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전북 정읍예총 예술창작 스튜디오에서 이색적인 도예 단체전 개소식이 있었다.
폭설이 내리던 지난해 12월의 같은 시기, 같은 장소에서 열렸던 서양화가 김해숙씨의 개인전 '사소한 아침'에 이어 올해는 김씨 자신과 함께하는 행복한 동행자들 '흙내음 뜨락' 회원들 중 17명이 참여해 '행복한 동행' 창작 도예전을 연 것.
@BRI@순수 아마추어 도예 마니아들 모임인 '흙내음 뜨락' 회원들의 단체전 준비는 지난 6월부터 시작돼, 6개월여 만에 작품전으로 강행됐다. 그 속에 추진력과 창작 열의가 작품들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전업주부 또는 학교 선생님, 어린이집 원장, 간호사 등 다양한 직업군으로 이루어진 이들 '흙내음 뜨락'의 '행복한 동행'을 위한 첫 작품전 작품들은 그동안 우리가 보고 느껴오던 정형화된 도예 예술의 틀을 한순간에 허물어 버린다.
아마도 그것은 '행복한 동행자'들인 '흙내음 뜨락' 회원들을 지도했던 회장 김해숙씨의 자유분방한 그림 세계가 도예 예술에 접목되어 도예 작품이지만 그림 같은 표현이 부합된 새로운 도예 창작세계를 만들어 낸 듯하다.
상상을 초월하는 듯한 작품들 속에는 초벌구이 형태로 완성된 작품으로 꽃을 만들어 '등'을 표현한 작품들이 있는가 하면, 우정과 인연, 연인, 가족사랑 등 인간이 추구하는 무형의 지적 재산들을 손에 쥘 듯 표현해내기도 했다. 이런 작품들은 기존의 정형화된 도예 작품들과는 차별화된 느낌을 나타낸다.
'흙내음 뜨락' 회원들 모두 예전에 생활도예를 잠깐씩은 경험했던 사람들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우리가 생활도예를 배우며 같은 선생님으로부터 비슷한 작품들을 만들어 왔다면 오늘과 같은 작품전은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어쩌면 이들은, 생활도예로 표현되는 정형화된 도예 작품들을 만들어 기존 도예 예술가들의 작품에 버금가거나 그런 작품들을 능가하는 정형화된 도예작가로는 성공하지 못한, 도예예술세계에선 낙제생들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이 기존 도예 예술가들에게 도예를 배우지 않고 서양화가에게 흙을 통해 그림을 배우고 표현한 도예작품들은 기존 도예 작가들에게서는 흔히 볼 수 없었던 자유분방함이 현실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특히 '흙내음 뜨락' 회원인 장순홍씨의 작품 '연인'들 컨셉은 단순히 독특하다는 표현을 넘어 마치 그녀의 인생을 흙으로 빚어낸 듯하다. 장순홍씨의 작품 '연인'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긴 여정을 함께 동행하는 '행복한 동행자'들을 표현하기 위해 '행복한 동행자들'과의 첫 만남부터 '행복한 동행'으로 이어지게 하기 위해 수반되는 노력을 흙으로 빚어낸 듯 표현하고 있다.
'흙내음 뜨락' 회원들이 만들어 가는 창작 도예전 '행복한 동행'은 오는 21일까지 정읍 구 군청의 위치에 소재한 정읍예총 창작 스튜디오에서 8일간 한정 전시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향후 서남권 인터넷 신문 전북투데이(jbtoday.com)에도 송고할 예정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