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코프스키 <백조의 호수>, 스트라빈스키 <봄의 제전>, 아당의 <지젤> 등 세계 저명 작곡가와 명작발레들은 우리나라 관객들도 좋아하는 레퍼토리들이다. 예로부터 춤과 노래를 즐겼던 우리나라에는 비단 전통만 아니라, 서양음악과 춤 분야에서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며 세계무대에서 활약하는 예술가들이 많다.
@BRI@과거와 달리 무용수들의 체형이 서구화된 요즘은 세계적인 위세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아직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 날도 머지 않아 올 것이라는 기대와 희망을 갖게 한다.
최근 우리나라는 바르나, 모스크바, 로잔, 잭슨 등 세계 4대 발레대회에서 상위 입상자를 고루 내고 있다. 특히 바르나콩쿨에서는 4명의 입상자를 냈으며, 잭슨콩쿨에서는 박세은 양이 당당히 1위를 차지해 세계 발레계를 놀라게 했다.
그러나 발레와 현대무용 등에서 훌륭한 무용수들이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는 반면 여전히 그 무용수들이 외국 안무가들의 작품을 연기한다는 아쉬움은 남는다. 한국 전통음악을 통한 창작발레가 선보이기도 했으나 여전히 음악과 안무의 정서는 우리 것이라는 느낌을 주지 않기에 숙제는 풀리지 않고 있다.
한편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선정되어 큰 기쁨을 준 판소리의 경우 세계에서 찾아볼 수 없는 1인 종합예술의 특성을 갖고 있으나 화려해지는 공연예술의 경향으로 인해 활로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전히 장시간 완창에 꿈쩍 않고 경청하는 귀명창들이 존재하지만 그 수는 많지 않으며, 어려운 사설(가사)로 인해 언어극이면서도 청중의 이해도는 높지 않다.
판소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등재를 기념하기 위해 2년 전 시작된 세계문화유산기념사업회(회장 안숙선)의 판소리축제가 올해 대단히 특별한 실험무대를 마련한다.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오는 14일과 15일 열리는 판소리축제 이틀째 프로그램으로 판소리발레 <춘향-사랑 그리고 이별>와 판소리 현대무용 <적벽가_불타는 적벽강>을 준비한 것.
국립창극단(예술감독 유영대)과 공동주최 하는 판소리축제 첫날은 안숙선 명창과 제자들이 함께 만드는 '판소리 1050'으로 문을 연다. 10대 어린이 명창부터 20대, 30대, 40대, 50대까지 세대별로 흥보가 눈대목을 연창하게 된다. 같은 바디라 하더라도 세대별로 그 해석과 전해주는 맛을 다른데, 한 무대에서 다섯 색깔의 판소리를 만나는 이색 경험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주목을 끄는 공연은 이틀째인 15일 '판소리와 발레 그리고 현대무용과의 만남'이다. 1부는 8년 간 파리에서 유수 현대무용단 현역무용수로 명성을 쌓은 김성한이 귀국해 만든 현대무용단 '김성한 세컨드 네이처'와 소리꾼 오민아(국립창극단)이 적벽가를 젊은 감각의 판소리 현대무용으로 만들어 선보인다.
현대무용의 맛을 살리기 위해 국악작곡가 김성국이 국악기와 피아노를 활용해 역동적이고 서정적인 음악을 새로 만들었다. 적벽가 중 군사설움, 적벽대전 그리고 새타령을 판소리 원형 그대로 부르는 한편 음악과 무용은 각자의 색채로 적벽가의 장엄과 전쟁의 아픔을 표현하게 된다.
현대무용의 경우 창무회가 이미 판소리를 배경으로 작품화한 적 있는 반면 발레의 경우는 이번이 국내에선 처음이다. 15년 동안 창작발레를 통해 한국전통을 담아 온 한국예술종합학교 김선희 교수가 안무한 '판소리 발레춘향'이 기대 속에 공개된다.
'판소리 발래춘향'은 춘향가 중 춘향이와 이몽룡이 만나게 되는 적성가, 사랑가 그리고 이별가로 구성한 작품으로 향후 전막발레를 지향하는 첫 무대이다. 잭슨 콩쿨 우승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박세은 양이 춘향을 맡아 최고 수준의 기량을 선보이게 된다. 판소리 춘향가는 국립창극단 이연주가 부르며, 이상균(가무악코리아 대표)가 편곡하고 국립국악원 창작악단(예술감독 곽태규) 실내악단이 반주하게 된다.
지난 11월 한불120주년 기념 공연 차 프랑스를 방문한 안숙선 명창의 공연에 르 몽드는 '전세계가 공감할 천상의 소리'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판소리는 이태리 오페라나 독일 가곡 못지않은 예술성을 가진 음악으로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하기도 했지만, 진정 우리만 듣기에는 아깝다. 판소리 자체로도 세계음악계에 꾸준히 소개해야 하겠지만, 판소리와 다른 장르와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발견해내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 될 것이다.
3회를 맞는 판소리 축제의 올해 주제는 '듣는 판소리에서 보는 판소리로의 진화'라고 한다. 판소리의 원형에도 충실하면서 동시에 세계 문화코드에 맞춘 다양한 공연예술로의 방법론을 찾는 첫 시도인 '보는 판소리'는 비주얼 시대에 적절한 시도이다. 이를 위해 세계문화유산기념사업회와 국립극장, 국립국악원, 김선희 발레앙상블, 김성한 세컨드 네이처 무용단 등 여러 기관과 단체가 기꺼이 손을 맞잡았다.
'보는 판소리'가 성공의 가능성을 보인다면 현재 판소리가 가지고 있는 가장 큰 고민인 대중화의 실마리를 풀어낼 것이다. 이번 계기를 통해 아직 국내 안무자가 만든 전막 발레를 레퍼토리로 갖고 있지 못한 발레계도 더 이상 러시아가 부럽지 않은, 세계에 한국 토종발레를 수출하는 가능성을 열어가길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공연안내
공연명 : 판소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선정기념 제3회 판소리축제
주 최 : 세계문화유산기념사업회, 국립극장
일 시 : 2006.12.14~15 (저녁 7시 30분)
문 의 : 국립극장 고객지원팀 02)2280-411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