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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꼬냥이에겐 반년이 좀 넘은 남자친구가 있다.

솔로인줄 아셨던 분들께는 작업의 기회조차 드리지 못함을 일단 사죄드린다. 뭐 그러나 걱정은 마시라. 솔로가 되면 알려드리도록 하겠다. 있다면서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괜찮다. 남자친구는 오마이뉴스 안 본다. 못 보게 했다.

꼬냥이의 이상형이 좀 까칠하고 성격 있고 인상 강하고 길쭉길쭉하고 카리스마도 좀 있고 언니들 '탁' 보면 '꺄' 하고 쓰러지는 그런 부류의 소년들이었고 예전에 그런 소년들과의 교류가 좀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꼬냥이 나이 딱 스물여덟 되니 이젠 철 좀 들자는 마음의 외침에 '예쓰~!'를 날리게 되더라는 말씀.

그래서 만나게 된 동갑내기 남자친구. 척 보기에도 선하고 동글동글하고 성질도 꼬냥이에게 밀리는 그런 '순댕이'. 그런데 그런 '순댕이'를 만나게 되니 왜 더 괴롭히고 싶고 놀리고 싶은 얄궂은 마음이 발동을 하는 것인지.

'lately'의 비화를 아는가, 남친?

@BRI@"너 스티비원더의 'lately'가 탄생한 배경 알아?"
"글쎄?"
"스티비원더가 너무 사랑하는 여자가 있었는데 그 여자가 바람이 난 거야, 그때 스티비원더의 절친한 동생 중에 '레이'라는 남자가 있었거든? 그 남자가 앞을 못 보는 스티비원더를 대신해서 여자와 바람 핀 남자를 응징했어. 근데 그때 불의의 사고로 '레이'가 이빨이 몽땅 부러졌대."
"헉 정말?"

정말이냐니…. 이러니 내가 너를 놀리는 것이란다.

"응, 그래서 스티비원더가 자기 돈으로 레이에게 틀니를 선물하고 그런 레이를 위해 만든 곡이 '레이틀니'야."
"… 정말? 스티비원더 참 착하네."
"… 믿냐?"

그제서야 흠칫하는 '순댕이'.

"아니야! 나 안 믿었어! 니가 너무 진지하게 말하니까, 순간…."

히히히히… 바보아이가.

순댕이 속에 자라고 있는 4차원의 꿈나무

아무튼 이렇게 순댕이같은 녀석이 단 하나, 큰 오류가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주사'. 다행히 물건을 던지고 사람패고 욕하는 그런 주사가 아니었지만(그랬다면 이미 옥탑에서 거꾸로 매달았을 것) 곁에 있는 사람을 4차원의 세계로 홈런 시키는 그런 것이었다.

얼마 전 그 힘들다는 '취업'이라는 것을 쟁취해낸 순댕이. 평생직장이라는 생각으로 입사 후 군기 바짝 들어 신입사원 환영 회식에 참석하게 되었다.

첫 번째 통화.
"나 회사 근처 돌고래 호프집에서 회식중이야. 으응~ 나 조금만 마실 거야~ 걱정 마, 술 '하나뚜' 안 취했어."

'하나뚜', 그 과잉애교가 조금 불안했으나 괜찮을 거라고 꼬냥이는 녀석을 믿고 싶었다. 약 한 시간 후,

두 번째 통화.
"나 회사 근처 돌고래 호프집에서 회식중이야."
"알아, 아까 얘기 했어."
"나 회사 근처 돌고래 호프집에서 회식중이야."
"안다고, 이 화상아!"

슬금슬금 전조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 까닭 없이 드리우는 어둠의 그림자는 뭐라지.

세 번째 통화!
"나 회사 근처 돌고래 호프집에서 회식중이야."
"아 어쩌라고~~! 일찍 들어가서 엎어져 자! 쫌!"
"그래, 나는 일찍 들어가는데 빌게이츠가 아침에 커피 마시는 걸 난 이해해."
"뭐시라?"
"김일성이 죽으면 인삼으로 환생하나?"
"뭐라카노!"

