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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
한나라당 대권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정확하게 20년 전 1987년 4월 13일. 서슬퍼런 독재자 전두환은 텔레비전에 나와 "본인은 고뇌에 찬 결단으로 헌법을 바꾸지 않겠다"란 소위 '4.13 호헌조치'를 유신시절 긴급조치 명령을 내리듯 선언했다. 자신의 후계자 노태우를 체육관 선거를 통해 사실상 지명하겠다는 대국민 협박이었다. 절차적 민주주의를 거부하고 형식적인 체육관 민주주의로 후계정권을 자신의 손으로 지명하겠다는 그야말로 독재자다운 발상이었다.

이러한 전두환 독재자의 대국민공갈협박은 대학 캠퍼스에서부터 거센 저항을 받기 시작했다. 대학 교수들의 시국선언과 대학생들의 대통령 선거 직선제 요구는 그야말로 요원의 불길처럼 한반도 남녘을 달구었다. 양심적인 종교인과 중소상공인 노동조합에 이르기까지 지성의 요람 상아탑에서 발진된 호헌철폐, 독재타도, 직선제 관철의 요구는 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승화되어 결국 독재자의 뜻을 일거에 꺾어버렸다

단군 이래 최초로 국민들의 손에 의해 독재자의 임기가 종식되었다. 그리고 국민들 93%의 지지로 현행 헌법이 통과되었다. 당시 개헌의 핵심골자는 아무래도 대통령 직선제와 5년 단임제였다. 박정희와 전두환의 장기집권 획책을 저지하는 것에 헌법의 조항들은 복무하는 것으로 여야 정치협상이 마무리 되고 그해 12월 대통령 직접 선거가 시행되었다. 야당 진영의 분열로 정권교체까지는 이룩하지는 못했지만 정권교체의 시스템은 이때 만들어진 것이다.

그로부터 20년이 흘렀다. 87년 당시 대통령 직선제와 군사독재 장기집권 저지라는 목표와 그에 따른 헌법구조는 완성·시행되어 정착되었다.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모두 87년 6월 항쟁의 산물인 현행 헌법으로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형식 민주주의에서 절차 민주주의는 이제 공고화되었다. 20년 동안의 민주화 진전으로 체육관 간선제나 군사쿠데타는 이제 상상에서도 사라지게 되었다. 아니 군사쿠데타를 하고 싶은 세력이 있어도 이제 인터넷의 발달로 그것이 불가능하게 되었다.

@BRI@혹자는 인터넷의 발달이 정보의 독점을 해소하고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게 되어 군사쿠데타를 막게 한 1등 공신이라 주장하기도 한다. 예전 같으면 군사쿠데타 세력이 국가 주요기관을 장악하고 방송국, 신문사를 진압하면 정보를 독점하고 내리먹임식 공포정치를 할 수 있었으나 이제 인터넷으로 그것이 불가능한 구조가 되어버렸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강산이 두 번 변했다. 아니 정보통신의 발달로 예전의 10년이 요즘의 1년 아니 6개월로 그 변화의 속도에 가속도가 붙은 지금 87년 이래 강산은 수 십 차례 빠르게 진화하며 변했다.

시대변화에 따라 나온 것이 소위 원-포인트 개헌논의이다. 대통령 선거와 국회의원 선거가 불일치하고 중간 중간에 지방자치제 선거가 배치되면서 엄청난 국력 낭비와 국론분열을 막아보자는 취지이다. 이에 대한 생각은 사실 여야 정치권, 국민들 사이에서 일정한 동의와 합의가 있는 사항이다. 이제 대한민국이 군사쿠데타와 장기집권을 걱정할 정도의 후진국에서는 탈퇴됐다는 선진의식이 그 기저에 깔려 있기에 그러한 것이라 나는 확신한다. 2005년 세계 정치적 자유 측정에서 대한민국은 선진국들과 함께 최상위 등급을 받았다.

