명할 수 있다. 권위주의적인 정부가 무리했기 때문에 엄청난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니까 엄청난 무리를 했고 책임져야 한다는 얘기와 동시에 왜 무리를 할 수밖에 없었느냐는 것을 설명해야 한다. 그래야 책임추궁도 되고 역사적 평가도 할 수 있다."

- 유신체제라든지 군사정권이 사실상 역사적으로 굉장히 저평가 돼 있다고 보나.
"교과서에서는 너무 저평가 돼 있고 부정적으로 돼 있다. 그래서 교과서를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너무 과대평가된 것 아니냐. 요새 대권 후보 몇몇이 영웅이 된 것이 이유가 뭐냐. 그(군사정권에 대한)에 대한 (과대)평가 때문이다."

"권위주의 정부 '무리수' 이유와 부작용 모두 설명돼야"

ⓒ 오마이뉴스 권우성
- 교과서포럼 내부에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외된 지역에서 발생한 반발로 보는 견해가 있는 것 같은데.
"만약 교과서포럼에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다면 나는 전적으로 반대다. 사실 5·18때 내가 목숨을 걸어놓고 서울에서 무엇을 하려고 했는데 다른 사람들 힘이 결집이 안돼 못했다. 5·18을 광주사태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민주화과정의 연장선상이었다. 다른 식으로 평가해서는 옳지 않다. 교과서포럼도 상식이 있는 사람들인데 단순한 지역감정으로 발언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호남이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된 것은 누구나 다 아는 것이다. 그 내용을 왜 반드시 교과서에 넣어야 하는지, 그런 점에서는 재검토가 필요하지 않느냐고 본다."

- 5.18에 대한 현재의 평가에는 동의한다는 말인가.
"5·18을 한국의 민주주의를 실현한 사건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민주주의 운동이라는 것은, 학생운동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역사에 있어서 대안세력이고 대체세력이었다. 민주주의를 자기가 실현한 것은 아니다. 6·10항쟁에 의해서 6·29선언이 나왔다고 보면서도, 6·29선언을 중요시하는 이유는 레짐(정권, 정부)측이 제도개혁을 해야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6·29선언도 권력을 쥔 사람의 결단이라고 봐야 하나.
"기본적으로 결단이라고 볼 수 있다. 결단을 한 사람이 전두환이나 노태우였으니까. 그게 존중 안 되면 역사는 그냥 서민들의 역사다. 역사는 기본적으로 지배자들의 역사인 측면이 있다. 지배자들이 어떻게 결단하고 제도를 바꾸느냐에 따라서 세상이 확확 바뀐다. 저항보다는 오히려 사회를 바꾸는 힘이 있다. 지배자들의 결단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어떻게 결단하느냐에 따라 사회가 엄청나게 바뀐다는 사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 앞으로 교과서포럼의 일정은 어떻게 되나.
"이번 사건을 계기로 더욱 활발하게 교과서 개정작업을 하겠다. 더 좋은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비겁자처럼 행동해서는 역사발전을 이룰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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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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