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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지구내 장항 갯벌
장항국가산업단지 조성 사업지구내 장항 갯벌 ⓒ 박정민

어느 날 자치단체장이 언론매체에 등장해 '우리 지역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면? 또 '우리 지역 농산물은 품질이 떨어져 절대 먹어서는 안된다'고 하소연을 한다면?

세상에 그런 단체장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할 만하다.

하지만 근래 충남도와 서천군에서 벌어지고 있는 갯벌 논란은 이와 닮아있다. 도지사와 서천 군수가 하루가 멀다하고 '우리 지역 갯벌은 죽었고 더 이상 보존가치가 없다'고 아우성이다.

자기부정, 자기학대... 그리고 손익계산

@BRI@군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장항갯벌은 이미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고, 더 이상 보존가치가 없다"고 강조한다. 노 대통령을 찾아가 이같은 내용을 읍소하기도 하고 단식농성을 하며 "왜 내 말을 믿지 않느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이 장항 갯벌을 방문하자 '조개도 살지 않는 곳'임을 증명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급기야 충남도 산하 충남발전연구원은 "장항갯벌의 가치를 지나치게 높게 평가했다"며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협의 의견을 반박하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새만금 갯벌보다 저서동물의 서식밀도가 불량하고 수질도 안 좋은데 가치가 더 높은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어찌보면 '양심선언' 같지만 실상이 '자기부정'에 가깝다는 게 문제다.

서천군은 해당지역을 생태자원 보호지역으로 자체 지정해 보호해 왔다. 서천군수는 해양수산부가 이 곳을 '해양보호구역'으로 추가 지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지난 2005년 해당 사업 지역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하겠다며 준비에 나섰다. 또 장항갯벌을 갯벌체험 지구로 만든다며 씨조개(종패)를 살포하기도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을 부정하기 시작한 것이다.

'자기부정'은 '자기학대'로 이어지고 있다. 갯벌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는 어민들의 분노섞인 항의에는 "이미 보상을 받아 놓고 무슨 할 말이 있느냐"며 면박을 주고 있는 것.

무엇이 불안한가

지난 해 7월,충남 장항어민들이 갯벌 매립을 통한 산업단지 조성을 촉구한 나소열 서천군수와 이완구 충남도지사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해 7월,충남 장항어민들이 갯벌 매립을 통한 산업단지 조성을 촉구한 나소열 서천군수와 이완구 충남도지사 규탄시위를 벌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심규상
물론 이같은 태도변화 뒤에는 갯벌에 대한 손익계산이 있다. 충남발전연구원이 금강유역환경청과 해양수산부의 수년간의 현장 조사결과를 며칠간의 자료열람을 토대로 반박하고 나선 것도 같은 이유다. 갯벌을 메워 국가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계산이다.

하지만 이 계산의 수혜자는 누구일까?

환경부 관계자는 충남발전연구원의 주장에 대해 "이미 실무추진위를 구성해 환경부의 평가내용을 검증하기로 돼 있다"며 "검증을 통해 밝힐 일인 만큼 달리 반박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고 말했다.

11일 충청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성명을 내고 "이는 객관적이여야 할 충남발전연구원이 개발주체의 목적에 따라 결과를 도출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라며 "편향적인 연구로 지역민을 호도하는 행위를 중단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갯벌을 보존하면서도 지역 경제를 활성화 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대화의 자리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우리 지역 어민들의 삶의 터전이고 수려한 자연환경의 가치가 고작 이것밖에 안 되느냐"고 항변하리라고 기대하는 것이 욕심일 리는 없다.

'자기학대'는 의학적으로는 자신의 불안을 표현하는 것이란다. 스스로 지키고 가꿔야할 내 땅의 가치를 스스로 부정하는 충남도지사와 서천군수는 대체 무엇이 불안한 것일까? 자기학대 감정은 도리어 자기를 해친다는 사실을 두 단체장이 알고는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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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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