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이탈리아 청소년부 장관과 패션연맹 회장은 너무 마르거나 어린 모델을 배제하는 규정에 서명했다. 9월 스페인 마드리드 패션쇼는 체질량지수(BMI) 18(키 172㎝에 몸무게 53㎏ 정도)에 미달하는 모델의 출연을 금지시켰다.
세계보건기구(WHO)는 BMI 18.5 이하를 저체중으로 규정한다. 지난달 브라질 모델 아나 카롤리나 헤스톤이 거식증으로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적정체중 이하 모델의 패션쇼 출연을 금지시켜야 한다는 운동이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모델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마른 몸의 기준이 패션 모델계에만 그치지 않고 일반인들의 몸매 모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은 모델의 몸을 의식해서 몸매 관리하는 경향이 큰데, 직접 이들 모델을 보지는 않는다.모두 미디어를 통해서 볼 뿐이다.
따라서 미디어 속 몸매와 실제 몸매의 괴리가 일어난다. 영양상태와 이미지는 별개다. 요컨데, 미디어 속의 몸매는 실제적으로는 저체중에 비정상적인 몸인데도 불구하고 정상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이 때문에 정상 체중인데도 불구하고 비만체중으로 인식하는 일이 벌어진다.
@BRI@2년 전 한 석사학위 논문에서 서울지역 여고생들의 평균 몸무게는 54.07㎏, 키 162.45㎝로 저체중 14.1%, 표준체중 60.5%, 비만 5.4%로 나타났다. 그런데 조사 대상자들의 35.2%가 자신이 비만체중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즉 자신이 저체중 혹은 정상체중인데도 불구하고 비만이라고 여기는 비중이 많은 것. 네티즌들에게 이상적인 몸무게를 물었더니 여성은 45kg라는 답이 나왔다. 이 때문인지 여성 연예인들의 몸무게는 이상하게 45kg으로 동일하다.
165cm의 연예인이건 172cm의 연예인이건 몸무게는 모두 45kg다. BMI(Body Mass Index: 카우프 지수)에 따르면 156cm에 45kg도 18.49로 저체중인데, 172cm에 45kg은 15.21로 매우 심각한 저체중이다. 예를 들면 165cm에 45kg인 전도연을 비롯 문근영, 김태희 또한 BMI 16.53으로 심한 저체중이다. 167cm에 45kg인 김지수, 임수정도 16.14로 저체중이다.
168cm에 45kg이라고 밝힌 성유리의 경우도 15.94로 저체중인데 키가 크고 45kg에 가까울수록 심각한 저체중임을 알 수 있다.
167cm 45kg은 미디어 이미지, 실제 생활은?
사실 공개적으로 여성 연예인들의 실제 몸무게를 재는 일은 없을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여자 연예인들의 몸무게는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 도저히 정상적인 생활을 못할 수준의 키에 비례하는 몸무게를 내세우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들은 영화나 드라마, 혹은 광고를 찍을 때는 철저하게 관리된 45kg의 몸무게로 나온다. 왜냐하면 미디어에 적합한 이미지로 나타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작업이나 작품이 끝나면 다시 일상에서는 45kg과 먼 생활을 한다.
하지만 미리 찍은 이러한 미디어 이미지는 일반 여성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몸매 모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반 여성들이 무리하게 다이어트를 하게 만들고, 저체중인 자신의 몸이 비만이라고 여기게 만든다. 이 때문에 많은 20-30대 여성들이 골다공증이라든지 기본적인 영양소 부족으로 헌혈부적격판정을 받는다.
지난 달 발표한 대한적십자사의 ‘2004∼2006년 헌혈자 현황’에 따르면 여성 가운데 헌혈 부적격자는 2004년 전체의 41.05%, 2005년 43.39%, 올 들어 10월 말까지 43.04%로 상승하는 추세다. 이런 추세라면 7년 내 여성 2명 중 1명이 헌혈 부적격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 10명중 4명은 헌혈 부적격자라는 말이다.
부적격 원인을 보면 절반 가까운 45.0%가 저비중 때문이었다. 저비중은 영양부족과 체중미달을 의미한다. 한 민간 대형병원이 여성 18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20대 여성의 골다공증·골감소증 비율이 5년 전보다 2.5배 증가했고 20대 여성 10명 중 3명 이상이 골감소증이나 골다공증 환자였다.
물론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음에도 이러한 결과에 미디어나 연예인들은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 한 조사에서 남성들은 45k의 체중을 지닌 여성이 여자 친구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나 결혼 상대자가 45kg이라고 하면 다시 생각할 것이다. 45kg은 미디어 이미지속에서는 보기 좋을지 모르지만 실제에서는 심각한 문제들을 낳기 때문이다. 출산이나 2세에게도 그다지 좋지는 않을 것이다.
마른 몸 연예인 출연 규제 검토해야
더구나 여성연예인들도 고통을 받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자신의 몸을 비정상적으로 학대하면서 활동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단 꼭 45kg은 아니어도 날씬한 몸을 유지하기 위해서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는 경향이 많다. 그러한 사실이 공론화 되지 않았을 뿐이다. 연예 산업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체중을 따로 조사하거나 영영상태를 체크한다면 예상외의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일단 여성 연예인들 모두가 헌혈 부적격자다. 더구나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서 젊은 시절의 무리한 다이어트가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가능성이 이들에게도 상존한다.
마른 몸 경쟁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미디어 자본이나 다이어트 산업 자본에게만 이익을 줄뿐이다. 반면, 이대로라면 개인을 넘어서 국가적으로 엄청난 후유증에 시달릴 날이 멀지 않았다.
해외 모델계가 너무 마른 몸의 모델을 퇴출시키는 일이 단순히 먼 나라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동아시아에서 가장 다이어트가 심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앞으로 지나치게 마른 몸매의 여성 연예인이나 모델은 각종 미디어에 출연 제한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영화, 방송, 광고계에서 공통적인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에 공영 방송에서 너무 마른 인간(?) 출연 규제를 시작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