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도시생활에 찌든 사람은 누구나 한번쯤 도시를 떠나 쾌적한 생활공간에서 전원생활을 생각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경제적으로 살만한 여유가 생기면 환경적으로 살만한 곳을 찾게 된다. 환경적으로 살만하다는 것은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고, 정신적으로는 도시생활에 찌들어 살면서 잃어버린 여유를 찾고 싶은 것을 의미한다 하겠다.
@BRI@지난해 농촌진흥청이 1천명의 은퇴 도시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5.4%가 도시를 떠나 농촌에서 전원생활을 계획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것은 단순한 통계적 수치보다 인간은 누구나 쾌적한 생활공간에 질 높은 삶을 영위하기를 원하는 기본적 욕구의 표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0월 도시민의 전원생활에 대한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실시한 전원생활 페스티벌 행사가 코엑스에서 열려 찾아가 보았다.
은퇴 후에 전원생활을 준비하려는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관심을 보였다. 이런 시기에 정부의 과감한 정책적 지원은 물론 전원생활에 필요한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여 도시민의 건강한 삶의 터전으로서 농촌이 그 기능을 다하길 기대해 본다. 이것이야말로 지금같이 어려운 농촌 농업문제를 풀고 공동화되어가는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얼마 전에 매스컴에 동남아에 이민사례가 소개된 후 많은 사람들이 은퇴이민에 큰 관심을 두게 되었다. 1달에 200만원의 연금수입으로 호화주택에서 운전기사를 두고 골프도 즐기면서 여유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나는 이 분야에 관심이 있어 필리핀에 온 후 전원주택 지역도 돌아보며 현지에 살고 있는 교민도 만나보았다. 그러나 현지에서 만난 교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부정적이며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그것은 단편적인 사례일 수도 있지만, 기본 투자가 많이 들어가야 하며 실제 살아보면 현실과 너무나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씨의 말을 빌리면 필리핀이 인건비나 식품비가 싼 것은 사실이지만, 일반 생활비는 결코 싸지 않다고 말하면서 200만원으로 황제처럼 살 수 있다는 말은 이곳 사람조차도 믿지 않으려 한다.
나는 업무차 이곳에 온 지 꼭 한 달이 되었다. 아직 평균 생활비가 얼마나 들어갈지 모르지만 전기, 통신비 등은 우리나라 못지않게 많이 들어가는 것 같다. 여기서 자녀를 학교에 보내고 영어 과외를 받는다든지 하면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이곳에서 생활해보니 불편한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열대지방이라 무더운 것도 참기 어렵지만 태풍이 1년에 20여 회 이상 오니 예상치 않는 재해도 대비해야 할 것 같다.
사회적 인프라 시설이 취약하다보니 교통, 통신, 전기 등 여건이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이웃을 같이 할 수 있는 공동체(커뮤니티)를 만들기 어렵다는 점이라고 한다. 언어장애와 벽에서 오는 문화적 차이와 외로움을 극복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문제라고 말한다.
특히 은퇴이민은 노년에 건강 문제를 생각해야 하므로 후생, 복지 등이 우리나라처럼 가능한가를 충분히 고려한 후 결정해야 할 것 같다.
필리핀은 지금 국가에서 은퇴청을 만들어 외국인을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이곳 따가이 따이라는 지역은 별장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쾌적한 곳으로 지금도 전원주택 건설이 한창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이곳에 정착하기 위한 은퇴 이민보다는 겨울철 따뜻한 지역에 와서 2~3개월 휴양 차 쉬어가는 곳으로는 권장할 만한 지역인 것 같다.
우리나라 기업도 이미 이곳에 콘도와 실버타운 등을 건립하면서 한국인을 유치하기 위한 홍보를 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의 사정을 충분히 알아보지도 않고 매체를 통해 얻은 정보만 믿고 곧바로 은퇴이민을 결정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며 신중한 검토를 주문했다.
그간 정부가 복지분야에 많은 관심을 둬 왔지만 도시민을 농촌으로 유치하기 위한 정책이 다소 소홀한 점도 없지 않았다. 은퇴 이민을 떠나는 사람이 늘어나는 추세에서 우리도 외국 못지않게 쾌적한 공간에서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이들이 국내에서 정착할 수 있는 여건과 경제적 지원책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전원마을 조성사업과 같은 시책을 확대하여 많은 도시민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가야 할 것이다. 정부가 지원을 하고 지역여건에 맞는 특색있는 마을을 만들어 도시민이 은퇴 후에 적은 비용으로 농촌으로 내려가 건강한 노후 생활을 즐길 수 있는 소규모의 마을 공통체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유럽이나 일본 등 선진국은 도시민의 농촌생활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와 같은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데 필수적인 건강관리를 포함한 의료 복지시설과 다양한 여가생활 프로그램이 반드시 있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생산적 복지차원에서 노후에도 소일할 수 있는 텃밭가꾸기 등 일거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국가는 도시민이 은퇴이민보다 전원마을을 선호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은퇴 이후에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적 뒷받침이 되고 도시민이 신뢰할 수 있는 여건이 성숙할 때 이 사업은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사업이 지속적이고 성공적으로 추진되어 우리 농촌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윤병두 기자는 업무 차 필리핀을 방문하여 현재 필리핀에 거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