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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딸이 성탄카드 보냈네요."
우체부 아저씨가 회사 사무실을 다녀간 후 직원 한 분이 저에게 오면서 '딸이 보냈다'며 빨간 성탄카드를 건네줍니다. 성탄절이 한참이나 지난 지라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습니다. 근데 삐뚤삐뚤 글씨에 '장세린 올림'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눈에 들어옵니다.
@BRI@봉투에 쓰여 있는 글씨 하나하나를 읽고 또 읽어봅니다. 큭큭! 처음에는 몰랐는데 집 주소를 '주공 5차'가 아닌 '주공 오차'로 적었습니다. 하긴 뭐, '5차'로 쓰나 '오차'로 쓰나 틀린 건 아니니까.
녀석의 정성이 들어간 카드를 단번에 뜯기가 뭐해서 한참을 바라보다 녀석이 무슨 사랑스런 말을 썼을까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봉투를 열었습니다.
우와∼ 멜로디 카드입니다! 누르니 성탄절 노래가 연이어 나옵니다.
'흰 눈 사이로 썰매를 타고∼ … 루돌프 사슴 코는 매우 반짝이는 코….'
음악소리에 직원들이 모두 저를 바라봅니다. 한마디씩 합니다.
"에궁, 부럽다 부러워. 나도 저런 시절이 있었는데."
"난 언제 저런 거 받아보나?"
카드 안을 들여다봅니다. 일단 사진상으로 원본을 보여드리겠습니다.
가진 것 없지만, 이 평범한 행복이 있어 많이 행복합니다
'사랑하는 아빠에게'로 시작한 딸의 성탄 카드. 아직 한글을 다 익히지 못한 탓에 여기저기 썼다 지웠다 한 흔적과 삐뚤삐뚤 쓴 글씨, 그리고 같은 말을 반복적으로 썼습니다. 간혹 맞춤법이 틀린 글씨도 있습니다.
큭큭, 녀석 '아빠 즐거운 메리 크리스마스 보내세요'라고 쓰려고 한 것 같은데 '아빠 즐거운 메리 크리 크리스마스 본내세요'라고 썼네요. 하지만 그래서 더욱더 사랑스러움을 느낍니다.
아마 또박또박한 글씨에 맞춤법 하나 틀리지 않고 쓴 편지라면 이 사랑스러움과 행복함이 조금은 덜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요 녀석 좀 보세요. 누가 '놀아줘 대마왕' 아니랄까봐 글 끝에 '아빠 나랑 같이 놀아 주세요. 아빠 나랑 많이 많이 놀아주세요'라고 쓰여 있네요.
'놀아달라'는 말을 두 번이나 하고, 그것도 모자라 '많이'도 아니고 '많이 많이' 놀아달라고 썼습니다. 녀석, 얼마나 더 많이 놀아줘야 놀아달라는 소리를 안 하려는지….
요즘 유치원도 방학이라 하루종일 심심한가, 아침에 출근할 때 빨리 오라고 성화입니다. 언제나 그렇지만 오늘도 저는 오후 6시 땡! 하자마자 집으로 갈 겁니다. 전 아이들하고 노는 게 참 재밌습니다. 그리고 잠든 녀석들 얼굴에 살며시 볼을 맞댈 때, 이불을 덮어주고 잠든 아이들 모습 바라볼 때 우주보다 더 넓은 충만한 행복을 느낍니다.
때로는 돈이 많으면 참 좋겠다,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할 때도 있지만, 돈보다는 지금처럼 녀석들이 아프지 않고, 맑은 웃음을 잃지 않고, 또 아빠와 엄마와 신나게 노는 지금의 이 평범함이 제일 좋고 행복합니다.
지금의 이 '평범한 행복'이 계속되는 것이 나의 새해 소망!
새해가 되면서 황금 돼지해다 뭐다 해서 벌써 "부자 되세요! 대박 나세요!" 등으로 요란하더군요. 뭐, 좋은 뜻으로 하는 것이니 딴지를 걸 생각은 없지만, 행복이라는 기준을 물질(돈)이라는 잣대로만 평가하려고 하는 것 같아 씁쓸한 기분입니다.
물론 저도 집도 샀으면 좋겠고, 승진도 했으면 좋겠고, 월급도 많이 올랐으면 좋겠고, 새 차도 있었으면 좋겠고, 로또라도 당첨됐으면 좋겠고…. 뭐, 사실 바라는 건 많죠. 그렇지만 소유하고자 하는 마음이 크면 클수록 행복이라는 놈이 멀어진다는 것을 어디선가 들은 것 같기에 욕심 안 부리고 그냥 지금처럼 이 평범한 행복이 쭈욱∼ 계속 됐으면 좋겠습니다.
뭐, 행복이 별건가요? 이런 게 행복이지! 그래서 제 새해 소원은 평범하게 사는 것, 그 '평범'의 기준을 더 높이지 않고, 높이려는 욕심을 버리고 지금의 이 평범한 행복이 쭈욱∼ 계속되는 것이 저의 새해 소원입니다.
행복이라는 놈은 높은 곳이 아니라 낮은 곳을 바라볼 때 보인다고 합니다. 아마 지금 여러분 곁에는 행복이라는 놈이 "나 좀 봐 주세요!"하면서 기다리고 있을지 모릅니다. 한 번 찾아보세요. 찾지 못했던 그 많은 행복 꼭 발견하셔서 2007년도에는 모두 모두 행복하세요!
덧붙이는 글 | 지난해 12월 29일에 있었던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