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한해도 드라마공화국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여러 드라마가 방송되었다. 그중 시청률 면에서 인기를 끌며 인기드라마로 군림했던 것도 있었으며, 상대적으로 진부한 내용이거나, 편성문제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작품들도 많았다.
특히 올해는 시청률이 극명하게 한 작품으로 몰리면서 안방극장에도 양극화 현상이 일어났을 정도. 이 덕분에 대부분 시청률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던 작품들이 도드라져 보이는 한해였다.
사극의 열풍과 멜로·트랜디 드라마의 퇴조, 일일드라마 인기 유지 등으로 올 한해 드라마를 분석할 수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사극 열풍은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가 제작되거나 방송될 수 없는 환경을 만들었고, 사정이 이렇다 보니 몇몇의 독주와 연장 그리고 틈바구니 시장에서 활약한 몇 편의 드라마가 있을 뿐이다.
사극 열풍과 획일화된 드라마
@BRI@2006년 한해, 사극이라는 단어가 너무나 친숙해졌다. 월화드라마 <주몽>을 시작으로 수목드라마 <황진이>, 주말드라마 <대조영> <연개소문>까지. 마치 시청률을 올리려면 사극 드라마를 제작해야 하는 듯했다. 이러한 사극드라마는 평균 시청률 20~30%를 웃돌며 특권을 누렸다.
특히, 국민드라마라 불리는 <주몽>은 연장을 감행하는 동안 상대 드라마 5편을 넉다운 시켰다. KBS <구름계단> <눈의 여왕>과 SBS <101번째 프러포즈> <독신천하> 그리고 <눈꽃>까지. 게다가 SBS <101번째 프러포즈> <독신천하>는 조기조영까지 당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그만큼 MBC에게 있어 <주몽>은 강력한 힘인 동시에 절대적인 것으로 특집 3편을 제작 중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으니, 그야말로 ‘MBC=주몽’이라는 공식이 성립될 듯 보인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여타의 드라마 제작이 둔화되면서 다양한 장르의 드라마들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을 원천적으로 배제시킬 수 있는 우려가 있다. 결과적으로 획일화된 드라마를 볼 수밖에 없는 시청자들의 볼 권리의 범위가 확연히 줄어든 셈이다.
연장 또 연장, 그 끝은 어디?
이와 함께 비인기드라마가 조기종영을 당하는 것이 하나의 의무인 듯 인기드라마의 연장 또한 의무화가 되어버렸다. <하늘이시여>가 세 번의 연장으로 그 포문을 열었다.
당시 연장의 명분은 월드컵 경기와 후속작 <연개소문>의 방영이 늦춰진 것 때문이라고는 이야기했지만 그 속내는 분명 인기드라마의 독주를 잃고 싶지 않았던 것에 있었을 것. 이 바통을 이어받은 드라마가 바로 <주몽>과 <열아홉 순정> <소문난 칠공주>다. 나란히 시청률 1, 2, 3위를 장식하고 있는 드라마답게 연장을 해 눈총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연장이 이처럼 하나의 관행처럼 여겨지는 것은 시청자에도 책임이 있다. 계속 보는 드라마를 즐겨보는 심리 때문에 작품의 질이나 내용 전개와는 상관없이 ‘욕하면서도 보는 드라마’를 공식화시켰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각 방송사들은 욕을 먹으면서도 어떠한 명분을 찾아내 드라마 연장을 성공시킨다. 결국 이러한 현상은 다른 드라마의 성공은 있을 수 없는 일이 되었고, 처음에 시작이 좋았던 드라마 대부분의 결말은 시시하게 끝이 나버린다.
워낙 당초 기획에 벗어나 내용을 무리하게 끌고 가다보니, <주몽>에서 탈출신이 여러 번 등장하고 고구려 건국이야기가 아직도 진행 중이거나, <소문난 칠공주>에서 일한과 미칠이의 문제가 아직도 끝이 나지 않는 등 드라마의 내용이 질질 끌어지고 느슨해져 정체성이 불분명한 드라마가 되어버렸다.
자극적인 소재 인기, 멜로와 트랜디 드라마 시들
이와 함께 자극적인 소재의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버린 딸을 며느리로 삼아 다시금 행복을 찾게 해주고 싶은 빗나간 어머니의 모성애를 그린 <하늘이시여>는 주된 내용의 골자와 함께 직업 비하, 비상식적인 캐릭터와 내용 전개 등으로 많은 비판을 받는 동시에 사랑을 받았다.
이와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룬 <소문난 칠공주>도 비상적인 캐릭터와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를 등장시켰고, 내용 전개도 극단적인 면이 많았지만 여전히 흔들리지 않는 시청률을 유지하며 주말 안방극장을 독차지하고 있다.
반면 멜로와 트랜디 드라마는 현격하게 시청자들에게 외면당했다. 그 중 <궁>과 <연인>, 환상의 커플> <여우야 뭐하니> 정도만 사랑을 받았을 뿐 대부분의 드라마들이 인기를 얻지 못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천국보다 낯선>은 올 한해 최저 시청률 3%를 기록하며 정통멜로의 인기하락을 확인시켰으며, 최근에 방송하는 <눈꽃>과 <눈의 여왕> <90일, 사랑할 시간> 모두 눈물샘을 자극시키는 멜로드라마이지만 소수만이 눈물을 흘리고 있는 중이다.
신선한 소재와 틈바구니 속 드라마 인기
하지만 신선한 소재를 끌어와 트랜디 드라마의 인기의 불씨를 지핀 작품들도 있다. 우선 트랜디 드라마로 분류하기는 힘들지만 대한민국입헌군주제라는 색다른 배경으로 황태자와의 로맨스를 그린 <궁>은 신인연기자들의 기용과 반대에 부딪혀 인기를 끌지 우려가 되었지만 보기 좋게 안타를 치며 인기드라마 대열에 합류했고, 그 이후에도 인기가 한동안 사그라지지 않았다.
이와 함께 늘 사람의 마음을 정곡을 찌르는 노희경 작가의 <굿바이 솔로>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모습과 함께 저마다의 인생이 시청자들에 공감을 얻으며 “역시 노희경이다!”라는 찬사를 받았다.
또 홍자매 월드라는 별명을 지닌 홍정은·홍미란 자매작가는 기존 트랜디 드라마를 한 번 틀어서 색다른 시도로 새롭게 재해석해 인기를 끌었다. 특히 <환상의 커플>은 주말 사극 드라마라는 거대한 산이 있는 틈바구니 속에서 꾸준히 시청률을 올리며 폐인을 양산하기도 했다.
노처녀 삼순이를 연상케 하는 <여우야 뭐하니>는 30대 여성의 사랑과 성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며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선보여 인기를 누렸다. 물론 약간의 진부함과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여하튼 신선한 드라마로 분류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처럼 올 한해 드라마는 사극드라마와 멜로와 트랜디 드라마의 퇴조 등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사극드라마도 매번 같은 소재와 구성방식을 택한다면 언젠가는 트랜디 드라마처럼 험한 꼴을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과 함께 연장의 문제도 다시금 제고를 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더 좋은 드라마,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작품들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드라마의 방향을 제고하고 되돌아 볼 필요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