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금지 캠페인 한 번 어수룩하게 했다가 여성가족부가 큰 곤욕을 치르고 있다. 외신을 통해 대한민국이 '섹스공화국'으로 외국에 알려졌다며 질타하는 목소리도 높다. 대한민국이 섹스공화국인 게 부끄러운 걸까, 아니면 그 사실이 외국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게 부끄러운 걸까.
일단 대한민국에서 성매매할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되고, 그곳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잠깐 보자.
[안마시술소] 안마 언제 하냐고? 바보
문을 열고 들어가면 보통의 러브호텔 객실과 차이가 없다. 침대 대신 커다란 월풀욕조가 가장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다를 뿐.
뒤따라 여자가 들어온다. 여자는 욕조에 물을 채우고, 둘은 함께 욕조에 들어간다. 여자는 때로는 수건으로, 때로는 몸으로 남자의 몸 구석구석을 문지른다. 욕조에서 나온 뒤 남자는 침대에 눕고, 여자는 그 위에 눕는다.
안마는 언제 하느냐고 묻지 말기를, 바보란 소릴 듣는다. 여자는 옷을 챙겨서 나가고, 남자는 잠에 빠져든다. 출장을 가서 여관에서 자지 않고, 안마시술소에서 자는 이들이 많다.
[단란주점] 마음에 드는 여자들 '골라골라'
@BRI@이제 갓 스무 살이 되었을까 싶은 여자들 예닐곱 명이 한 줄로 들어온다. 남자들은 (그들의 아내가 시장에서 물 좋은 고등어를 고르는 것처럼) 여자들을 골라 제 옆자리에 앉힌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없으면 몇 번이고 다른 여자들이 들어온다.
선택이 끝나면 여자들이 신고식을 한다. 여자들은 알몸이 되고, 남자들은 여자들의 몸을 타고 흘렀던 술을 들이켠다.
신고식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팬티만 입은 남자들과 남자가 벗은 셔츠만 살짝 걸친 여자들이 노래방 기기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춤을 춘다. 술에 취했는지, 분위기에 취했는지 춤을 추는 동안에도 남자들의 손은 연방 여자들의 몸을 더듬는다.
그러다 지치면 한 방에서 서너 명의 남자들이 서너 명의 여자들의 도움을 받아 동시에 사정을 한다. '북창동'이라 이름 붙은 곳에선 순서까지 다 똑같다. 여자들은 옷을 챙겨서 나가고, 남자들은 각자 자기 몫의 돈을 꺼낸다.
[러브호텔] 자장면 배달하듯 여자가 온다
입구에 나뒹굴고 있는 명함 하나 집어들고 러브호텔로 들어간다. 방 안에도 잘 살펴보면 여자들의 사진이 들어간 명함 한두 개씩은 있다.
전화를 하면 자장면 배달하듯 바로 여자가 도착한다. 계산을 하고, 샤워를 하고, 그 일을 한다. 그리곤 돌아간다. 자장면 빈 그릇 가지고 가듯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남성휴게소] 여자의 손을 빌어 '휴게'
안마시술소와 비슷하지만 월풀 욕조는 없다. 공동 샤워장에서 샤워를 하고 배정된 침대에 눕는다. 비좁은 방에 침대 하나가 전부다. 그나마 문은 커튼으로 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옆 칸에서 나는 신음이 들릴 때도 있다. 여자는 손과 그 외의 것을 이용해서 남자의 사정을 돕는다.
[노래방·노래밤·노래빠] 맥주 몇병으로 단란주점 기분내자
단란주점에 갈 형편이 안 되는 남자들이 맥주 몇 병 갖다 놓고 단란주점의 기분을 내는 곳이다. 노래방에서 아이들 손잡고 가족끼리 노래를 부르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미리 들어가서 분위기를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요즘은 '노래밤'이나 '노래빠' 등으로 노래방과 단란주점의 중간쯤에 있는 곳도 많다. 한두 시간 좁은 방에서 남녀가 노래를 부르다 보니 욕정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그 자리에서 2차에 대한 거래가 이루어지고, 둘씩 나뉘어 가까운 여관으로 간다.