너무나 온순하게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순댕이. 녀석 안에 있던 4차원 나무가 싹을 틔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 녀석은 순댕이의 뱃살 깊숙한 곳에 은신하고 있다가 달콤한 알코올이 침투되면 그 알코올을 먹고 자라나는 기생식물이다.

신도림에서 아르바이트 3개월 된 그 OO는 누구냐!

"…아르바이트는 힘들지."
"뭐?"
"신도림에서 하는 아르바이트는 힘들어. 한 3~4개월 됐다고 했나?"
"어이. 이봐."
"내가 니 맘 다 알아, 여자가 신도림 아르바이트는 힘들어."

얼레리? 이건 또 무슨 신종 수법이야? 아시다시피 꼬냥이는 목동 세렝게티 옥탑방에 거주하며 집구석에서 한발도 안 나가고 '은둔형 외톨이'를 몸소 실천하는 새나라의 동네언니 아닌가.

걸렸어, 걸렸어!!

아, 아무리 꼬냥이가 웬만한 일에는 안면세포 하나 꿈쩍하지 않고 순댕이를 철수네 집 누렁이처럼 풀어놓고 키운다지만, 이 순댕이 녀석이 목숨이 아깝지 않고서야 어찌 대놓고 다른 여성과 꼬냥이를 분간하지 못하는 '개포먼스'를 취하는 것인가.

그러나 그 자리에서 버럭댈 순 없었다. 왜냐, 더 캐내야 되니까. 크게 심호흡을 하고 한손엔 카터 칼을 '띡… 띡….' 한 칸 한 칸 올리며 차분하게 물었다.

"나 알바 하는 게 그렇게 안쓰러워?"
"응, 가슴이 찢어져."

얼씨구!! 그래. 너 낚였다.

"그럼, 나 힘들 때 만나자고 하면 언제든 달려 와줄 거야?"
"응!! 봄이 니가 부르면 난 언제든 달려갈 거야!"

엥…? 이름은 꼬냥이 맞는데. 뭐… 뭐야, 그… 그럼 이것도 4차원 짓이야?

"어이, 이봐."
"응?"
"야야, 신도림에서 알바 하는 그 여인네가 나냐?"
"신도림은 신대방이 제 맛이지."
"이런 다중이같은 녀석!"
"너는 신대방 지하철이 신도림까지 걸어가는 고통을 몰라, 임마."

죄인은 옥탑에 매달릴 준비를 하라

▲ 죄인은 어명을 받으라.
ⓒ 박봄이
순댕이는 그 상태에서도 대리운전을 불러 집에 들어가 곱게 잤다고 한다. 이 몸은 전화를 끊고도 난데없이 쓰나미에 휩쓸린 것처럼 정신적 공황상태였거늘...

아침에 전화가 와 도대체 어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묻는 순댕이.

"신도림에서 알바한 지 3개월 된 그 OO은 누구냐?"

울면서 쓰러지는 순댕이. 그래, 억울하겠지. 이유는 네 속의 4차원에게 물어보려무나.

"아악! 도대체 머리 속에 뭐가 들어 있는 거야. 미안해, 한 번 더 그러면 신도림에서 옷 벗고 춤 출게, 용서해줘."

훗… 아무리 뉘우쳐도 과거는 흘러갔다.

이후로 꼬냥이는 만날 때마다 신도림 알바를 묻고 이 순댕이는 이제 그만하라며 성질을 낼만도 한데 그때마다 얼굴이 빨개지며 싹싹 빈다. 그 모습이 재미있어서… 오늘도 또 놀리는 꼬냥이. 그런데 이제 한 번만 더 하고 신도림 이야기는 그만해야겠다.

왜냐,

아직 김정일도 남았고 빌게이츠도 남았기 때문에. 후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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