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아시다시피 '스쿨존'이란 차량 등 각종 위험으로부터 어린이의 사고위험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입니다. 정부는 2004년부터 3년간 4532억원을 들여 2604개의 스쿨존을 정비했습니다. 학교당 1억7000만원 정도 투입된 셈입니다.
@BRI@하지만 이 스쿨존이 제 역할을 하는지는 의문입니다. 제가 스쿨존을 살펴본 바로는 아이들이 많이 있는 시간대에는 굳이 속도제한 표시가 없더라도 대부분 운전자들이 속도를 줄이게 되지만, 아이들이 눈에 띄지 않는 경우는 제한 속도 등 스쿨존의 각종 보호 장치를 무시하는 운전자를 종종 목격하게 됩니다.
물론 1차적인 잘못은 운전자에게 있지만, 잘못 조성된 스쿨존에도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제가 살고 있는 집 앞 학교 스쿨존에는 칼라 포장 노면만 있을 뿐 과속방지턱이 없었습니다. 특히 속도제한 감시카메라가 한쪽에만 있으니, 솔직히 반대쪽 주행 차량은 아예 속도 제한에 대한 인식을 하지 못한 채 빠른 주행을 그대로 하게 됩니다.
이곳뿐만 아니라 차도와 인도 구분이 안 돼 있는 곳도 있었고, 차량 속도가 빠르고 넓은 도로의 경우 육교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곳인데도 예산 부족 등 때문에 일반적인 과속방지턱이나 감시카메라 등으로 대체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처럼 스쿨존 곳곳에서 허점이 많이 보였습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교 앞 스쿨존보다 스쿨존의 효과가 미치지 않는 골목길 같은 곳입니다. 스쿨존의 사각지대인 골목길 같은 경우에는 아예 차도와 인도 구분 자체가 없는 곳이 많았습니다. 불법 주정차 지역이지만 어린이 보호 구역이라는 표시가 무색할 만큼 주차된 차량이 많을 뿐 아니라 단속 또한 미미한 상황이었습니다. 시야를 가린 아이들이 불쑥 튀어나오면 사고를 피할 길이 없어 보였습니다.
이같은 현상은 학교 주변 등과 어린이들의 주요 동선 등을 실질적으로 조사, 연구하지 않은 채 무조건 학교 앞에 '보이기식 스쿨존'을 만들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른바 편의주의 행정에서 나온 결과라 볼 수 있겠지요.
세밀히 조사 후 스쿨존 조성해야... '안전한 어린이 보행지도' 필요
저는 현재처럼 행정편의주의적으로 스쿨존을 조성하기보다는 어린이의 실질적인 안전 보행을 위해 학교 통학로를 비롯, 어린이들이 자주 보행하는 동선을 학부모와 학교, 행정 관계자들이 직접 체험하면서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를 파악한 뒤 이를 바탕으로 '안전한 어린이 보행지도'를 만들고, 그 지도에 근거해 실질적인 스쿨존을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보행 지도'란 아이들의 학교 통학로와 놀이터(게임방), 슈퍼마켓 등 자녀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을 대상으로 우선 행선지를 정한 후, 출발 지점부터 목적지에 가는 동안 차량 소통 현황과 불법주차, 신호체계, 인도와 차도 구분 등 '어린이 보행' 관점에서 불편과 위험 요소 등을 메모하고 사진을 촬영한 후 필요한 시설물 설치는 물론, 현존하는 위험 요소 제거 등을 종합한 실질적인 안전한 통학로 지도를 말합니다.
어느 생명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아이들의 생명과 권리는 우리 사회가 의무적으로 보호해야 할 사항입니다. 그처럼 소중한 어린 생명을 어른들의 노력 부족과 소홀함 때문에 뺏겨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진정으로 우리 아이들의 안전을 위한다면 지금과 같은 무조건식 예산 투자 등을 통한 스쿨존 조성보다는 우리 모두 참여한 가운데 '어린이 보행 지도' 제작 같은 세밀한 조사를 실시해 실질적인 스쿨존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