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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송파구 잠실 아파트 단지.
ⓒ 오마이뉴스 권우성
정부의 1·11 부동산 대책 발표를 고비로 부동산 문제의 관심이 집값 상승에 대한 우려에서 '거품 붕괴' 경고로 급격하게 바뀌었다.

민간연구소들은 대출 규제 중심의 고강도 금융정책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거품 붕괴에 따른 가계발 금융 위기를 잇따라 경고하고 나선 것.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 대책이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라고 맞서고 있다. 정부 역시 집값이 떨어져도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언론은 그동안 주택담보대출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오다 이제 정반대로 무리한 금융정책의 결과로 곧 금융위기가 도래할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이처럼 집값 거품 붕괴를 둘러싼 시각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현상은 2007년 한국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다. 이 같은 논란의 배경에는 부동산 시장의 기상도 변화가 똬리를 틀고 있다. 이른바 '버블세븐'의 집값이 약세로 돌아선 데 이어 주택 매매건수도 급감하고 있다. 거품 붕괴의 조짐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오마이뉴스>는 거품의 실태는 어느 정도이며, 만일 거품이 붕괴된다면 어떤 위기가 생기는지 등 최근 들어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집값 거품 붕괴론의 이면을 살펴봤다.

집값 거품붕괴 시나리오 현실화?

@BRI@부동산 시장 일각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논란이 돼 온 집값 거품붕괴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이 같은 관측의 배경에는 지난 연말을 고비로 급격하게 변화한 부동산 시장의 기상도가 놓여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한마디로 꽁꽁 얼어붙었다. 불과 한 달 전 집값 상승을 우려했을 당시와는 딴판이다.

지난해 11·15 부동산 대책과 올해 1·11대책 발표 등의 여파로 주택시장이 크게 위축되면서 서울 강남권과 분당, 과천 등 인기지역의 아파트 거래건수가 최근 들어 급감했다.

또 그동안 집값 급등을 주도해온 '버블세븐' 가운데 평촌을 제외한 강남·서초·송파구와 양천구 목동·분당·용인 지역의 아파트 값이 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뛰었던 과천시도 4주째 내림세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에 대한 진단과 해석이 엇갈린다는 점이다. 민간연구소들은 이를 위기 상황으로 진단하고 정부의 무리한 금융정책이 자칫 위기를 부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반면 일각에서는 정부의 처방이 부동산 거품을 잡기 위해서는 불가피한 조치인 만큼, 일관성 있는 정책 집행이 중요하다고 맞선다.

붕괴 위기론자 "장기불황 우려...공급에 초점 맞춰야"

현 상황을 위기로 진단하는 이들의 주장은 이렇다. 정부가 현재와 같이 고강도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 경우 부동산 거품이 갑작스럽게 붕괴하면서 자칫 장기 불황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거품 붕괴가 급속히 진행될 때 그 폐해가 담보대출자들에게만 그치지 않는다고 이들은 강조한다. 담보대출자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져 소비는 줄고 산업 생산이 감소해 성장이 부진하고 다시 소득과 소비가 떨어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해 가을 이후 폭등한 아파트 값에 대한 거품 붕괴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특히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로 다주택자들의 이자부담과 경기 둔화에 따른 집값 하락은 가계 몰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들은 거품 붕괴에 따른 경제 위기를 막기 위해선 정부가 과도한 금융정책보다는 공급 위주의 유연한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집값 상승은 공급 부족에 대한 수요 때문인데 정부는 대출규제, 원가공개 등 수요 압박을 통해서만 집값을 잡으려 한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가격 문제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중장기적인 공급 정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무리한 금융정책을 통해 집값을 잡으려 하다가는 자칫 우리도 일본식 거품 붕괴를 경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판교 신도시 견본주택 전시장 계약금 대출 상담 장면.
ⓒ 오마이뉴스 안홍기

일부선 "거품 붕괴론에도 거품 끼었다"

일각에서는 '거품 붕괴론' 자체에 거품이 낀 게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이 같은 주장을 내세우는 이들은 "당장 집값이 폭락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라며 "특히 일본과 달리 과잉투자 등의 문제가 없어 집값 하락을 경기침체와 연관짓는 것은 무리"라고 말한다.

김동환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부동산 대란 상황에서도 정부는 금리를 올리기보다 대출규제 등에 한정한 조치를 취했다"며 "이는 일본이 단기간 내 금리를 급속도로 올려 이후 장기불황에 빠진 점을 정부가 반면교사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일부에서는 각종 정부 규제를 철폐, 완화하는 것에서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거품을 만들어 거품이 붕괴하는 것을 막자는 발상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서 대단히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정부 역시 집값 하락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주택담보대출비율과 총부채상환비율 등을 통해 규제를 해왔기 때문에 걱정할 수준이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시중 은행들의 평균 주택담보대출비율은 51.3%에 불과해 부동산 가격 하락이 채무 불이행으로 이어져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언론들 '이 정도로 집값 잡히겠느냐' 떠들 땐 언제고..."

부동산 문제를 바라보는 언론의 보도도 급격하게 바뀌었다. 지난해 정부가 11·15 대책을 내놓았을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집값이 잡히겠느냐'며 정부 정책을 비난하던 언론은 최근에는 정부의 과도한 금융정책을 지적하면서 '잃어버린 10년 일본 사례 따라가다니'(<조선일보> 1월 24일자), '실수요 대출까지 직격탄 위기의 가계'(<동아일보> 1월 3일자) 식으로 정반대 태도를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대부분 언론들은 주택담보대출 급증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다 정부가 대출규제에 들어가자 이번엔 그 부작용을 집중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정부의 소나기식 금융정책으로 부동산가격이 급락하고 결국 금융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승우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최근 국정브리핑 기고를 통해 "과장된 위기론이 오히려 위기를 만든다"며 언론의 무조건적인 정부 정책 깎아내리기에 유감을 표시했다.

이 비서관은 "언론의 이런 보도는 제도의 배경과 취지 및 관련 통계자료 등 정확한 사실관계 파악 없이 일부 외국의 실패사례 등 부분적 부작용만을 지나치게 확대하고 있다"며 "과장된 위기론과 대안 없는 비판으로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우려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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