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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거제시 거제소방서 신현파출소 명칭이 지난해 11월 17일 '신현 119안전센터'(선터장 박종범·52)로 변경됐다. 현재 23명의 인원이 3교대 근무를 통해 인구 8만이 넘는 신현과 사등 지역의 안전을 책임지고 있는 '신현 119안전센터'는 24시간 쉴 틈 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화재와 긴급구조는 물론 지역주민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불철주야 애쓰고 있는 '신현 119안전센터'의 하루를 함께 했다.
"다치지 말고 충실히 근무하자!"
@BRI@지난 12일 오후 6시 '신현 119안전센터'에 들어섰다. 저녁식사 준비에 한창인 듯 기분 좋은 음식 냄새가 전해져왔다. 바쁜 일과 속에 저녁식사 준비도 대원들의 몫이었다. 저녁을 준비하는 대원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오늘 야간근무는 '을부'에 편성된 12명의 대원들이 맡았다. 3교대 근무가 원칙이지만 새롭게 배치된 인원들의 교육을 위해 지난해 연말부터 2교대 근무를 실시하고 있었다. 과도한 업무와 출동으로 대원들의 얼굴엔 피곤한 빛이 역력했다.
그래도 저녁 식탁에 둘러앉은 대원들은 부지런히 수저를 움직였다. 밥맛이 없다고, 반찬이 부실하다고 식사를 거르면 몸이 견뎌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식사를 끝내고 박종범 센터장 주재로 간단한 저녁 회의가 이어졌다. "열심히 근무하되 다치지말라"는 박 센터장의 당부가 귓전을 맴돌았다.
신현과 수월·양정, 사등 지역까지 총괄하고 있는 '신현 119안전센터'의 한 달 평균 출동횟수는 240여 회. 하루 평균 8∼9회가량의 긴급출동이 이어지고 있다.
김광호 부센터장(45)은 "지난해 12월 29일엔 하루 출동횟수가 18번이었고,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는 날이었다"며 "오늘도 낮시간 대 출동이 6건이었다"고 말했다.
오늘 저녁엔 또 몇 건의 긴급출동 사항이 발생할지 기대와 걱정이 교차했다.
긴급출동≠119구급대
대원들의 하루는 출동과 업무의 연속이다. 흔히 시민들은 '119구급대=긴급출동'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출동이 끝나면 곧바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글을 올려야 하는 등 출동 후 업무와 행정업무가 더욱 많았다. 조용한 사무실이 '탁탁' 거리는 타이핑 소리로 가득했다.
저녁 8시, 긴급출동을 알리는 호출이 떨어졌다. 이점석 소방장(34)과 강동인 소방사(31)가 급히 구급차로 달려갔다. 신고가 들어온 성내공단으로 향했다.
취객의 안전을 걱정한 음식점 업주의 신고전화였다. 예상과 달리 사이렌을 울리지 않았다. 분·초를 다투는 사고현장이나 응급환자 이송 등이 아니면 사이렌을 켜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성내에 도착, 음식점 업주를 찾았다. 술 취한 손님이 일행과 싸우다 가게를 나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119구급대로 신고한 것이었다. 이 취객은 구급대가 도착하기 전 이미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간 뒤였다. 첫 출동의 긴장감이 허무함으로 변했다.
출동한 지 20여 분만에 소방센터로 돌아왔다. 고현시장 주변 소방도로 확보와 적치물 정리를 위해 나머지 대원들이 막 출동한 뒤였다. 매일마다 반복되는 대원들의 일과였다. 구급차에서 내려 사무실로 들어서자마자 강 소방사가 구급활동지를 작성하기 시작한다.
힘든 일도 있지만 재미난 일들도 많아
밤 9시께, 고현시장 인근으로 출동했던 대원들이 모두 안전센터로 돌아왔다. 금요일 저녁임에도 별다른 출동이 없자, 대원들은 "정말 좋은 날을 골라 취재나왔다"면서 "앞으로 출동이 많아 힘들고 바쁠 때면 기자를 꼭 불러야겠다"고 농담을 건넸다. 한바탕 웃음도 잠시, 대원들은 자리로 돌아가 업무를 계속한다.
출동명령이 뜸할 때 구조대원들로부터 다양한 무용담(?)을 전해들었다. 사고현장에서의 처참한 광경은 떠올리기 싫은 듯했고, 기억해내는 일은 재미있고 다소 황당한 이야기들이었다.
