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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중심가에 있는 경주역 앞 성동시장 안쪽 분식거리에 들어서면 '오복분식'이라는 작은 분식점을 발견할 수 있다. 입구까지만 보면 여느 분식점과 별 차이를 느낄 수 없을지 모르지만, 안으로 두세 발짝 들어서면 다른 음식점에선 찾아보기 힘든 광경을 볼 수 있다.
그것은 바로 벽 한 면을 빼곡히 차지하고 있는 열댓 편의 시 작품들이다. 도서관 벽면에나 있을 듯한 시들이 웬 분식점에 이토록 가득할까? 놀랍게도 그 시들은 모두 주인아주머니가 직접 지은 작품이다.
@BRI@"내 가진 것 보잘 것 없지만, 오복분식의 소중한 손님들을 위해 시 한 수 쓰면 손님들은 그것을 보며 무척 행복해 했어요. 그래서 한 수, 한 수 쓰다 보니 벽면을 가득 채우게 됩디다."
10여 년 전부터 분식점을 운영했다는 오복아주머니. 실명을 여쭙자 민망스럽다며 그냥 '오복아주매'라 불러달라고 했다. 결국 아주머니의 이름을 알 수는 없었지만, 분명한 건 아주머니가 무척 행복해 보였다는 것이다.
처음 분식점을 시작할 때는 오복아주머니 역시 여느 분식점의 아주머니들과 다를 것이 없었다고 한다. 힘들고 고된 나날에 몸은 많이 피로해지고, 그러다 보니 웃음도 점점 줄어들게 됐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불현듯 정신이 버쩍 들었다는 아주머니.
"이대로 살다 가기엔 너무 억울한 세상이었죠. 힘들어서 보이지 않던 세상의 행복과 아름다움을 저도 모르게 발견하게 됐어요. 그것이 바로 시를 짓는 것이었답니다. 그러다 보니 하루하루가 어찌나 즐겁던지…."
그렇게 시를 쓴 지 어언 5년이 다 됐다고 한다. 이미 성동시장에선 '시인 오복아주매'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고 한다. 이웃 상점의 아주머니들이 힘들어할 때면 시 한 편을 지어 용기를 북돋아준다는 오복아주머니.
아주머니의 정이 듬뿍 배어 있어서인지 음식 맛 또한 일품이었다. 시를 감상하며 먹는 해장국 맛은 그간 먹어본 그 어떤 해장국보다 얼큰했다. 글 솜씨만큼이나 음식 솜씨도 뛰어난 아주머니를 보며, 그동안 아주머니가 기울였을 '보이지 않는 노력'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할 수 있었다.
아주머니에게는 장인정신이라는 말이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기자가 만난 아주머니는 진정한 프로였고 사람들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매력을 지닌 사람이었다. 그래서일까, 인터뷰 내내 기자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