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문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장은 4일 CT News와 가진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 우리 문화콘텐츠시장에 불어올 가장 큰 변화 및 화두로 '방송·통신 융합'을 꼽고, "이에 대한 대처로 업계와 정부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 원장은 그 변화로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고, 그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작인력과 기획인력의 가치 또한 커질 것"이라며 올 한해 콘텐츠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으로는 "방통융합은 세계적 현상으로, 세계시장에 대한 수출가능성과 함께 외산 콘텐츠에 의해 국내시장이 잠식될 가능성도 있다"며 "진흥원은 다양한 연구사업과 세미나 등을 기획하고, 각종 지원사업의 내용도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등 업계와 힘을 모을 것"이라 계획을 소개했다.
서병문 원장은 '뽀롱뽀롱 뽀로로'와 '뿌까' 등의 대표적 콘텐츠를 사례로 제시하면서 "우리나라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업체가 문화콘텐츠를 수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현 산업을 평가했다. 특히 지난해 업계의 주목할 만한 성과로는 다양한 장르에서 활용되고 있는 만화와 문화원형 콘텐츠를 언급했다.
그간 문화콘텐츠산업계의 인프라 조성에 주력해 온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은 올해 "문화콘텐츠 총괄지원기관으로서의 위상 확립"을 중점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서 원장은 이러한 인프라 위에 "업계 전반에 득이 되는 보다 효율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사업을 펼쳐나가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특히 "지난해 '바다이야기'로 위축된 업계의 분위기를 고양하고, 업계 종사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나가겠다"면서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 적극적으로 수용해 사업화 시키겠다"는 뜻을 전하기도 했다.
다음은 서병문 원장과의 일문 일답.
@BRI@
- 지난 2001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의 설립 이후 국내 문화콘텐츠산업계에도 많은 변화가 따랐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와 수확이라면 무엇이 있을까?
"돌이켜보면 그간 업계는 크고 작은 많은 변화를 겪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라고 하면 우리 문화콘텐츠를 '수출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된 것이다. 초창기, 우리에겐 수출에 대한 노하우가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과거 우리 업계가 문화콘텐츠 관련 국제전시회에 콘텐츠 수입을 위한 '보따리 장수' 수준이었다면 이젠 당당히 수출 상담을 기다리는 '글로벌 마케터'가 됐다. 그동안 수출 노하우를 쌓은 몇몇 기업들은 이제 진흥원의 도움 없이도 독자적으로 비즈니스를 펼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 그런 모습들을 볼 때면 진흥원에 근무하게 된 것에 보람을 느낀다."
-업계의 성과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문화콘텐츠산업이 이제 엄연한 수출산업이라는 공감대가 자리잡은 것 같고, 구체적인 사례들이 다수 나오고 있다. 과거 한류라면 흔히 드라마, 음악, 영화 세 장르를 가리켰는데 이제는 만화, 애니메이션, 캐릭터, 게임 등으로 장르가 확대되고 있고, 지역적으로도 아시아 중심에서 미주와 유럽 등 세계 전역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특히 '뽀롱뽀롱 뽀로로'와 '뿌까'의 성공사례는 우리나라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업체에 큰 자신감을 주고 있다.
지난해는 특히 '만화'를 재조명해보는 한 해였다. 박소희의 <궁>, 강풀의 <아파트>와 <순정만화>, 강도하의 <위대한 캣츠비>, 허영만의 <타짜>와 <식객> 등은 각각 영화, 드라마, 연극 등으로 재창조돼 온 국민이 만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었다.
영화 <왕의 남자>로부터 시작해 <주몽>, <황진이> 등이 연달이 히트하면서 문화원형 소재가 현대적으로 재창조되는 모델을 제시한 문화원형 콘텐츠의 잠재력을 발견한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한다. 이는 사회적 트렌드를 형성했고,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발견이 업계 뿐 아니라 인문학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한다."
-진흥원의 지난 한 해를 평가한다면?
"유난히 평가가 많은 해였다. 국정감사를 기본으로, 감사원 감사, 경영평가 그리고 기획예산처에서 하는 심층평가까지 굵직한 평가들을 거쳤다. 다행히 무난히 평가를 마쳤고, 결과 또한 나쁘지 않았다. 특히 정부산하기관 경영평가에서 문화부 산하기관 중 최고 성적을 올렸다. 수고를 아끼지 않은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물론 진흥원도 해를 거듭하며 타성에 젖는다는 지적도 간혹 받는다.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도 노력하겠지만 업계에서도 계속해서 관심을 기울여주길 바란다."
-올해 문화콘텐츠산업계의 화두는 무엇이 될까?
"콘텐츠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올 '방통융합'이 화두가 될 것이다. 3년 전부터 대기업과 통신기업들을 중심으로 콘텐츠 확보를 위한 M&A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현상은 올해에도 크게 심화될 것이다. 좋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있는 기업의 위상이 올라갈 것이고, 그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창작인력과 기획인력의 가치 또한 커질 것이다.
그러나 방통융합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전역에서 함께 진행되고 있어 해외 진출을 위한 큰 기회를 주는 동시에 외산 콘텐츠에 의해 국내시장이 잠식당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업계와 정부 모두 앞으로 닥칠 엄청난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혜를 모아야 한다."
-진흥원의 올해 중점 목표와 사업에 대해 말해 달라
"문화콘텐츠산업 총괄지원기관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는 것이다. 현재 진흥원 예산 80% 가까이는 ▲ 수출 ▲ 인력양성 ▲ 기술개발 ▲ 투·융자 지원 ▲ 통계조사 ▲ 정책개발 등 일부 장르가 아닌 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인프라성 사업에 투입되고 있다. 우리원은 이들 사업을 통해 산업의 기반을 다지고, 업계 전반에 득이 되는 보다 효율적이고 통합적인 지원사업을 펼쳐나갈 것이다. 무엇보다 업계 종사자들이 자긍심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데 노력을 아끼지 않을 생각이다.
지난해 '바다이야기'로 국민들 사이에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많이 형성됐는데 금전적인 손실은 차치하더라도 산업 전체가 자칫 '사행산업'으로 오해받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업계 종사자 스스로도 위축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크다.
그러나 우리가 지혜를 모아 잘 대처한다면 위기가 오히려 기회가 될 것이이라 생각하며, 우리원 또한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산업 환경 마련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업계의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지 제안해주길 바란다. 타당성만 있다면 적극적으로 수용해 사업화시키도록 하겠다."
-마지막으로, 업계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앞서도 말했지만 올해는 방통융합이 본격화되면서 문화콘텐츠산업 환경에 큰 지각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콘텐츠'의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우리가 어떻게 준비하고, 또 대응하느냐에 따라 방통융합은 큰 기회가 될 수 있다.
| | 서병문 원장은 누구? | | | | 부산대 섬유공학과를 나와 한국과학기술원 선임연구원을 거쳐 삼성물산에 입사했다. 삼성 회장 비서실과 정보통신팀 이사, 삼성전자, 미디어서비스사업팀장, 미디어콘텐츠센터장 등을 역임한 콘텐츠 분야 전문가로서, 2001년 8월에 출범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을 6년째 이끌어오고 있다. | | | | | |
우리원은 이 점을 고려해 다양한 연구사업과 세미나 등을 기획하고 있고, 각종 지원사업의 내용도 지속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있다. 아무쪼록 업계와 진흥원이 서로 신뢰하면서 앞으로 닥칠 큰 변화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 CT News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