[집창촌] 붉은 조명아래...
붉은 조명 아래 여자들이 다소곳이 앉아 있다. 호객행위를 하는 아줌마들만 돌아다닐 뿐. 방안에 들어가면 맥주가 상자 채로 나오고, 일회용 접시에 얇게 썬 과일안주와 마른 김이 전부인 마른안주가 나온다. 노래가 한 바퀴 돌고 나면 여자들은 저마다 재주를 선보인다.
그 좁은 방 안에서 다들 얼추 벗은 상태로 술을 마시고 여자들의 몸을 구경한다. 술이 떨어졌다 싶으면 각자 방으로 들어가 일을 치른다. 일을 먼저 마친 친구가 밖으로 나가는 소리가 들리고, 입에 문 담배가 다 타기도 전에 다들 문밖에서 모이게 된다. 각자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한다.
대한민국보다 성매매 쉬운 곳을 알지 못한다
여기까지다. 내 경험과 주위 친구들의 경험, 그리고 웹사이트를 참조로 해서 만든 게 이 정도다(꽤 유명한 어느 웹사이트는 성매매 경험과 '물 좋은' 업소를 공유하는 게시판을 따로 마련해 놓고 있었다).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까지 자세하게 설명한 까닭은 남자들은 다 아는 걸, 다수의 여성은 잘 모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 곳에서 남자들이 얼마나 적나라해지는지, 그리고 여자들이 얼마나 큰 수치심을 느껴야 하는지를 보통의 여자들은 잘 모른다. 그걸 알고도 남편의 외박이나 2차·3차로 이어진 회식을 이해해 주는 건 불가능하다.
여성부 역시 잘 모르고 있었던 듯하다. 알고 있었다면 2차를 안 간다는 이유로 남자들에게 돈을 주기보다는,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성매매 업소 정리를 시도했었으리라.
어느 여성 국회의원 역시 잘 모르는 게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성매매 업소가 아니라, 성매매를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여성부와 그토록 날을 세우진 않았을 테니까.
위에 소개한 몇 군데와 내가 알지 못하는 더 많은 장소에서 지금 이 시간에도 성매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장소는 달라도 하는 일은 똑같다. 남자는 여자의 도움을 받아 사정을 하고, 여자는 몸을 팔아 돈을 번다. 대한민국 어느 도시에 가더라도 5분 내에 성매매를 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난 대한민국보다 성매매가 더 자유롭고 수월한 곳을 알지 못하고, 성매매를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친구의 이름을 자신있게 이야기하지 못한다. 남자들에게 대부분 어젯밤에 있었던 성매매 경험이 수치가 아니라 자랑이다. 내가 남자이기에 망정이지, 여자였다면 그런 남자들과 마주 대하는 것조차 불편했을 게 뻔하다.
성매매 방지를 위함 캠페인이 부적절했다는 이유로 여성가족부 폐지를 위한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그래, 이 참에 여성가족부를 폐지하자.
온 나라에 성매매를 위한 인프라가 이처럼 완벽하게 구축이 되는 동안 도대체 뭘 하고 있었는지 나 역시 궁금하다. 대신 남성부를 하나 만들자. 어차피 위에 열거한 성매매 업소들 모두 정리하려면 새로운 정부 부처 하나 필요하다.
성매매가 '죄악'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남성들을 교화시키고, 그들이 이제는 적나라해지지 않도록 제어하는 그런 부서 하나 만들자.
섹스공화국인 대한민국 남성이라는 게 부끄러운 건 나 혼자뿐일까? 여성가족부 폐지하자며 서명운동 벌이는 그들은 부끄럽지 않은 걸까? 정말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