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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주부 시민기자들. 왼쪽부터 노리코, 마리코, 토모코상.
ⓒ 이명옥
@BRI@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오마이뉴스가 주최하는 '한일 시민 친구 만들기'가 일본 도쿄에서 열렸다.

남편이나 가족보다는 친구가 더 좋다는 중년의 주부들. 처음 만났지만 조금도 낯설어 하지 않고 금세 친밀하게 팔짱을 끼고 서로의 궁금증을 풀어낼 수 있었던 건 순전히 아줌마들의 친밀함 때문이었다.

이번 행사 주부 교류에는 한국인 주부인 김미영, 김혜원, 안소민, 이명옥, 한미숙 등 5명, 일본인 주부인 마리코, 노리코, 토모코 등 3명과 재일교포 3세인 리귀회씨, 일본 거주 8년째인 오마이뉴스 일본 해외통신원 장영미씨가 함께 했다.

주부들은 함께 백화점을 돌아보고 한일 주부들의 소비관, 교육관, 부부관, 자녀관 등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자유롭게 나누었다. 아래는 도쿄에 거주하는 40대 주부인 마리코와 노리코, 토모코상과 나눈 이야기를 정리한 것이다.

단 다양한 계층이라기 보다는 전업주부, 파트타이머, 카운셀링 단체의 법인 이사로 활동 중인 주부들로 비교적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주부들과 나눈 대화임을 밝힌다.

1. 간 큰 남편은 옛말, 일본은 여성상위 시대

▲ 취재 후기 발표 중인 일본 주부 마리코상.
ⓒ 이명옥
일본인 아내, 영국인 비서, 프랑스인 요리사와 살면 최고의 만족감을 얻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일본인 아내는 상냥하고 순종적이어서 남편을 하늘처럼 떠받들며 살기 때문에 남자들이 황제와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한국의 40~50대 주부들은 가정사가 아닌 개인적인 일로 며칠씩 집을 비울 때는 아래와 같이 행동한다.

적어도 한 달 전부터 가족의 동의와 양해를 구한다. 떠나기 전에는 밑반찬 등을 준비해 놓거나 돌봐 줄 누군가(예를 들어 친정 어머니 등)를 구해 놓는다.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들 때는 자녀들에게 용돈을 더 얹어 주고, 남편의 늦은 귀가도 한 번쯤 눈감아 준다.

그럼 일본의 주부들은 어떨까? 올해 46세 전업주부인 마리코상에게 개인 일로 가족 식사를 챙기지 못하거나 오랜 시간 집을 비울 때는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하이라이스, 카레라이스, 스튜, 라면 등 인스턴트 식품이나 외식으로 '알아서' 챙겨 먹으라고 한단다. 그럼 다른 식구들도 알아서 해결한단다.

"왜, 어디에, 무슨 볼일이냐?"고 묻는 간 큰 남편은 더 이상 없다는 게 일본 주부들의 공통된 대답이었다. 혹 "가지마!"라고 말한다면 당장 이혼감이란다. 하기사 일본 중년 부인들의 욘사마 열풍을 비롯한 한류 붐을 감안하면 그닥 이상한 얘기도 아니다.

2. 사무직 연령 제한은 있고 기·미혼 차별은 없다

▲ 한일주부 기자들(앞줄 왼쪽부터). 안소민, 이명옥, 노리코, 김미영, 한미숙, 도모코, 마리코, 김혜원 시민기자.
ⓒ 이명옥
보통 주부들에게 일자리가 열려 있나 물었더니 전문성을 요하지 않는 슈퍼마켓의 계산원 같은 시간제 일거리는 언제든지 구할 수 있단다. 실제로도 시간제로 일하는 주부들이 많다.

하지만 사무직은 40세 정도의 나이 제한이 있지만 기혼·미혼 여부로는 차별을 받지 않는다고 했다. 결혼을 하면 직장을 그만두기도 한다는 한국의 풍토를 일본의 주부들은 낯설어 했다.

3. 조혼과 만혼의 양극화 갈수록 심해져

10대 후반에 결혼하는 조혼과 40세가 다 되어 결혼하는 만혼의 양극화. 이게 현 일본의 결혼 풍속도다.

여성들의 경제적 자립이 한 요인이기도 하지만 일과 결혼 중 결혼을 필수로 선택하는 시대는 지났기 때문이다. 일을 하다가 마음이 맞는 사람이 나타나면 결혼을 하고 아니면 혼자 살겠다는 게 일반적인 사고로 자리잡고 있다는 증거.

▲ 결혼식에서 처음으로 조상에게 예를 드리러 가는 신혼부부.
ⓒ 이명옥
4. 아들? 오히려 딸이 좋아!

여전히 한국은 아들을 바라는 어른들이 있다. 하지만 일본은 아들을 선호하거나 억지로 아들을 낳으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행사에 참여한 주부들은 아들보다 딸이 더 좋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본 도쿄에서 2시간 이상 떨어진 야마나시현에 사는 장영미 해외통신원의 이야기는 약간 달랐다. 대도시가 아닌 곳에서는 아직도 아들을 낳아야 시집 식구들이 대를 이었다며 좋아하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한국과는 비교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했다는 장애인시설과 노인시설도 한국 주부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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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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