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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편의 외도와 홀로서기가 주된 내용인 <아줌마가 간다>
ⓒ KBS

우리나라는 드라마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국민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방송사의 위상은 드라마 시청률과 직결한다. 드라마 시청률이 좋으면 방송사의 위상과 권력이 단번에 올라간다. 그도 그럴 것이 시청률이 광고수입과 직결되는 것은 물론, 드라마 시청률이 높으면 메인 뉴스의 시청률도 함께 상승곡선을 그린다는 데 무슨 할 말이 더 있겠는가?

과거 '국민드라마' 불리는 드라마의 경우, 시청자들의 입김이 내용을 좌지우지하는 등 그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왔다. 비련의 여주인공이 시어머니의 고된 시집살이를 한다든지, 혹은 뒷바라지는 한 여성이 남자에게 배신을 당하다든지 하면 시청자들은 즉각 전화를 걸어 방송사에 항의를 하였다. 물론 그 당시에는 인터넷이 없었기에 전화로 뭐든지 해결하던 시대였다.

@BRI@그리고 인터넷 보급과 함께 시청자 반응은 보다 즉각적이고, 방송사는 이른바 네티즌들의 눈치를 살피며 드라마를 제작하고 있다. 그러나 얼핏보면 네티즌들의 입김이 거세져 시청자 권력이 강화된 것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방송사의 권력이 강화되었다. 그것은 시청률이 조금이라도 낮으면 소수시청자들을 무시한 채 조기종영하거나, 인기가 있으면 무턱대로 연장방영을 결정하는 것 등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렇게 우리는 드라마에 웃고 우는 국민성을 가졌고, 전반적인 분위기가 드라마 위주로 편성되어 본방송과 재방송이라는, 어느 나라에도 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물론 미국의 경우 한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이 방송되기까지 재방송을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방송 중에 재방송을 하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드라마의 소재 고갈도 일찍 찾아왔다. 그 이유 중 하나가 한 방송사에서 적어도 4~5편은 방송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기가 있다고 하면 한 장르를 연속해서 내보내 소재가 일찍 고갈되어 식상함도 일찍 느낄 수밖에 없다. 그러한 이유들로 드라마의 인기장르가 빠르게 변화하면서 멜로드라마와 트렌드 드라마가 한때 장악하는가 싶었더니, 이젠 사극과 의학드라마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헌데, 이상하게 질리지 않는 소재가 있다. 그것은 바로 불륜이다. 드라마 시청자들은 20대 혹은 30~40대 여성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중에서도 30~40대 여성 시청자들의 힘은 막강하다. 또한 그중에서도 대다수 주부시청자들이 시청권을 장악하고 있는데, 그들을 위하여 아침드라마와 일일드라마, 미니시리즈, 주말드라마가 편성된다고 해도 과장은 아니다.

그리고 주로 아침드라마에 단골 소재인 불륜을 다룬 드라마들이 많다. 몇 해 전에는 방송사 스스로 자성의 목소리를 내며 아침드라마에 불륜을 소재로 넣지 않는 건강한 드라마가 등장하기도 했으나 요즘 들어서 다시금 회귀하였다.

그런데, 과연 불륜드라마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꼭 부정적으로만 봐야하는 것일까? 등등 여러 의문들이 남게 된다. 그리고 멜로와 트렌드 드라마는 퇴행하고 있는데 불륜드라마는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생명력이 참으로 길다.

불륜 드라마의 생존 법칙

▲ <있을 때 잘해>는 남편의 외도로 아내는 이혼과 함께 홀로서기를 준비한다.
ⓒ iMBC
불륜드라마는 과거에서부터 줄곧 이어져 왔다. 그 시초로 볼 수 있는 드라마는 70년, 80년에 있었던 드라마지만, 애인 열풍이 불게 하였던 MBC 드라마 <애인>이 지금의 불륜드라마에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다.

