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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전방 군부대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에서 복무중인 육군 현역장병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는 모습. 


토익(TOEIC)시험이 처음으로 실시, JSA에서 군 복무중인 육군 현역장병들이 지난달 2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 선봉교육관에서 제152회 TOEIC 정기시험을 치르는 모습.
최전방 군부대인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경비대대에서 복무중인 육군 현역장병들이 시험을 치르고 있는 모습. 토익(TOEIC)시험이 처음으로 실시, JSA에서 군 복무중인 육군 현역장병들이 지난달 28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경비대대 선봉교육관에서 제152회 TOEIC 정기시험을 치르는 모습. ⓒ 연합뉴스

최근 입법예고된 '군인복무기본법'의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군인기본법은 병사들의 기본적인 의무와 권리를 규정한 법이다. 그런데 이런 군인기본법이 왜 논란이 되는가? 창군 이래 처음으로 군인에게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0여년 동안 군인은 의무만 있었지 권리는 없었다.

그런데도 일부 언론, 군관계자, 네티즌들은 다양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특히 병사 상호간에 명령과 지시를 금지한 부분에 대해 문제를 삼고 있다. "이런 문제를 입법할 필요가 있느냐", "상호간 고발사태가 벌어진다", "동료의식이 희박해지고 전투력이 약화된다", "한국군을 떠받쳐온 내무반 질서가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안의 취지는 사적인 제재를 없애자는 것

@BRI@이런 우려는 정당하지 않다. 법안의 내용부터 정확히 알 필요가 있다. 1월 3일 국방부 설명에 따르면 "지휘계통상 상관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은 경우, 사수·조장·조교 등과 같이 편제상 직책을 수행할 경우, 기타 법령이나 내규에 의해 병 상호 간 명령이나 지시할 권한이 부여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른 병에게 어떠한 명령이나 지시 등을 할 수 없고 간섭할 수 없다."

즉, 법안의 취지는 병사 상호 간에 사적인 제재를 할 수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사생활에 대해서는 고참병도 명령이나 간섭을 할 수 없도록 해서 억압적인 병영문화를 바꿔보자는 것이다. "군인은 어떠한 경우에도 구타·가혹행위·언어폭력 등 기타 사적제재를 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도 마찬가지다. 공적인 영역인 군대 업무나 통솔에 필요한 명령이나 지시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반대하는 분들의 걱정은 계속된다. 그러나 법안에는 이런 걱정이 모두 해결되어 있다. 법안에는 "근거 없는 인신공격 혹은 무기명에 의한 인터넷 게시 등을 통한 무고 행위" 등도 금지했다. 법안에는 충성의 의무, 성실의 의무, 명령 복종과 실행의 의무, 비밀 엄수 의무 등도 명시됐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군의 기강이나 통솔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다.

인권없는 군인관은 일본 군국주의의 산물

그러면 이들이 군인기본법에 반대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제국주의 일본으로부터 잘못 이식된 군국주의 군인관에 사로잡혀 있기 때문이다. 군국주의 군인관에 따르면 군인은 의무만 있고 권리는 없다. 군인은 보편적인 인권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국가를 위한 전쟁의 도구나 소모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군국주의 군인관이 얼마전까지 우리 군대와 사회의 지배담론이었다.

그러나 이런 군인관이 민주국가의 정상적인 군인관이 될 수는 없다. 민주선진국가의 군인은 이렇지 않다. 선진국에서는 군인을 "제복 입은 시민"이라고 생각한다. 군인은 국민과 나라를 지킬 의무를 지지만 시민으로서 누려야 할 권리도 당연히 보장된다. 그래서 독일의 경우 군인법에 군인이 져야 할 의무와 함께 누려야 할 권리도 당당하게 규정하고 있다. 우리도 이런 방향으로 군대를 바꿔야 한다.

병영문화 개선없으면 사건·사고 계속될 것

논산 육군훈련소 연병장에서 제식훈련을 받던 훈련병들이 조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논산 육군훈련소 연병장에서 제식훈련을 받던 훈련병들이 조교의 설명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조용학
군국주의 군인관을 가진 분들은 병사들의 고통에 관심이 없다. 이들은 비좁은 평상형 내무반에서 40명의 병사가 칼잠을 자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이들은 평상형 내무반이 1905년 러일전쟁 때 일본군이 쓰던 것과 같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의무병이니까 형편없는 식사나 부족한 보급품도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군인에게 인권이 왜 필요하냐고 생각한다.

그 결과가 2005년에 일어난 GP총기사건과 훈련소 인분사건이다. 100년 전에나 일어나야 할 야만적인 사건이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일어난 것이다. 열악한 복무환경, 억압적인 병영문화 때문이다. 병사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으니 복무환경은 열악할 수밖에 없다. 기본환경이 열악하니 병사들 사이에 마찰이 많아지기 마련이다. 해결책은 억압밖에 없었고, 이것이 사고로 이어진 것이다.

선진국 군대가 강한 것은 기본권 보장 때문

이런 구시대의 악습과 폐단은 없애야 한다. 이런 악폐를 한국군을 떠받쳐온 내무반 질서라고 보는 것도 부당하다. 전투력이 약해질 것이라고 보는 것도 근거가 없다. 미군이나 영국군은 공사구분이 엄격하다. 기본권과 사생활을 철저히 보장한다. 그러나 기본권을 보호한다고 해서 미군과 영국군의 전투력이 약하다는 얘기를 들어보지 못했다. 그들의 전력은 세계 최강이다.

나는 군인의 기본적인 권리와 복지는 국가와 국민의 의무라고 믿는다. 그래야 전투력도 강해진다고 생각한다. 폭언과 구타, 가혹행위가 계속되는 군대는 후진국 군대일 뿐이다. 지금 논란이 되는 업무시간 이외의 사생활 침해 금지는 당연한 것이다. 당장은 어색할지 모르지만 조금만 익숙해지면 달라진다. 선진국에서는 모두 하고 있는 것을 한국군에만 가능하지 않다고 보는 것은 부당하다.

병사월급 30만원, 군복무기간 18개월로 해야

군인기본법은 일제 군국주의 군대에서 민주선진군대로 바뀌는 전환점이다. 그러다보니 권리의 내용도 보잘 것이 없다. 법안의 내용 중에는 이미 시행중인 '군인복무규율'에 담겨있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병영문화 개혁을 위해 여러 부대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했던 내용이다. 군인기본법은 이를 법률로 규정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위법한 명령에 대한 거부권 같은 것은 없다.

나는 2년전부터 병영문화 개선을 위한 10대 정책을 제안한 바 있다. 병사들의 월급을 30만원으로 하고, 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며, 병사들의 의식주를 획기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징계영창을 폐지하고, 인권보호에 미흡한 군사법제도를 개혁하며, 병 상호 간에 존대말을 쓰고 휴대전화를 허용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된다. 군인기본법은 나의 주장에 한참 못 미친다.

그런데도 군인기본법에 반대하는 분들을 이해할 수 없다. 그분들의 주장은 19세기 병영을 계속 운영하자는 얘기와 같다. 100년 전 일본군의 병영문화를 신봉하면서 전투력 강화를 얘기하는 것은 모순이다. 진정한 전투력은 욕설과 폭력이 아니라 병사들이 서로를 존중할 때 나온다. 그래야 진정한 믿음과 단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강군을 바란다면 군인기본법에 더 많은 권리를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군인복무기본법#군인기본법#인권#군인#군국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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