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사람은 변한다. 성숙해지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철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짧은 시간에 캐릭터의 변화를 보여주어 보는 이로 하여금 혼란스럽게 만든다. 결혼식 전에 쌍둥이 언니 설칠과의 관계를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살았던 대목이 나오면서 효녀 심청이가 되기도 했지만 이후 그녀의 모습에는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이혼을 하고 난 후 엄마 걱정으로 눈물이 흐르고, 힘들지만 돈을 벌며 자신의 인생을 열겠다는 의지가 어디서 세삼 솟아났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또 이혼소식을 알고 난 뒤 미칠의 엄마는 극단적인 모습을 보인다. 설칠이의 결혼식에 찾아온 일한에게 “내 딸이 뭐 그리 잘못 했냐?”라는 반응을 보이며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으름장을 놓거나, 미칠의 아버지가 찾아가 실망감을 표시하는 모습은 왠지 어긋난 느낌이다.
이혼을 한 것은 성급한 판단이지만 원인 제공자는 미칠에게도 있다. 그런데 아이를 가지고 홀로 일을 한다고 해서 미칠이 피해자가 된 것처럼 온 식구가 일한에게 퍼붓는 모습은 ‘행복한 드라마’로 가는 길에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준다.
일례로 미칠의 아버지 나양팔은 가부장적이며, 옳고 그름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인물로 등장했다. 그래서 큰 딸 덕칠이 이혼했을 당시에도 원인제공자였던 덕칠이를 매몰차게 내몰았다. 그런데 미칠의 이혼에는 다르다. 물론 덕칠이는 마음 한편으로는 안쓰러움이 더 컸지만 외향적으로는 엄격했다.
하지만 미칠이의 이혼에서는 외향적으로도 180도 바뀐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엄마인 명경자와 그의 어머니 남달구 관계도 새삼 부각되면서 따뜻한 드라마 성격으로 끝을 맺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사실 그동안 남달구는 엽기적인 할머니였다. 자식에게 기대며 살면서도 당당했고 뻔뻔했다. 또한 툭하면 상황판단을 하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다하며 노년을 보내는 할머니였다.
그리고 딸과의 관계에서도 특별히 돈독한 모녀지간이 아니었다. 하지만 결말에 이르자 갑작스레 남달구는 전형적인 한국 어머니의 모습으로, 그러한 어머니를 이해하지 못하고 면박만 주던 나쁜 딸의 모습으로 전환되었다.
함께 온천 여행을 하며 어느새 등이 굽고 나이가 든 자신의 어머니가 불쌍해 눈물을 훔치는 딸 명경자와 그런 딸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며 어머니로서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훈훈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쩐지 <소문난 칠공주>의 모습이 아니다.
방송 내내 극단적인 상황과 비상적인 캐릭터가 난무했던 드라마였는데 어느새 옷을 갈아입어 적응하기가 어렵다. 또한 연장으로 인해 극을 끌어가면서 억지스럽고 유치한 이야기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해 이래저래 실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설칠과 하남의 프러포즈 장면은 과장되어 있고, 커피숍에서 포옹신은 일반 시청자들이 대리만족을 느끼기엔 어쩐지 어색하고 유치할 뿐이다. 또 미칠이 아버지와 만난 장면에서 귤을 사가지고 오면서 버스를 멈춰 세우는 장면도 시청자들에게 짠한 감동을 주기에 과하다. 모든 상황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강요하고 있는 듯하다. 마치 “소문난 칠공주는 우리의 삶의 일부분을 그린 착한 드라마예요”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과연 왜 이제 와서 착한 드라마로 남기 위해 작가는 애를 쓰는 것일까? 이미 <소문난 칠공주>는 외형적으로 홈드라마 성격을 띠고 있었지만 소재와 상황·설정 등은 비상적인 부분이 많았고, 극단적인 전개로 인기를 얻었던 작품이다.
맑고 깨끗하며 감동이 있는 홈드라마는 아니었다. 애초부터 포기하고 시작한 드라마가 이제 결말이 다가오니 급작스레 착해지는 것은 어떠한 반전보다도 놀랍다. 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갑자기 착해지려니, 제 옷을 입지 않은 듯 어색하고, 어설프다. 또한 착해지고자 노력한 흔적은 보이지만 억지와 과장만이 난무하고 있다.
결국 이 모든 것이 ‘박수 칠 때 떠나지’ 못한 어리석음 때문이다. 또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그동안 해왔던 엽기적인 일들이 이러한 상황을 만든 것이다. 물론 지금도 주말드라마 시청률 1위를 올리고는 있지만 사람들 가슴 속에서 쉽게 잊혀지지 못할 드라마로 남지는 못할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