이점석 소방장은 "몇 해 전 둔덕에서 머리에 부상을 입은 할머니를 후송하다가 차에서 이상한 냄새가 나 살펴보니 할머니가 상처에 묵은 된장을 발라놨더라"면서 "된장 냄새가 얼마나 독했는지 며칠 동안 차 안에서 된장냄새가 사라지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지난 12년 동안 근무하면서 한 번도 마음 놓고 휴가를 가지 못했다는 김정도 소방교(39)는"2달에 3번씩 순번 휴무제를 정해 놓고 있지만 실제로는 1달에 한번 쉬는 것도 힘든 실정"이라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강대근 소방교는 "90년도 후반쯤에 모 지역신문에서 소방관들의 위험수당이 100% 인상됐다고 대서특필한 일이 있었는데, 그 당시 100% 인상된 금액이 2만원이었다"며 "그 기사가 나간 후 친구들로부터 술 한잔 사라는 전화를 수 십통 이상 받은 적이 있다"고 웃으며 말했다.
대원들의 지난 이야기에 넋을 놓고 있던 중 긴급출동을 알리는 벨이 울렸다. 통영해경 초소 인근에서 오토바이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었다. 시간은 밤 10시를 넘어가고 있었다.
꿀맛 같은 야식도 대원들에겐 고통
긴급출동을 알리는 사이렌이 켜졌다. 사고로 목숨이 위급한 응급환자가 발생이 염려됐기 때문이다. 해경초소까지 논스톱으로 달렸다. 달리는 차량들 틈바구니에서 신호와 차선을 무시하며 곡예에 가까운 운전을 한다. 1분 1초가 급할 때다.
5분만에 사고현장에 도착했다. 오토바이가 차량 밑에 깔려 있었다. 운전자의 안전이 가장 궁금했다. 다행히 2명의 오토바이 탑승자는 팔뚝 등에 약간의 찰과상을 입은 것을 빼곤 무사했다. 큰 사고가 아니어서 다행이었다.
곧바로 구조대가 사고 현장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사고자의 상태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센터로 돌아왔다.
밤 10시 45분께 또 다시 출동신고가 접수됐다. 장평에 위치한 제니스 타운으로 향했다. 부부가 다투다 아내가 경련 현상을 보인 것이었다. 남편이 구급대를 맞았다. 방안에 누워 있던 환자는 한사코 병원으로의 후송을 원치 않았다. 결국 응급처치 후 센터로 발걸음을 옮겼다.
큰 냄비에 라면이 한 솥 끓여져 나왔다. 야식이었다. 대원들과 함께 라면을 먹었다. 면발이 불어 칼국수 같았지만 맛은 꿀맛이었다. 하지만 대원들에겐 야식을 먹는 것도 업무의 연장이었다. 시간은 어느덧 새벽 12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시간이 12시를 넘어가자 대원들이 하나둘씩 돌아가며 휴식을 취하기 시작했다. 이틀에 한 번씩 야간근무를 하다 보니 짬 날 때마다 잠을 자지 않으면 버티질 못하기 때문이다.
시간이 흘러갔다. 새벽 4시가 넘어서도 출동을 알리는 벨소리는 잠잠하다. "오늘은 구급대원들에게 있어 며칠 안 되는 복 받은 날이니 기사 쓰기 힘들어도 기자가 이해하라"며 김광호 부센터장이 오히려 위로의 말을 전한다.
시민의식 부재·열악한 환경, 이제는 달라져야
박 센터장은 차량증가와 부족한 시민의식이 119구급대의 출동을 어렵게 하는 가장 큰 요소라고 설명했다. 차량 정체와 불법 주차로 센터에서 중곡동까지의 출동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특히 대우와 삼성의 출·퇴근 시간대면 구급대의 출동은 엄두도 내지 못한다는 것.
사이렌을 울리고 출동을 해도 앞길을 비켜주는 차량은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현실이 구급대원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대원들은 부족한 구조대 인원과 구급차량, 열악한 휴게실 환경, 과중한 행정업무, 현장 근무자 중심이 아닌 내근 근무자 중심의 소방서 시스템 등을 힘든 점으로 꼽았다.
박 센터장은 "밤새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긴장의 연속이지만 시민들을 돕는다는 투철한 사명감과 희생정신으로 이겨내고 있다"면서 "시민들께 봉사하는 '신현 119안전센터'가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대원들. 그들의 희생이 보다 안전하고 편안한 사회를 만드는 밑거름이 되고 있었다.
덧붙이는 글 | 거제신문에도 게재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