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소련에서 '체르노빌 원자력 사고'가 발생했던 1986년 4월. 당시 기자는 어린 초등학생이었지만 '체르노빌'과 '산성비'라는 말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체르노빌 사건 이후 비 오는 날이면 "비를 맞으면 방사능에 오염되어 죽거나 산성비에 머리가 다 빠진다"며 친구들과 농담 아닌 농담을 하곤 했다.
사상 최악의 원자로 사고인 체르노빌 사건을 다룬 러시아 최초의 영화 <아브로라>(www.aurorakino.com, 러시아어)가 지난 11월 30일 러시아에서 개봉했다.
우크라이나의 여감독 악산나 바이락은 <아브로라>에서 방사능에 오염돼 병마와 싸우는 14세 소녀 아브로라의 아픔과 슬픔을 통해 체르노빌의 참사를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아브로라>는 소재의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좋은 흥행 성적을 내고 있다. 12월 첫째 주 러시아 관객 동원에서 2위를 차지하며 개봉 4일 만에 상영관을 150여개로 확대했다. 러시아의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이 영화가 "멜로드라마라는 장르를 감안, 짧은 시일 내에 150여개 스크린 상영은 성공적"이라고 분석했다.
@BRI@체르노빌은 구소련의 시민들에게는 절대로 잊혀지지 않는 대참사이며 아직까지도 방사능 누출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 받고 있다. 때문에 <아브로라>는 단순한 영화가 아닌 사회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 이 영화는 우크라이나 영화로는 처음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작에 선정됐다.
영화의 제목인 '아브로라'는 여주인공의 이름으로 체르노빌 근교 마을에 사는 14살 소녀이다. 발레리나를 꿈꾸는 아브로라는 체르노빌 사건으로 대량의 방사능에 노출돼 급성방사선장해를 앓게 된다. 응급차에 후송된 그녀는 치료를 위해 미국으로 보내진다.
아브로라는 낯선 땅에서 홀로 병마와 싸우며 친구들에게 편지를 쓰지만 모두 되돌아오고 만다. 체르노빌 사고 후 그녀의 고향은 폐쇄됐고 사람들은 모두 강제이주됐기 때문.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30만 달러가 필요하지만 소련 정부는 아브로라에 대한 지원을 중단한다. 병마와 싸우는 아브로라에게 가족도, 친구도, 그리고 조국도 함께 하지 않은 것이다.
절망의 하루하루를 보내던 아브로라는 병원에서 유명한 발레리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꿈이었던 발레리나가 되기 위해 죽음 앞에서 발레 <잠자는 숲속의 미녀>의 공주가 된다.
<아브로라>는 감동적인 시나리오, 속도감 있는 편집, 탄탄한 구성, 그리고 주인공 아브로라의 우수한 연기력이 어우러져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병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병마와 싸우는 순수한 아브로라의 모습과 방사선 부작용으로 머리가 다 빠지고 앙상하게 야윈 아브로라가 환자복을 입고 발레를 추는 모습은 관객들의 눈물을 자아낸다.
<아브로라>는 체르노빌 사건을 다룬 첫 번째 러시아권 영화로 대중성과 작품성 양쪽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 | 체르노빌 원전 사고 | | | | 1986년 4월 26일 1시 23분 44초 구소련의 우크라이나 공화국 키에프시 북방 약 130km 떨어진 체르노빌의 핵발전소 제4호기가 폭발했다. 이로써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보다 100배나 많은 방사능이 유출됐다.
4월 27일, 사고 36시간 후에야 사고 원전기에서 4km 떨어진 소도시 프리퍄찌의 주민 4만5천 명에게 긴급 대피 명령이 떨어진다. 사고 발생 후 10일 동안 인근 30km 내의 13만 명의 주민들이 이주를 완료했다.
하지만 방사성물질은 국경을 넘어 인접 유럽국가에도 날아가 넓은 범위의 방사능오염을 일으키며 전지구적인 재난을 가져왔다. 소련 정부는 사고 발생 2일 후인 4월 28일 21시에 타스통신을 통해 사고소식을 짧게 보도했다.
폭발은 원자로 온도 과잉반응에 의해 발생했다. 원자로 및 정지계통 설계에 있어서의 심각한 결함과 안전 운전 절차의 위반이 동시에 일어난 것. 또 사고시 방사능 격납 능력과 다중방호시스템이 미비해 심각한 방사능 유출을 낳았다.
이 사건은 방사능 사용과 사고에 대한 경각심과 심각성을 전 세계에 알린 참사이자 교훈을 주었던 끔찍한 사고였다. 사고 20주년인 올해 유엔은 체르노빌 원전 사고로 인한 전체 사망자가 약 4000명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국제 환경단체 그린피스는 지난 20년간 사고인근 지역의 암환자 발생 건수 자료를 바탕으로 체르노빌 방사능 누출의 영향으로 암에 걸려 사망한 사람의 수가 9만 명이 넘을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하여 충격을 주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사고 현장은 물론 반경 30km 구역은 아직도 폐쇄된 채 사람이 살지 않는 버려진 땅으로 남아있다. 비극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