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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1월 7일 재선에 성공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답하고 있다.
2006년 11월 7일 재선에 성공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그의 부인 힐러리 상원의원과 관련된 유명한 농담 하나.

클린턴과 힐러리가 자동차를 타고 시골길을 달리다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에 들렀다. 한데 주유소 사장이 고등학교 때 힐러리의 애인이었고, 오랜만에 만난 두 사람은 환담을 나눴다. 기름을 다 넣고 출발한 뒤 클린턴이 한 마디 했다. "당신은 나를 만난 걸 복으로 알아, 저 친구와 결혼했다면 지금 쯤 시골에서 자동차에 기름을 넣어주고 있었겠지" 그러자 힐러리가 한 말. "그 남자가 대통령이 되었겠죠."

16일(현지 시각) 배럭 오바마 미 상원의원이 대통령 선거 출마를 공식 선언하면서 오는 2008년 미 대선 분위기는 일찌감치 달아오르는 분위기다. 조지 부시 대통령의 인기 급락과 지난해 11월 중간선거 패배로 공화당이 불리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아직 승패는 알 수 없다.

라스무센 리포트가 지난 10~11일 미 성인 8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 같은가'라는 질문에 존 매케인 공화당 의원이 19%로 1위를 차지했고 힐러리 의원이 17%로 2위였다. 이어 오바마 의원·존 에드워드 의원(둘 다 민주당)·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공화당)이 14%로 공동 3위였다. 다른 선거 출마 예상자들은 3% 미만의 지지를 받았다.

적도 친구도 많은 '최강의 후보' 힐러리

@BRI@민주당으로서는 중간 선거 승리의 여세를 몰아 내년 대선에서 꼭 이기고 싶겠지만 상황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우선 민주당 안에서는 여전히 최강의 후보로 꼽히는 힐러리 의원에 대한 미국민들의 선호도가 지역과 계층에 따라 너무나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이다.

힐러리는 너무 잘나 미 역사상 '가장 유명한 여성'으로 불릴 정도인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1947년 생이니 올해 환갑을 맞은 할머니가 되었고 본인도 중도 성향표를 끌어모으기 위해 변화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있지만 이미지는 여전하다.

힐러리를 지지하는 인터넷 사이트가 1만7000개에 이르지만 한편에서는 미국민의 47%가 "대통령 선거에서 절대 그를 찍지 않겠다"고 응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힐러리의 장점] 화려한 경력, 든든한 인맥에 돈까지 있다

힐러리 상원 의원의 지지 사이트인 '보트 힐러리'(Vote Hillary)의 첫 화면에 등장하는 사진. '더 강한 미국을 위한 과감한 리더십'이라고 적혀있다.
힐러리 상원 의원의 지지 사이트인 '보트 힐러리'(Vote Hillary)의 첫 화면에 등장하는 사진. '더 강한 미국을 위한 과감한 리더십'이라고 적혀있다. ⓒ 보트 힐러리
일단 민주당 대선 후보군 가운데 돈·조직·인맥 등 모든 면에서 힐러리가 가장 앞선다.

힐러리는 퍼스트레이디가 되기 전에 전 '미 100대 변호사'로 두번 들었고, 앞에 소개한 농담에서 알 수 있듯이 시골인 아칸소 주지사였던 남편을 대통령으로 만든 일등공신이기도 하다.

비록 실패하기는 했지만 남편이 대통령 자리에 있을 때 말썽많은 미국의 의료보험 개혁을 지휘했다. 그녀는 처음으로 남편의 재임 때 선거에 나섰던 퍼스트레이디였으며, 뉴욕주에서 당선된 첫 여성 상원의원이다. 퇴임 뒤에도 아직 대중적 인기가 높고 민주당원들에게는 많은 지지를 받고있으며, 특히 흑인표를 빨아들이는 데도 최고라는 남편 클린턴이 힐러리를 돕고 있다.

무엇보다 미 대선은 돈 선거다. 지난 2004년 부시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3억6000만달러를 썼던 것에 비춰볼 때 내년 대선에는 5억달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힐러리는 선거운동 자금 모금에도 민주당 내 그 어떤 후보보다 앞서 있다.

[힐러리의 단점]너무 잘나서 두려운 '그녀를 막아라'

그러나 이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힐러리는 백악관 안주인 때 너무 설쳐댔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안티 힐러리 사이트인 '그녀를 막아라!(www.stophernow.com)' 첫 페이지에는 "여러분 알고 있습니까? 힐러리는 대통령의 고위 참모들 틈에 끼어 백악관의 웨스트윙(서관)에 개인 사무실을 가졌던 최초이자 유일한 영부인이라는 것을"이라고 적혀있다. 백악관의 안주인은 전통적으로 남편인 대통령을 조용하게 내조하는 것이 미덕으로 꼽혀왔다.

미국의 정치잡치 <마더 존스>는 신년호에서 "힐러리가 문맹퇴치·청소년 마약중독 문제·고속도로 미화 작업 같은 퍼스트레이디들이 하는 전통적인 과제보다는 의료시스템을 뜯어고치려 하는 등 지나치게 튀는 행보를 보여 국민들에게 '깊은 공포와 어두운 미움'을 불러일으켰다"고 지적했다.

