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대부분 중년층의 연예인 베테랑 남성배우출신이라는 점이다. 먼저 개그맨보다 웃기기로 정평이 난 조형기가 선구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배우라고 하기 보단 개그맨으로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 정도다.
MBC 연말 연예대상에서도 상을 받은 조형기는 본인 스스로 “개그맨이라도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스스로도 정체성이 흔들리고 있는 상황인데, 이러한 상을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수상 결과만이 아니더라도 MBC 연예 오락프로그램의 한 축이 되어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사실 그가 배우로서 조연생활을 하면서 오락프로그램에서 웃음을 준 지는 꽤 오래됐다.
콩글리시 영어 발음의 팝송 'Top Of The World'를 불러 장안의 화제가 됐었다. 그 팝송 하나로 일약 스타로 발돋움한 지 벌써 10여 년 전이다. 그 뒤 꾸준히 오락프로그램에 얼굴을 비추며 개그맨 보다 더 웃긴 배우로 이름을 날리고 있으며, 그 결실이 이제 맺어지고 있는 셈이다.
물론 배우로 출발한 본인에게는 마이너스로 작용할지도 모르지만 꾸준히 연기생활도 함께 하고 있는 걸 보면 그렇지만도 않은 듯싶다. 또 그는 권위적인 모습보다 함께 젊은층과 융합되는 모습을 선보여 호응을 받는다.
사실 조형기가 처음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했던 당시에는 중년층의 연기자 혹은 가수들이 출연하면 모두가 깍듯하게 대우를 해주었고, 본인들 스스로도 적당히 권위적인 모습을 연출하였다. 하지만 조형기는 달랐다. 그는 젊은층과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며 본인 스스로 망가짐을 선택하였다.
결국 그의 그러한 모습은 젊은층과의 교감으로 이어졌고, 조형기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친근한 이웃집 아저씨가 된 것. 이러한 모습이 지금까지도 방송에서 유지되고 있으며, '일요일 일요일 밤에'에서 '경제야 놀자'의 고정 MC로 등장하며 인기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물론 지금은 경쟁자가 많아져 그의 탁월한 말솜씨가 독보적인지는 않지만 다른 중년층 배우와 달리 조형기는 행동과 파격적인 변신이 아닌 조형기만의 입담으로 승부하는 경쟁력을 갖췄다는 점에서 이미 다른 중년배우보다 한수 위라고 말할 수 있다.
멜로전문배우에서 파격적인 변신한 노주현과 임채무
이어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는 배우가 바로 임채무와 노주현이다. 이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멜로 배우들이었다. 아마도 70~80년대 꽃미남하면 이 둘의 이름이 빠지지 않을 정도일 것이다.
그런 이들이 요즘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파격적인 변신을 거듭하며, 오락프로그램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으니,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것도 한때 여성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그들이 화면에서 무게감을 잡지 않고 웃기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하다.
노주현의 경우 시트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와 '똑바로 살아라'를 거치면서 조금씩 멜로에서 보여줬던 다소 진지했던 모습을 탈피하였다. '웬만해서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서는 무능력하지만 식탐은 절대강자인 아빠 역으로, '똑바로 살아라'에서는 옹졸하며 이기적인 아빠로 분하여 웃음의 핵폭탄이었다.
이와 함께 서서히 오락프로그램에서 고정패널로 등장하면서 '비타민', '쾌남시대' 등에서 연이어 웃음을 주고 있다.
임채무의 경우 아이스크림 CF에서 모레노 심판을 페러디하면서 일약 '웃기는 아저씨'의 변신을 시작하였다. 젊었을 때는 늘 자상하고 따뜻했던 남자에서 인자한 아버지로 분한 그가 이제는 이웃집 아저씨의 친화력으로 '황금어장'이라는 프로그램에 출연하여 파격적인 변신을 하였다.
서태지와아이들의 모습으로 등장하여 젊은이 못지않은 랩과 춤을 선보이거나, 드라마 <궁> 패러디에서 주인공 신으로 변신하는 등 파격적인 변신을 거듭하여 웃음 선사하고 있다. 분명 이러한 모습은 입담에 의존하기 보다는 본인 스스로 망가지는 변신을 통하여 젊은층과 교감한다는 측면에서 신선한 충격이다.
범죄배우에서 멋진 가수 비가 된 이계인
이와 함께 막내주자라고 할 수 있는 범죄역 단골배우였던 이계인. 그는 인기사극드라마에서 감초 역할로 등장하면서 서서히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특히 작년부터 출연한 <주몽>에서 모팔모 역으로 등장하면서 걸걸한 그의 목소리와 과장된 표정이 시청자들에게 새롭게 다가가기 시작하면서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해 연말 MBC 연기대상에서 인기가수 비의 CF를 패러디한 '비계인'으로 등장하며 네티즌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았으며, 40년 연기 인생 처음으로 팬미팅을 하는 등 제2의 조형기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걸출한 입담으로 각종 오락프로그램을 종회무진하며, 자신만의 새로운 영역을 만들며 웃기고 있기 때문이다. 또 치고 빠지는 강약이 탁월하여 어느 시점에 웃음을 줄 수 있느냐를 알고 있는 조형기와 달리 엉뚱한 그의 모습에서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 신선하다.
즉, 이계인은 계산된 웃음을 유발하기 보다는 엉뚱하게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웃음을 유발하거나, 그의 평소 말과 행동을 보면서 시청자들이 웃는다는 점이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고 있는 증거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중년층의 오락프로그램 출연이 마냥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들의 우스꽝스러운 모습에서 중년층을 희화화 시킨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것들이 역의 세대교체로 이어지며 장기화 현상이 될 지도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중년층이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하여 기성세대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을 허물고, 세대를 뛰어넘어 서로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어 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역할을 충분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이와 함께 오락프로그램 자체가 젊은층의 전유물이 아닌 전 세대가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줬다. 앞으로도 그들의 변신과 함께 더 많은 중년층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모습으로 다가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