그 드라마 방영 이후 전국 기혼자들의 애인만들기가 하나의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기도 했으니, 그 영향력이 어떠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그것은 기존의 여성이 피해자로 그려졌던 것에 반해 당당하게 결혼한 여성이 애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과거 불륜 드라마는 대부분 남편에게 헌신하며, 자식을 키우고, 가사 일을 하는 전업주부들이 느닷없이 남편에게 애인이 있음을 알고 그 남편의 마음을 돌려놓고자 눈물로 밤을 새고, 결말에는 '그래도 조강지처가 최고다'라는 설정으로 마무리 지었다.

그러한 스토리를 예측하자, 이번에는 가정 있는 여성이 남편이 아닌 다른 남성과 사랑에 빠진다는 내용을 만들어 냈다. 그것이 바로 <애인>이다. 그리고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불륜드라마로 한 단계 진화하였고, 여성이 직업 전선에 뛰어들기 시작한 시점과 맞아떨어지면서 일대 신드롬을 일으킨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주부들이 남편의 외도로 시련을 겪는 내용은 꾸준히 전파를 탔다.

그 이후 <애인>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계속된 남편의 외도로 인한 아내의 상처와 고난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자, 사람들은 서서히 실증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그후 다시금 불륜 드라마가 진화하였다.

그것은 바로 MBC 드라마 <아줌마>였다. 억척이지만 대학교수를 남편으로 둔 아내가 남편의 외도를 알고 모든 것이 무너진 듯한 좌절을 보이지만 끝내 자신의 힘으로 다시금 일어선다는, 전에 볼 수 없었던 불륜드라마로 다시금 시청자들의 눈을 매료시켰다. 그리고 아직 불륜드라마는 진화하지 않고 아줌마들의 홀로서기로 승부를 보고 있다.

그 예로 MBC드라마 <있을때 잘해>와 KBS드라마 <아줌마 간다>가 남편의 외도로 가진 것 없는 여성들이 자신의 힘으로 홀로서기에 성공한다는 내용이다. 물론 <있을 때 잘해>는 다소 내용 전개가 다시금 과거의 낡은 방식을 택하면서 홀로서기 보다는 사랑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 기둥은 아줌마의 홀로서기다.

이렇게 변화를 거듭하면서 질긴 생명력을 보이는 것이 불륜 드라마다. 멜로와 트렌드 드라마의 퇴행과 비교해 보면 그 생명력은 차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주 시청 층인 30~40대 여성의 힘이 아닐까 싶다.

심지어 SBS 금요드라마는 불륜 드라마로 탄생하여 꾸준히 불륜 드라마를 방송을 내보내고 있고, SBS 효자드라마로 부상했으니, 그 열기는 어느 정도일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불륜 드라마는 나쁘다?

▲ 멋진 남성과의 로맨스로 대리만족을 시킨 <그 여자>
ⓒ SBS
그렇다면, 불륜 드라마의 인기에도 언제나 비평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불륜을 이용하여 시청자들의 감성을 건드리면서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사실, 결혼한 부부들이 외도를 하는 경우는 꼭 드라마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꾸준히 있어왔다. 물론 드라마의 영향으로 더 많아졌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누구도 단정 지을 수 없다.

드라마는 현실을 근간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허구와 잘 버무려 시청자들의 대리만족을 시켜주는 작용을 한다. 그러한 측면에서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를 제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며, 결혼한 부부들이 이 세상에 있는 한 절대 없어지지 않을 소재이기도 하다.

하지만 불륜 그 자체를 두고 봤을 때,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지만 불륜을 드라마로 끌어와 전개하는 방법이 너무나 선정적이고, 극단적인 것은 문제다. 늘, 아내는 착하고, 불륜을 저지르는 여성은 온갖 악행을 다 하는 여성으로 캐릭터를 이분화하였고, 선악구도의 대결로 이어간다.

