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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 공원묘지
텅 빈 공원묘지 ⓒ 정현순
평일이고 이름도 없는 날이라 그렇게 큰 공원묘지에 온 가족이라고는 우리가족들과 다른 가족 딱 두 팀뿐이었다. 지난번 내린 눈이 하얀 꽃이 탐스럽게 핀 것처럼 공원묘지 곳곳에 군데군데 수를 놓고 있었다. 자동차에서 내려 엄마가 계신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엄마가 살아 계실 때, 그곳에 가시던 엄마는 언제나 뒷짐을 지고 그 길을 올라가셨다. 그런데 이젠 그 길을 엄마 없이 우리만 걸어가고 있었다.

엄마가 뒷 짐지고 올라가시던  그 길
엄마가 뒷 짐지고 올라가시던 그 길 ⓒ 정현순
엄마의 새집에 도착했다. 간단하게 준비해 온 음식을 차리고 우린 차례대로 엄마에게 인사를 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내가 꿈에서 본 엄마의 옷차림과 그곳에 꽂혀있는 조화의 색깔이 너무나 똑같았다. 그 꽃은 올케와 남동생 둘이 가을에 와서 새로 사서 꽂아놓은 꽃이라고 했다. 그 두 부부만 왔기에 난 그 꽃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빨강장미와 노랑국화. 그리고 이번에 갈 때 올케가 새로 산 하얀 수국까지. 하얀 수국을 보면서 엄마가 두르고 있던 하얀 앞치마가 생각났다. 꿈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 우연이 우연 같지 않게 느껴졌다.

그곳에 오면서 자동차안에서 내가 꾼 꿈 이야기를 했었다. 그래서 난 "어머나 올케 내가 아까 꿈 얘기했잖아. 그런데 여기 꽂힌 꽃 색깔이 꿈속에서 엄마가 입은 옷 색깔과 아주 똑 같네"라고 말했다. 올케는 내말을 듣고 그곳에 꽂힌 꽃을 다시 한 번 쳐다본다. 그러면서 조금 놀래는 듯이 "왠지 심상치 않네요"라고 한다.

내가 "엄마가 이 색깔 꽃이 아주 마음에 드시나보다. 다음에 꽃을 갈아줄 때도 이런 색깔로 해드려야겠다"라고 했다. 올케는 "정말 그런 가 봐요"라고 한다. 난 다시 편하게 누워계신 엄마에게 "엄마 내말이 맞지요?"라고 말했다. 엄마는 평소 화초를 무척 좋아하셨다. 또 그곳에 오실 때마다 나중에 엄마 산소를 예쁘게 꾸며 달라는 부탁을 잊지 않으셨던 것이다. 엄마에게 후식으로 엄마가 좋아하시던 따끈한 커피와 약밥을 놔드렸다.

그런 후 우리들도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그리곤 엄마에게 "엄마 해가 바뀌었네. 우리들 모두 한살씩 더 먹었어요. 엄마도 그곳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계신 거지요. 우리 걱정 말고 이젠 편히 쉬세요. 다음에 또 올게요"라고 말하곤 그곳을 떠나왔다. 이젠 엄마를 편하게 보러올 수 있게 되었다. 엄마가 평화롭게 잘 계신다는 것을 믿을 수 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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