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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린 눈에 덮인 야산
밤새 내린 눈에 덮인 야산 ⓒ 박준규
많은 눈이 내린 지난밤, 그 눈 뒤에 따라온 강추위로 인해 그대로 남아 있는 눈길을 헤치며 경기도 가평에서 강원도 춘천시에 있는 한 노인복지시설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해가 바뀌고 처음 찾은 이곳은 매월 학교봉사모임과 교회봉사모임, 인터넷 카페 봉사모임 등에서 한 달에 한 번씩 주를 나누어 찾아가는 노인복지시설 무지개 동산.

이날(7일)은 춘천을 비롯하여 근교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모여 봉사하는 '춘천따듯한세상만들기(이하 춘천따세)'라는 인터넷 카페 봉사모임 회원들이 찾아가는 날이었다.

@BRI@2007년 들어 최저 기온이었을 1월 첫주 일요일 아침, 어김없이 회원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오전 10시까지 무지개동산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도착하는 사람들마다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춘천따세에서 활동하시는 무지개동산의 터줏대감인 동산마술사(카페대화명)님에게 인사를 드리고 저마다 할 일을 찾아 나섰다.

동산마술사님은 무지개동산에 입소해 생활하시는 어르신으로서 연로하신 연세에도 컴퓨터를 즐기며 카페회원들과 늘 이야기를 나누고 생활하시는 생각이 젊은 65세 어르신이다.

춘천따세가 무지개동산에서 하는 일은 몸이 불편한 어르신들 목욕시켜 드리기, 점심 도우미 역할, 그리고 생활관 청소 등 오전 10시부터 오후 3∼4시까지 봉사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봉사활동을 한 지도 어느덧 햇수로 5∼6년이 지났다.

매월 첫째 주 일요일, 카페 게시판 공지를 통해 이날 모일 수 있는 회원들을 미리 모집하고 당일 아침 춘천시 후평동 어느 우체국 앞에 모여 같이 오거나 개인적으로 시간 맞춰 무지개동산으로 찾아가 반나절 봉사하는 식으로 이들의 봉사활동은 진행된다.

카페회원인 박아무개(남·36)씨는 "모이는 것은 이날 시간이 되는 회원들이므로 모이는 인원수가 고정적이지 않아 어느 달은 남자회원이 많이 와서 할머님들 목욕을 못 시켜 드리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생겨 가끔 아쉬움이 있기도 하다"고 작은 아쉬움을 내비쳤다.

오전 목욕봉사 후 먼지 쌓인 이불을 털고 있다
오전 목욕봉사 후 먼지 쌓인 이불을 털고 있다 ⓒ 박준규
맡은바 일에 열심인 춘천따세 회원들
맡은바 일에 열심인 춘천따세 회원들 ⓒ 박준규
7일 모인 회원들은 남자와 여자회원들의 비율이 비슷하여 서로 손발 맞추어 모든 일들을 순조롭게 처리해 나갔다.

오전에는 2층 거동이 불편해 침대생활을 하고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 중 할아버님들부터 남자회원 몇 명이 목욕을 시켜드렸다.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회원들이 서로 흩어져 청소나 정리 등을 하고, 여자 회원들은 점심준비를 했다.

점심준비를 하고 있는 회원들
점심준비를 하고 있는 회원들 ⓒ 박준규
맛깔스럽게 담기는 반찬들
맛깔스럽게 담기는 반찬들 ⓒ 박준규
점심을 기다리는 동안 담소를 나누는 회원들
점심을 기다리는 동안 담소를 나누는 회원들 ⓒ 박준규
1층에서 생활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오전 예배가 끝나기 전 춘천따세 회원들은 무지개동산 내 마련된 식당에서 준비해 간 재료 등을 이용해 자신들이 먹을 점심 준비를 했다. 작년 6월까지만 해도 이들의 점심은 김밥에 컵라면 정도가 끝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 카페회원은 "회원들이 늘어나고 이곳 담당을 맞고 있는 카 '강이'님(카페대화명)이 손수 집에서 반찬 준비를 해 오셔서 요즘은 따듯한 밥으로 점심이 바뀌었다"고 귀띔해 주었다.

이날 가장 아름답게 보였던 장면 한 컷
이날 가장 아름답게 보였던 장면 한 컷 ⓒ 김남현
점심식사를 위해 모이시는 어르신들 모습
점심식사를 위해 모이시는 어르신들 모습 ⓒ 박준규
회원들의 점심이 마칠 즈음 오전예배를 마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식당으로 모이시고, 춘천따세 회원들은 상 차리는 것과 2층에 계신 어르신들이 드실 식사를 가지고 올라가 수저로 떠서 일일이 식사 도우미 역할을 했다.

이날 할머님 점심식사를 도와 드리고 있는 카메라에 잡힌 춘천따세 회원 한 명의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침대 등받이를 올리고도 겨우 앉을 수 있는 어르신들. 그 어르신들에게 식사시간은 즐거움이 아니라 고통의 연장일 것이라고 봉사활동을 지켜보는 기자는 순간 몹쓸 마음을 잠시 갖기도 했지만, 그만큼 힘든 몸으로도 삶의 끈을 놓지 않는 어르신들은 분명 우리에게 너무나 큰 보이지 않는 가르침을 주시고 계셨다.

점심 후엔 반대로 여자회원 몇 분이 할머님들 목욕을 시켜드리고 나머지 회원들은 오전 내 세탁한 빨래 등을 널고 새로 나온 빨래들을 세탁기에 넣어 세탁하는 등 서서히 마무리 준비를 했다. 할머님들 목욕이 끝날 즈음에는 생활관 청소와 세탁도 거의 같이 끝나 비로소 이들의 하루 봉사활동이 끝났다.

이날 만난 무지개동산 관계자인 정해숙(여·전도사)씨는 '봉사활동을 와주는 분들에게 하고픈 말이 없냐'는 질문에 "한 달에 한 번 고정적으로 와서 봉사해 주는 단체가 춘천따세를 비롯하여 한 군데가 더 있는데 언제나 그분들께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서 "그분들을 볼 때마다 아직 우리나라에도 희망이 있다고 느껴진다"라고 봉사를 받는 단체에 한 사람으로서의 마음을 전했다.

반면 춘천따세에서 활동을 하는 코스모스(카페대화명)님은 '봉사활동을 정기적으로 하며 느끼는 점과 혹시 귀찮다고 느낀 적 없냐'는 질문에 "내가 하고파서 하는 일이라 너무 좋고 사람들 만나 사는 얘기하는 것 또한 좋다"면서 "가끔 쉬고 싶은 날 봉사활동이 있으면 하루 빼먹고도 싶지만 막상 나와서 사람들 만나고 같이 일하다 보면 귀찮음보단 보람이 앞서기 때문에 이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 춘천따세 회원들 중에는 교도소에서 근무하며 봉사활동 하는 팀이 있는데 언젠가 한 번은 모범수들을 한 번 데리고 나와 카페활동에 동참시켜 보고 싶다고 하는 얘기도 이날 취재 도중 접했다. 그만큼 따듯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위하고 도우며 활동하는 모임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이들의 변함없이 조용하고도 꾸준한 봉사활동처럼 2007년 우리 모두의 앞날에도 따듯한 일들만 가득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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