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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스쿠니신사 내 유수칸 박물관. 오는 1월 1일부터 미국, 중국을 자극할 만한 표현들이 일부 수정된다.
야스쿠니신사 내 유수칸 박물관. 오는 1월 1일부터 미국, 중국을 자극할 만한 표현들이 일부 수정된다. ⓒ 야스쿠니신사
지난 12월 26일부터 임시 휴관에 들어간 야스쿠니신사 유수칸이 2007년 1월 1일 다시 개관한다. 야스쿠니신사의 전쟁박물관인 유수칸은 개관 5주년이 되는 2007년을 맞이하여 지금 새 단장을 하고 있다.

@BRI@지난 26일자 일본 <아사히신문>에 보도된 바와 같이, 12월 26~31일 동안 유수칸 박물관의 전시판 문구 중 일부가 수정된다. 과거 일본의 침략전쟁과 관련하여 이웃나라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표현들을 가급적 순화시키기 위한 작업이다.

그런데 유감스러운 것은 미국·중국의 감정을 훼손할 수 있는 표현들만 수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야스쿠니 문제의 핵심 당사자 중 하나인 한국·북한의 주장은 반영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아사히신문> 보도에 따르면, 1941년 12월 8일 태평양전쟁 발발과 관련하여 종래에는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이) 자원이 부족한 일본을 금수(禁輸)조치를 통해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어 전쟁을 강요"했다는 표현이 적혀 있었지만, 2007년 1월 1일부터는 이 문구가 삭제된다. 대신, 당시 미 육군장관 스팀슨의 일기를 공개하면서 "(미국측에) 개전의 의도가 있었다"는 수준의 완화된 표현이 내걸리게 된다.

그리고 만주사변·중일전쟁 등에 관한 표현도 수정된다.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야스쿠니신사 홍보과 담당자는 "공개 때까지는 밝힐 수 없지만, 타국에 대해 지나치게 공격적인 표현은 완화했다"고 밝혔다. 두 전쟁의 발발과 관련하여 중국측의 감정을 훼손하는 표현들을 완화했다는 코멘트다.

하지만 이와 같은 부분적인 수정에도, 유수칸 전시판의 문구 수정에는 다음과 같은 문제점이 여전히 남아 있다.

첫째, 일부 표현만 수정했을 뿐 침략전쟁 자체를 시인한 것은 아니다. 1월 1일부터 유수칸에서는 일본 국왕(소위 '천황')의 개전조서(開戰詔書)가 영문으로 번역되어 전시된다. 외국인들에게 개전의 정당성을 밝히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전쟁을 벌이면서 개전조서에 자기 나라의 잘못을 인정하는 나라는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개전조서 영문본의 전시는 자신들의 대외침략을 스스로 정당화하기 위한 시도에 불과한 것이다.

둘째, 미·중 양국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표현을 부드럽게 바꾸면서도, 남북한과 관련된 부분에 대해서는 수정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일본 언론의 보도를 보면, 남북한 관련 부분은 수정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중국과 함께 야스쿠니문제를 가장 열렬히 비판한 나라가 바로 한국인데, 정작 한국 관련 부분은 쏙 빼놓은 것이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항의의 강도가 낮았던 미국 관련 부분은 일본이 '알아서' 수정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차별적인 취급에 대해 사후에 한국측이 항의할 것이라는 점을 뻔히 알면서도 유독 남북한 관련 부분만큼은 수정하지 않는 일본을 보면서, 일본이 과연 한국과의 미래 지향적인 동반자관계를 만들려는 의지가 있기나 한 것인지 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관제 동원의 냄새를 풍기는 중국에 비해 한국에서는 민간에서 자발적인 야스쿠니반대운동이 벌어졌음에도, 일본은 한국의 항의에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미국·중국의 비위만 맞추려 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일본의 태도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지만, 우리는 동시에 우리 자신의 문제점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일본의 대한(對韓) 무시는 한국 정부에게도 일정한 시사점을 던지는 것이다. 이는 중국 국민들보다 한국 국민들의 야스쿠니 반대 열기가 더 뜨거움에도, 한국 정부가 이러한 국민적 지지 열기를 외교적 수확으로 연결시키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비유적으로 말하면, 미드필더(국민 여론)에서 애써 빼앗은 공을 상대편 골대 앞으로 쏘아 보냈지만, 정작 공격수들(외교 라인)이 골 결정력이 부족하여 유효 슈팅을 날리지 못하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을 의도적으로 무시하는 일본의 태도도 문제이지만, 국민적 지지 열기를 외교적 수확으로 연결시키지 못하는 한국 정부의 능력 부족도 문제일 것이다. 야스쿠니신사 측이 미·중뿐만 아니라 한국의 눈치도 보게 하려면, 국민적 역량을 외교적 역량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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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ongsung.com.시사와역사 출판사(sisahistory.com)대표,제15회 임종국상.유튜브 시사와역사 채널.저서:친일파의 재산,대논쟁 한국사,반일종족주의 무엇이 문제인가,조선상고사,나는 세종이다,역사추리 조선사,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못하나,발해고(4권본),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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