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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6일, 일본 도쿄는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배어있는 도시였다.
12월 16일, 일본 도쿄는 늦가을의 정취가 물씬 배어있는 도시였다. ⓒ 유태웅

@BRI@외국의 도시로 여행을 떠나 정해진 일정과 시간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그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겉모습만 접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만일 그 일정이 짧거나 패키지 여행상품일 경우엔 더욱 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평소 잘 알려진 관광명소만 형식적으로 들러보게 된다.

다른 도시로 여행을 떠나 자신이 살던 주거, 도시환경과는 다른 환경을 살갑게 체감할 수 있는 곳은 도시의 뒷골목이다. 어디서나 많이 본듯한 도시의 건물군들과는 달리 뒷골목은 가장 노골적으로 그 지역의 주거나 도시환경, 문화를 이루고 있는 '사는 공간감'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는 서로 다른 건축문화적인 이질적인 공간감과 더불어 ‘똑같은 인간’이 비슷한 생활양식으로 사는 곳이라는 동질적인 공간감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 그래서 대로변에 꼿꼿이 서 있는 건물군들 보다는 이러한 뒷골목 풍경이 더욱 여행자의 눈과 가슴에 와 닿는다.

도쿄 미나토구 토라노몬 거리에 있는 이면도로
도쿄 미나토구 토라노몬 거리에 있는 이면도로 ⓒ 유태웅
일본 도쿄의 미나토구(區) 도라노몬 거리는 약 130년 전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왔던 역사적인 지역이다. 12월 중순에 다녀 온 이곳은 은행나무 잎들이 노랗게 물들은 전형적인 늦가을 풍경이다. 큰길가에서 좁은 2차선 이면도로를 따라 들어서면 오래된 목조가옥과 새로 짓는 건축공사현장이 있다.

큰 대로변에서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가 깨끗하게 정비된 왕복 2차선 도로를 걷다보면 주위로 작은 건물과 가옥, 일본의 전통적인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작은 사찰을 볼 수 있다. 멀리 연립주택 창가로 햇볕에 말리고 있는 하얀 빨랫감들이 정겹게 다가오는 곳이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듯 반듯한 건물사이로 다소 위태롭게 버티고 있는 오래된 목조가옥들은 애처롭다 기보다는 이곳을 방문한 여행자에게는 하나의 문화재처럼 보인다. 낡은 가옥에서 사는 사람이야 불편하겠지만 이곳의 전통적인 일반가옥을 목격한 외지인에게는 호기심을 유발하기에 충분한 건축물이다.

ⓒ 유태웅
도쿄 미나토구 토라노몬 뒷골목 거리의 오래된 목조가옥
도쿄 미나토구 토라노몬 뒷골목 거리의 오래된 목조가옥 ⓒ 유태웅
ⓒ 유태웅
이 오래된 가옥에서 100여 m 떨어진 곳에서는 꽤 높은 신축건물이 골조공사 중에 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색상의 타워크레인이 튼튼한 안전받침대에 지탱해 하늘높이 솟아있다. 골조공사 중인 건물은 모두 하늘색 외장 커버로 막아 신축공사중인 건물임에도 전체적으로 현장주위가 깔끔한 느낌이 든다.

토요일 아침, 분주하게 건축자재들을 나르는 건설일군들의 복장이 또한 한국과는 다르다. 건설현장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띈 작업인부들은 대부분 하얀색 작업복과 안전복을 착용하고 있다. 통일된 복장이다. 그러나 한국이나 일본 모두 건설역군들에게 주말과 일요일이 따로 없는 것은 공통점인 듯 했다.

안전상 그리고 시각상 건설현장을 막고 있는 울타리에 설치된 공사안내판도 깔끔했다. 전체적인 공사일정은 물론 건물에 대한 설명이 도면으로 자세하게 공개되어 있다. 이곳은 대로변이 아니라 한 블록 안쪽에 위치한 이면도로에 있는 공사현장이다. 이면도로, 뒷골목이라고 해서 그들의 ‘디테일(detail)’한 국민성이 사라지지는 않은 듯 했다.

하늘색 외장커버로 산뜻하게 처리한 신축공사현장
하늘색 외장커버로 산뜻하게 처리한 신축공사현장 ⓒ 유태웅
ⓒ 유태웅
도쿄 미나토구 토라노몬 뒷골목 거리에 있는 신축공사현장 안내판
도쿄 미나토구 토라노몬 뒷골목 거리에 있는 신축공사현장 안내판 ⓒ 유태웅
도쿄 미나토구 토라노몬 뒷골목 거리는 대체적으로 깔끔하게 정비된 도로와 보행로, 쓰레기를 좀처럼 발견할 수 없었던 곳 이였다. 130년 전 일본에서는 처음으로 전기가 들어왔다는 이 지역의 거리에서 짧게나마 느꼈던 공간감을, 일본의 대표적인 ‘거리 느낌’이라고 느꼈다면 지나친 편견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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