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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신문
[권지희 기자] 국회에서 일하는 여직원이나 인턴들이 상당수 성희롱에 노출되어 있는데도 규제나 예방조치가 거의 없어 무방비 상태로 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인 지망생인 주모(24)씨는 지난 2005년 8월 대학생 국회 인턴에 지원했다. 그러나 의원과의 면접 순서를 기다리던 중 30대 초반의 남성 보좌관이 던진 말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그는 모 여성의원을 지칭하며 “얼굴 실제로 봤느냐? 가관이다. 여자가 정치하려면 얼굴이라도 예뻐야지… 여자가 무슨 정치를 하느냐”라고 한 것.

국회 인턴으로 일했던 한 여성은 지난해 7월 포털사이트 다음카페 ‘대한민국 국회 인턴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 “국회에서는 몸조심을 해야 한다. 다른 방 보좌관에게 당할 뻔했는데 이럴 땐 남자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국회라는 공간 자체가 다른 조직보다 폐쇄적이고 보수적이어서 은폐되는 ‘비공개’ 사건이 더 많다는 것이 국회 관계자들의 일관된 지적이다. 특히 대학생을 비롯한 국회 인턴의 경우 나이도 어리고, 능력을 인정받아 비서관으로 채용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성희롱을 당하더라도 꾹 참고 넘어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국회 인턴제도는 2001년 첫 시행 후 폐지됐다가 지난해 2월 부활했다. 의원실마다 최대 2명까지 둘 수 있으며, 지난 12월 현재 근무 중인 인턴 540명 가운데 여성은 59%인 319명이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서 성희롱 사건을 담당하는 곳은 사무처 총무과 내의 성희롱 고충 담당관 2명이 전부다. 국회 사무처 관계자는 “국회라는 조직의 특성 때문인지 공식적으로 성희롱 사건이 접수된 경우는 단 한건도 없다”고 전했다.

성희롱 예방도 미미한 수준이다. 공공기관의 경우 의무적으로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성희롱 예방교육을 실시해야 하지만, 국회의원과 보좌관의 경우 교육 이수율은 제로에 가깝다.

한편, 문희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은 지난 3일 행정자치부와 중앙인사위원회에 공무원을 대상으로 양성평등 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무원교육훈련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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