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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딜레라 산맥 정상의 여명과 발아래 구름
코딜레라 산맥 정상의 여명과 발아래 구름 ⓒ 윤병두
@BRI@필리핀 바나우에에서 새벽 5시에 출발하여 해발 2000m가 넘는 코딜레라 산맥을 넘어 지프니는 달린다. 천길 절벽 밑으로 아스라이 계곡물이 흰 물거품을 내고 흘러가고 있다.

3시간을 넘게 우리는 부족의 이름을 그대로 지역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본톡과 사가다를 향해 가고 있다.

이곳은 산세가 험하지만 금, 은 등 광산지대로 산 정상까지 오르는데 바나우에 만큼은 덜 위험해 보였다.

산 정상에 오르니 겨울을 느끼게 하고 아침 여명과 함께 발아래 펼쳐지는 구름이 장관을 이루고 있었다.

본톡지방의 또 다른 라이스 테라스

[왼쪽사진] 본톡지방의 또다른 모습의 라이스 테라스, [오른쪽 사진] 벼 수확을 끝낸 논에는 한창 채소가 자라고 있다.
[왼쪽사진] 본톡지방의 또다른 모습의 라이스 테라스, [오른쪽 사진] 벼 수확을 끝낸 논에는 한창 채소가 자라고 있다. ⓒ 윤병두
산악지대 사람들이 일구어 놓은 생명줄인 계단식 논은 이푸가오나 본톡, 사가다할 것 없이 유사함을 느낄 수 있었다. 본톡 사람들의 계단식 논은 치코강을 끼고 있는 곳이라 우리나라 산골마을을 연상케 하였다.

본톡 지역은 비교적 논농사를 정교하게 잘 가꾼 반면, 사가다 지역은 고산지대로 벼 보다는 양배추, 배추, 감귤, 도마도 등 다양한 작물을 볼 수 있었다.

본톡족, 사가다족, 이푸가오족 3개 부족이 끝없는 물 전쟁으로 해드 헌터라는 악명이 붙어다닌 것은 스페인 통치시대 때 이곳 사람들을 미개한 족이라 분류하면서 불렸다고 한다.

이 세 부족 중에 전통을 고수하는 이푸가오족에 의해 쌀 농사기술이 이전되어 오늘에 이른다고 한다.

본톡 지방의 치꼬강 주변의 가을 들녘.
본톡 지방의 치꼬강 주변의 가을 들녘. ⓒ 윤병두
해발 1500m 고원마을, 산으로만 이루어진 지역이라고 해서 도(道) 이름도 마운틴 도, 사가다에 도착하면 우린 60년대 시골 고향에 온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한다.

비포장 길을 따라 산마루를 넘어가면서 발아래 펼쳐지는 다락논과 울창한 소나무 사이로 다닥다닥 게딱지처럼 붙은 마을은 한 폭의 수채화 같았다.

마을입구에 들어서면 금방이라도 어머님이 달려 나올듯한 정겨운 마을이었다. 그곳에는 벼를 수확한 뒤 이모작으로 양배추와 토마토가 자라고 있었고, 노랗게 익어가는 감귤밭은 제주도의 시골마을에 온 것 같았다.

절벽에 매달려 있는 사자(死者)의 관, 이색 장례문화

사가다는 석회암 동굴과 이고롯족의 특이한 장례풍습으로 유명한 곳이다.

동굴까지 가는 길은 걸어서 30분 정도 걸린다. 송림 사이로 석회석 바위가 즐비하게 늘어져 있고, 그 사이에 죽은 사람의 관을 바위틈이나 절벽에 메달아 놓은 것을 발견하고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라고 만다.

[왼쪽사진] 사자의 관을 바위틈이나 절벽에 메달아 놓고, [오른쪽 사진] 이고롯족의 이색 장례문화.
[왼쪽사진] 사자의 관을 바위틈이나 절벽에 메달아 놓고, [오른쪽 사진] 이고롯족의 이색 장례문화. ⓒ 윤병두
바로 이고롯족의 이색 장례문화로 사람이 죽으면 관을 바위 사이에 걸어둔다고 한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나무로 만든 관이 썩어 주변에는 해골을 볼 수 있어 더욱 신기하게 느껴졌다. 아마도 죽은 자의 영혼이 하늘로 올라가기 싶게 하기 위함이 아닌가 생각된다.

소나무 숲 사이로 40년 전 고향마을을 보고

여인네 속살처럼 내놓은 아름다운 종류석
여인네 속살처럼 내놓은 아름다운 종류석 ⓒ 윤병두
수마깅 동굴은 아무런 보조시설도 없이 300m를 걸어서 체험하는 이색 동굴체험이었다. 5명당 1명의 안내원이 램프를 들고 동굴을 안내하고 있으며, 이들의 도움 없이는 위험하고 미끄러워 도저히 체험할 수가 없다.

동굴 끝 지점에 오면 바위 사이에 조개 껍질 화석이 수없이 많이 박혀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옛날 이 바위들이 지각변동에 의해 바닷속 바위가 산이 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왼쪽사진] 60년대 우리나라 농촌같은 풍경. [오른쪽사진] 다락논에 고구마를 심고, 원을 그린 이랑이 이색적.
[왼쪽사진] 60년대 우리나라 농촌같은 풍경. [오른쪽사진] 다락논에 고구마를 심고, 원을 그린 이랑이 이색적. ⓒ 윤병두
사가다는 우리네 70년대 새마을운동을 하기 이전의 고향마을처럼 느껴졌다.

단지 아쉬움은 이들의 사는 모습과 문화를 체험하지 못한 아쉬움을 뒤로 한 채 17시간 동안 비포장도로와 교통지옥을 체험하면서 로스 바뇨스에 도착했다.

멀고 험난한 여정이었지만 나는 돈으로 살 수 없는 40년전 내 고향 마을을 보고 온 것 같아 이번 오지체험 여행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덧붙이는 글 | 필리핀 오지마을 체험은 2006년 12월 26일부터 29일까지 4일간 필리핀에 있는 국제미작연구소(IRRI) 가족과 함께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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