또한 내연녀가 아내의 남편을 차지하고자 하는 행동과 에피소드는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우도 많다. 그 일례로 <있을 때 잘해>에서 내연녀로 등장한 배영조(지수원 역)의 모습은 지극히 정상적인 모습이 아니다. 악녀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며, 너무나도 극단적인 캐릭터로 부각시켜 상대적으로 아내의 모습을 착하게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내용 전개 또한 남편이 거침없이 아내에게 자신이 바람을 핀 사실을 이야기하며, 이혼을 요구하는 모습이다. 그것이 실제로 있다고 한들, 그러한 극단적인 모습은 방송에서 여과 없이 보여 진다는 자체는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시청하는 TV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너무하다.

이러한 캐릭터 설정과 내용 전개는 분명 시청률을 의식하는 것이며, 시청자들이 불륜 드라마에 익숙하면 익숙해질수록 그 강도는 날로 높아져만 간다. 그리고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더욱더 자극적인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불륜 드라마가 넘쳐나게 된 것이다. 물론 가족이 해체 속도가 점점 빨리지는 정도를 볼 때 지나치게 허구적인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하지만 바람과 이혼이라는 두 가지를 너무나 쉽게 결정해 버리는 TV드라마 속 부부를 보면서 시청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본다면 불륜드라마를 자극적으로만 그려서는 안 될 것이다.

교훈드라마만 있어야 하나

하지만 이에 반해 반론도 만만치 않다. 사실 드라마는 현실과 허구를 적절하게 조화시켜 만들어 내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고, 재미있게 해줘야 하는 의무도 있다. 그렇다면 시청률이 높다는 증거는 그만큼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본다는 이야기도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불륜 드라마는 드라마로서의 제구실을 다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불륜 드라마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찬성하는 이들은 말한다.

"드라마는 드라마 일뿐 현실과 혼동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꼭 교훈적인 교과서에나 나올 법한 드라마만 있어야 하는가?"

이렇게 반문하며 반박하다. 그렇다. 꼭 드라마가 교훈적인 내용을 담고 있을 필요는 없다. 또한 과거와 달리 아내의 홀로서기를 담은 내용들이 많아 오히려 바람난 남편에 의지하지 않은 채 홀로 살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함께 30~40대 시청자들에게 무엇이 중요한 부부간의 관계를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충분히 시청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며, 그러한 공감할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불륜 드라마를 꼭 나쁘게 볼 수만은 없다는 것.

그리고 가장 찬성을 하는 큰 이유는 드라마의 대리만족 부분에서 여성 시청자들이 크게 공감한다는 것이다. 그 예로 <그 여자>에서 남편을 위해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남편이 신경 쓰지 않게 자녀 교육에도 앞장서는 우리 아내와 어머니 그리고 아줌마들. 하지만 그러한 생활에 묻혀 지내면서 한 번쯤 근사한 남자와 데이트를 하고 싶은 욕구는 살아있다.

즉, 아내와 엄마, 며느리, 아줌마 등 타이틀은 많지만 그 보다 먼저인 여성성에 주목을 해본다면 이러한 판타지가 여성시청자들의 대리만족 충분히 하는데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한 측면에서 여성들이 남편의 외도에 잊고 있던 자아의 정체성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며, 이와 함께 남편에 의지하지 않은 채 홀로서기를 하거나, 멋진 남성과의 로맨스는 일반 주부시청자들에게는 해방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불륜 드라마를 꼭 나쁘게만 바라보는 것은 일종의 고정관념일 수도 있다. 이렇듯 불륜 드라마는 끊임없이 찬반 의견이 대립하는 가운데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불륜 드라마의 질적인 부분을 떠나 또 어떻게 변신에 성공하여 어떠한 스토리가 전개될 지도 사뭇 궁금해진다. 하지만 적어도 여성들의 대리만족도 중요하지만 현실에 근간으로 하는 드라마인 만큼 자극적이거나 선정적인 내용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은 삼가길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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