쿠데타와 장기집권이라는 후진적 공포를 넘어 브라질, 아르헨티나 등은 대통령 단임제에서 연임제로 바꾼 사례이다. 대통령 중심제를 채택하고 있는 전 세계에서 95개국 중 단임제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12개국(12.6%)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 필리핀, 레바논, 페루, 코스타리카, 멕시코, 파라과이, 볼리비아, 온두라스, 파나마, 칠레, 콜롬비아. 이들 나라에게는 미안하지만 우리 대한민국이 이 나라들과 함께 있을 자리는 아닌 것 같다. 선진국 프랑스는 2000년 개헌을 통해 7년 대통령 임기를 5년으로 줄여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일치시켰다.

그런데 이러한 선진 세계의 사례와 논리는 중요하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것도 옳은 것도 노무현 대통령이 하면 'NO'라고 한다. 이번 개헌논의에 대해 찬반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전에 대통령 4년 연임제가 좋다던 발언도 이제 손바닥 뒤집기가 되어버렸다. 박근혜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을 향해 "참 나쁜 대통령"이라 힐난했다. 그런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의 안면몰수 손바닥 뒤집기의 사례를 보자.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모든 선거를 4년에 한 번씩 동시에 치르는 것이 국가경영에 효율적이다. 거의 매년 선거를 치르는 것은 국력낭비이며 이로 인한 국론분열은 이루 말할 수 없다.(2002년 5월 28일 박근혜.) 4년 중임제 개헌은 저의 평소지론으로 언젠가는 그렇게 돼야한다고 본다. 이번 총선에서의 공약화 여부는 당내에서 한 번 검토해 보고 결정해야 할 일이다.(2004년 3월 24일 박근혜대표 기자간담회.) 두 눈 부릅뜨고 보라. 믿어지는가? 한술 더 떠 박근혜대표의 거침없는 소신을 들어보자.

중임제는 예전부터 말해온 소신이고 내 소신에는 변함이 없다. 이 문제에 대해서 당에서 논의해 보겠다.(2004년 4월 29일 박근혜대표) 정책의 연속성이나 책임정치, 국가경쟁력을 위해서는 4년 중임제가 훨씬 낫다.(대통령제의 형식은) 미국식 정-부통령 러닝메이트 형식이 될 것이다.(2005년 7월 17일 박근혜대표) 참 나쁜 박근혜 대통령 예비후보이다.

"정치는 말이다"라는 말이 있다. 말만하고 실천하지 않는다는 풍자가 아니라 정치인의 철학과 신념은 말로 가시화, 형식화 된다는 의미일 것이다. 정치인에 대한 신의는 자기가 한 말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솔직히 말해 2002년 대선정국에서 노무현 대통령 후보도 이회창 후보도 4년 중임제에 대해 공약을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 사람은 그 공약을 지키려하고 한나라당은 자신들의 말을 뻔데기에 태워 보내고 있다.

한나라당은 지금까지의 모든 개헌에 대한 발언에 대한 집단 기억상실증을 요구하며 최면상태에 빠져버렸다. 참으로 뻔뻔하게도 박근혜 의원은 "참 나쁜 대통령" 운운하며 그 뻔뻔함의 상종가를 때리고 있다. 여기에 한술 더 떠 한나라당은 소속 의원들의 토론참여까지 원천봉쇄해 버렸다. 반대하면 토론자에 나와 반대를 하면 되지 입가지 틀어막나? 도대체 민주주의 국가의 제1야당이 무슨 민방위 교육장이냐는 소장파 의원의 항변은 안쓰럽기까지 하다. 토론의 장에도 나오지 못하는 겁쟁이 한나라당을 어쩌면 좋을꼬.

민생경제를 외면하고 정치놀음이나 한다는 비판 여부와 찬반은 여기서는 논외로 한다. 그러나 나쁜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연장을 위해 개헌을 하는 대통령이고 좋은 대통령은 국가와 차기 대통령을 위해 한다는 명징한 말을 박근혜 의원은 되새기기 바란다. 유신헌법으로 집권을 연장하려 했던 부친이 좋은 대통령이었는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기 바란다. 차제에 본인이 불과 2~3년 전에 호기롭게 쏟아냈던 4년 중임제 개헌관련 발언들도 되새겨 보기 바란다. 토론조차 겁내는 한나라당 거짓말쟁이 박근혜 대통령 예비후보님!

덧붙이는 글 | 정치인의 말의 중요성을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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