이 잡지는 미국 남성들에게 힐러리 의원은 "자신의 출세를 위해 침실의 기쁨을 무시한 아내, 즉 두려움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 1998년 클린턴과 모니카 르윈스키의 섹스 스캔들이 벌어졌을 때 힐러리는 '그의 목을 비틀어 죽이고 싶다(자서전 <살아있는 역사>)'는 생각까지 들었지만 꾹 참고 남편과 다정하게 키스하는 장면을 연출함으로써 위기를 넘기게 했다. 그런데 이런 행동도 입방아에 올랐다.

여걸다운 행동이었다는 찬사가 있는 동시에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야심의 발로" "난봉꾼 남편의 외도를 눈감아줌으로써 권력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는 비아냥이 나왔다.

'그녀를 막아라!'는 힐러리를 "좌파 급진주의자"라고 맹공하고 있지만, 힐러리는 이라크 공격에 찬성했다. 요즘에는 태도를 바꿔 부시 대통령의 미군 증파 계획을 반대하고 있는데 이것은 민주당의 원칙주의자들 및 반전 세력들에게는 비열한 말바꾸기로 비춰진다.

[현재 스코어는] 한풀 꺾인 힐러리... 아이오와주에서 4위

이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오랫동안 미국민들의 비토 감정을 극복하지 못한 탓인지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민주당 안에서 최고였던 힐러리의 인기는 최근 한풀 꺾인 느낌이다.

지난해 12월 말 아이오와주 민주당 유권자 600명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오바마와 존 에드워즈 상원 의원은 22%의 지지율로 공동 1위를 차지한 데 비해 힐러리는 10%로 4위에 그쳤다. 아이오와주는 2008년 1월14일 첫 코커스(당원대회)가 열리는 곳으로 전통적으로 당의 대선주자 후보 예비선거판의 승패를 예상해볼 수 있는 장소다.

지난 12~14일 조지아주 유권자들을 상대로 한 조사에서 힐러리는 27%를 얻어 1위를 차지하면서 20%의 오바마를 제쳤지만 지난해까지 20% 포인트 이상 앞섰던 것에 비하면 격차가 크게 줄었다.

[오바마의 장점] 진보적인 통합인종 '검은 케네디'

유권자들과 환담중인 배럭 오바마 상원 의원.
유권자들과 환담중인 배럭 오바마 상원 의원. ⓒ 오바마 의원 홈페이지
힐러리가 주춤하는 사이 크게 부각되고 있는 인물이 오바마 상원의원이다. 아프리카 케냐 출신 흑인 아버지와 캔자스 주 출신 백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오바마는 '정치권의 타이거 우즈' '검은 케네디'로 불린다. 공교롭게도 오바마는 아직도 미국민들에게 진한 향수로 남아있는 케네디가 대통령에 취임하던 1961년 태어났다.

지난해 10월 출간한 자서전 <대담한 희망>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그는 16일 "현재 지도자들은 상식적인 방법으로는 일을 수행할 능력이 없으며, 우리가 정치를 변화시켜야 한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을 꿈꾸고 있으며 제2의 케네디 신화를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힐러리와 달리 초지일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해왔다. 동성 결혼과 낙태에 찬성하는 진보적인 성향이다.

흑인이지만 2살 때 부모가 이혼하면서 백인 어머니와 외할머니 슬하에서 자랐고 태어난 곳이 아시아계가 많은 하와이여서 인종적 통합 및 세계화 시대에 적합한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다.

미국의 여론조사 전문가인 존 조그비는 "'누가 케네디와 에이브러햄 링컨의 이미지와 비슷한가'에 대해 조사한 결과, '링컨 이미지'의 경우 오바마는 힐러리를 1% 포인트를 앞서고 '케네디 이미지'의 경우 2배 정도 앞선다"며 "오바마는 힐러리 킬러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오바마의 약점] 경력 부족... "대외정책에서 한 게 없다"

젊은 시절 코카인을 흡입한 사실 등이 꼬투리를 잡힐 만한 것이지만 오바마의 최대 약점은 경력이 대단히 짧고 따라서 가혹한 검증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 일간지인 < USA 투데이>는 17일 '오바마에 대한 큰 의문'이라는 기사에서 "지난 2005년 상원의원 당선, 일리노이주 상원의원 7년, 지난 2000년 하원의원 선거 실패, 2004년 민주당 전당 대회에서 단 한번의 뛰어난 연설로 두각, 2권의 책이 베스트 셀러가 된 것이 오바마 정치 이력서의 전부"라면서 "이것이 그가 대통령이 되기에 충분한 자격인가?"라고 의문을 던졌다. 특히 이라크 전쟁, 북한 및 이란 핵문제가 해결되지않고 있는 상황에서 그의 대외 정책에 대한 경력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물론 반론도 강하다. 일리노이주 의회에서 오바마와 같이 의원으로 활동했던 의원들은 "오바마가 복잡한 문제를 재빨리 파악하는 능력이 매우 뛰어나며 경험 부족을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 USA 투데이>는 전했다. 미국을 베트남전의 수렁에 몰아넣었던 린든 존슨 전 미 대통령은 원래 의원시절 외교경험이 풍부했으나 역사적 실수를 저질렀다는 반론도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6일 "이제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대회는 성과 인종 대결이 중심 주제로 자리잡게 됐다"며 민주당 전략가인 재말 사이먼스의 말을 인용, "오바마 의원이 마력(magic)을 갖고 있다면, 힐러리는 힘(muscle)을 갖고 있다. 차기 경선은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가진 오바마와 돈과 조직을 가진 힐러리 사이의 물러설 수 없는 한판 대승부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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