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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두에 대해‘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 준 ‘군만두’
만두에 대해‘새로운 맛’을 느끼게 해 준 ‘군만두’ ⓒ 조광선

내 아내는 만두를 좋아한다. 결혼해서 2년 후에나 난 아내가 만두를 좋아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참 못난 남편이다. 집사람이 뭐 좋아하는지도 모르는 둔한 센스를 가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크리스마스 날 아내가 말했다.
“크리스마스인데 점심 나가서 먹을까?”
“그러지 뭐”
“근데 뭘 먹지?”
“만두 어때?”

이 질문을 받자 나는 순간 쓰라린 기억이 떠 올려진다. 결혼 2년 후 쯤 내가 “자기 만두 좋아해?”라고 물어보자 “그걸 이제서 알았느냐?”고 핀잔을 꽤나 주었기 때문이다.

순간적으로 나는 지난날의 실수를 만회하려고 “어 좋지! 자기 만두 좋아하잖아?”
재빠르게 되받아쳤다. 아내는 피식 웃었다.

‘만두’
집에서 쉬운 재료로 해먹을 수 있는 음식이고 분식집등에서 쉽게 파는 평범한 음식 중의 하나다.

늘 먹어본 ‘김치만두’ 하지만 이날 먹어본  맛은 크게 달랐다.
늘 먹어본 ‘김치만두’ 하지만 이날 먹어본 맛은 크게 달랐다. ⓒ 조광선

그동안 만두를 먹어도 “맛있다” ”좋아한다” 이런 말을 나는 해본 적이 없었다.
이날도 평범한 만두를 그저 먹으러 가는 ‘때우기 식’으로 나는 생각했다.

“OO만두로 갈꺼야?”
내가 묻자
“아냐 더 맛있는 곳이 있어!”
“거기 보다 더 맛있는 곳이 있어?”
나는 궁금했다.

“어디?”
“가보면 알아, 빨리가야돼 늦으면 한참 기다려”
으~ 또 줄서서 먹는 곳인가 보구나

나는 줄 서서 뭔 음식을 기다리며 먹는 것을 징하게 싫어한다. 조급한 성격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작 별 맛도 없는데 맛집에 한번 나왔답시고 줄만 즐비하게 서게 만드는 그런 집들이 꽤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울에서는 그렇게 줄서서 기다리며 먹는 곳이 꽤 있지만 내가 사는 수원에서 만두를 줄을 서서 기다려야 먹을 수 있는 곳이 있다니. 그러나 아내가 좋아하는 만두라니 오늘은 줄서서 기다리더라도 가야지 별 수 없었다. 도착하니 역시나 줄은 길게 늘어서 있었다. 6번째 기다리는 손님이다.

‘18’번이라고 쓰여진 번호표를 주며 "뭐 드실거에요?" 묻는다. 이 곳은 손님들의 기다림을 덜어주고자 줄선 채로 주문을 미리 받아 놓는다.

주문을 하고 15분 정도 추운데 떨면서 기다리니 “18번 손님 들어오세요”하는 반가운 소리. 주문을 미리 한 터라 앉자마자 곧 만두가 나왔다.

녹는다는 표현이 어울렸던 ‘고기찐만두'
녹는다는 표현이 어울렸던 ‘고기찐만두' ⓒ 조광선

우리가 시킨 만두는 찐만두, 김치만두, 군만두 그리고 만두국 이었다. 우선 찐만두와 김치만두가 나오고 아내가 시킨 만두국이 나왔다. 얇게 빚어 갓 찌어낸 만두는 속이 살짝 보이면서 터진데라곤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정도로 보기에도 예쁘다.

먼저 김치만두를 호호~ 불은 후 입속에 넣어 이리돌리고 저리돌려 뜨거운 만두 온도를 낮춰 놓고 본격적으로 씹자 맛이 느껴졌다.

만두속은 부드러우며 맛 또한 좋았다.
만두속은 부드러우며 맛 또한 좋았다. ⓒ 조광선

어라~ 맛이 장난이 아닌데…. 아이들 챙겨 줄 새도 없이 내 입으로 가져가기가 바빠졌다.

적당히 튀겨진 군만두, 금세 바닥이 났다.
적당히 튀겨진 군만두, 금세 바닥이 났다. ⓒ 조광선

이어서 찐만두를 먹고 있는데 군만두(튀김만두)가 나왔다. 튀겨진 색깔부터가 범상치 않았다. 노르스름하게 구워진 군만두는 무척 먹음직스러웠다. 군만두 맛에 대한 기억은 그리 좋지 않다. 중국집에서 서비스로 주는 군만두…. 그 맛은 정말 젬병이었다. 거져 주는 거지만 항상 남겼다.

그런데 웬걸! 베어 물자 고소함과 아삭함이 느껴지는 깊은 맛이 배어나왔다. 느끼한 것을 싫어하는 나였지만 “만두를 튀겨도 이렇게 맛있구나”를 연실 되뇌며
나는 군만두만 공략했다.

아내가 시킨 만두국, 맛있는 만두를 넣고 끓였으니 만두국 맛도 역시였다.
아내가 시킨 만두국, 맛있는 만두를 넣고 끓였으니 만두국 맛도 역시였다. ⓒ 조광선

아내는 만두국을 먹으며 몇 점 집어먹고 딸과 아들도 맛있는지 잘 먹었다. 이 꼬맹이들도 맛은 기가 막히게 안다. 조금이라도 맛이 없으면 “엄마 이거 왜 이렇게 맛이 없어?”라고 대뜸 얘기하는데 오늘은 이런 말이 전혀 없고 내가 “맛있니?”라고 묻자 입에 만두를 물고는 고개만 끄덕인다.

온통 만두 메뉴로 훌륭한 외식을 했다.
온통 만두 메뉴로 훌륭한 외식을 했다. ⓒ 조광선

다 먹고 나서 나는 “여기 처제 한번 꼭, 데리고 오자”했다. 우리만 이 맛을 알기에는 너무 아까웠기 때문이다.

“여기 얼마에요?”일어나 계산을 하려고 가격을 물으니 “만원이네요.” “만원?”
정말싸다. 만원으로 한가족(4명)이 맛있게 한끼를 먹다니 정말 멋진 외식이었다.

만두집을 나서자 역시 또 다른 팀들이 가게안에서 먹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기다리고 있었다. ‘만두’ 맛이 이렇게 깊은 맛이 있었는지 예전에 미처 몰랐다.
만두. “자네 정말 몰라봐서 미안해.”

덧붙이는 글 | 이 곳 만두집은 수원에서 30년 정도 된 만두집입니다. 이집은 만두와 쫄면이 유명합니다. 저는 쫄면은 좋아하지 않아서 먹지 않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쫄면을 먹고 있었습니다. 이곳을 홍보하자는 취지가 아니니 정확한 위치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수원 장안문(북문)근처에 있습니다. 만두가격은 1인분 2500원~3000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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