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민속박물관 어린이박물관에서 자원 봉사를 시작한 지 아직 1년이 되지 않았다. 짧은 시간이지만 그 동안 많은 변화를 보이고 있는 관람객들을 보면 역시 우리민족은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민족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린이박물관은 어린이들이 직접 만지고 조작을 하는 과정이 많은 곳이다. 대표적으로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게 집짓기이고, 다음으로 물레 돌려보기 등이다.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손이 가고 시간을 들여 노는 게 바로 집짓기이다.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우고, 방이나 마루를 위치에 배치한 다음에 지붕을 얹으면 초가집이나 기와집이 완성된다.
초가집과 기와집이은 각각 일자형과 ㄱ자형 두 가지가 준비되어 있다. 어린이들은 이렇게 자신이 집을 꾸미고, 지어 본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지 한 번 시작을 하면 떠날 줄을 모른다.
그런데 내가 이곳에 들어온 이후 가장 놀라운 것은 이 집짓기 놀이를 마치고 뒤처리하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보통 외국 어린이들이 와서 놀이를 할 경우 부모님들이 곁에 서서 지켜보고, 놀이가 끝나면 반드시 제자리 정리를 한다. 그것도 아주 가지런히 하나 하나를 정리하고 나서 돌아간다. 그런데 우리 어린이들은 대부분 집을 완전히 지어서 기념 촬영까지 마치고는 그냥 그대로 둔 채 떠난다. 게다가 부모들도 정리를 하도록 가르치지 않고 그냥 간다.
내가 가끔 이야기를 해보기도 했다.
"잘 만들었는데, 다음 사람이 다시 시작하려면 모두 제자리에 정리를 해 놓으면 좋겠지? 정리를 좀 해놓고 갈까?"
그러면 오히려 "그것은 여기 계신 분들이 하는 일 아닌가요?"라며 따지는 부모들도 있었다. 물론 "죄송합니다, 미쳐 생각하지 못했습니다"라고 사과하며 정리를 해주는 분들도 많다. 놀이가 끝나면 아이들에게 꼭 빠뜨리지 않고 말한다.
"“아주 잘 만들었네요. 잘 놀았어요? 그럼 다시 제 자리에 정리를 해놓으면 다음 사람이 놀이하기 쉽겠지요?"
또 여러 부모들에게 "외국 어린이들은 놀이를 하고 나서 반드시 정리를 하고 가는데 우리 어린이들이 그냥 가는 것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이렇게 억지로라도 정리를 하고 가도록 가르치고 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여러 부모들도 고개를 끄덕이곤 한다.
그런데 요즘 들어서는 비교적 정리를 잘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이제 박물관에서도 서로 다른 사람을 위해서 배려하고,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관람 태도가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조금씩 어린 시절에 박물관이라든가, 공연장, 미술관, 전시관 등을 관람하면서 지켜야할 기본적인 예절이나 에티켓을 배운다면 좋은 성인으로 성장할 것이다.
앞으로 박물관을 찾는 모든 어린이들과 어머니들이 조그만 것이라도 예절을 지키고, 정리 정돈을 할 수 있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녹원환경뉴스, 한국일보디지털특파원, 국정브리핑 등 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