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가 인체에 미치는 해악이 대대적으로 광고된 이후 ‘금연’ 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폐암’ 을 비롯한 각종 치명적 질병의 원인으로 밝혀진 담배를 끊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나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이 ‘금연’ 이다. 담배의 중독성은 인체에 끼치는 해악성 만큼이나 무섭고 질긴 것이기에.
“한 가치만 더 피우고 끊어야지!” 하다가 영영 담배와 이별을 못하는 경우도 있고 “오늘만 피우고 내일부터 끊는다.” 는 핑계를 만들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모든 것이 사실은 담배의 질기고 질긴 중독성 때문이다. 니코틴의 중독성이 핑계거리를 만들어 내게 하는 것이고 결국은 담배에 불을 붙이게 하는 것이다.
담배와 이별하기로 결심하고 4년간 각고의 노력을 한 끝에 6년 전부터 ‘금연’ 인생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담배와 영영 이별했다고 아직도 자신 있게 얘기하지는 못한다. 그저 담배를 금하고 있는 것뿐이다. 아직도 난 담배와 치열하게 전쟁을 하고 있다.
굉장히 화가 날 때, 충격적인 일을 당할 때, 긴장감을 견디기 힘들 때... 담배는 아직도 나를 강하게 유혹한다. 그때마다 난 치열하게 내 몸속에 남아있는 니코틴의 중독성과 전쟁을 벌인다. ‘한 대만 피워볼까!’ 라는 생각이 나를 다시 니코틴의 늪으로 빠뜨리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금연의지’ 빈약한 대한민국
예술의 나라 프랑스는 ‘국가적 차원에서 금연운동에 돌입했다. 2월1일부터 전국의 학교, 병원, 사업장 등 공공 이용시설 흡연 금지조치 시행에 들어갔다. 그리고 지난달 29일부터는 전국 곳곳에 금연이 지켜지도록 감시·관리하기 위해 ‘금연경찰’ 17만5000명을 배치했다.
경찰들은 공공장소 금연 규정을 무시하는 위반자들에게는 68유로(약8만8000원)의 벌금을, 흡연을 허용한 업주들에겐 135유로의 벌금을 매기게 된다. 아울러, ‘내년 1월1일부터는 카지노와 바, 주점, 호텔, 레스토랑 등에까지 금연 조치를 확대할 계획’ 이라는 소식이다.
프랑스에 비하면 우리의 금연운동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아직도 담배 회사는 판촉을 위해 각종 홍보에 거액을 들이고 있으며 공공장소에서는 흡연자들이 아무런 제재 없이 담배를 피우고 있다.
국가적 차원의 제도적 장치도입은 아직 먼 나라 얘기다. 7년 전, 폐암환자들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우리나라 최초의 담배 소송에서 법원은 회사 측 손을 들어 주었다(2007년1월25일). "흡연과 폐암간의 인과관계를 증명할 근거가 없다" 는 것이 판결 이유다.
우리나라의 ‘금연운동’ 은 이처럼 소극적이다. ‘금연경찰’ 을 배치해서 단속을 벌이기는커녕 오히려 법원이 나서서 담배회사의 판촉 활동에 ‘명분’ 을 세워주고 있다. 이는 곧, 금연 운동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인 것이다. 프랑스가 우리나라 보다 ‘예술이 발달했다’ 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단호한 ‘금연정책’ 을 보면 예술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담배회사가 돈을 버는 것은 비극이다
힘겹게 ‘금연’ 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주변 환경은 승, 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이다. 우선 전체적인 사회적 분위기가 중요하다. 그러나 앞에서 살펴본 대로 우리의 사회적 분위기는 아직도 담배회사나 흡연자에게 너그러운 편이다.
담배회사 KT&G에서 공중파를 통해 흘려보내는 화려한 광고를 보면 오히려 청소년들에게 담배를 권한다는 느낌이 든다. 인기 절정에 있는 젊은 연예인이 등장해서 KT&G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간접적으로 심어주기 위해 아름다운 영상을 연출하고 있다. 물론, 그들은 청소년들의 우상이다. 그 안에서 무시무시한 담배의 유해성을 찾기란 힘든 일이다.
갈수록 화려해지는 담배 갑과 담배의 종류만 봐도 우리의 금연 환경을 금방 알 수 있다. 금연 인생에 접어들었던 6년 전에는, 담배 종류라고 해 봐야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그러나 지금은 외우지 못할 정도로 종류가 다양해 졌으며 포장도 화려해 졌다.
기업이 홍보에 열을 올리고 제품 개발에 적극적인 것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당연한 것이다. 많이 팔아서 이윤을 남기는 것이 기업의 목적이기에. 그러나 그 결과가 비극적이라는 것이 문제다. 담배회사가 돈을 많이 벌수록 폐암으로 죽어가는 흡연자 수와 중독자로 변하는 청소년 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이정도면 비극 아닌가?
싱가포르 에서는 ‘담배 갑에 섬뜩한 사진을 넣어서 유해성을 알리고 있다. 죽어가는 사람, 죽은 아이의 사진 등. 거의 호러물 수준의 사진을 담배 갑에 새겨 넣어서 ’금연의지‘ 를 고취 시키고 있다. 담배 가격도 우리나라 돈 7000원 정도로 높은 수준이다.
싱가포르의 성인 흡연율은 14% 정도다. 우리나라의 성인 흡연율40%와 비교해 볼 때 굉장히 낮은 수치다. 흡연율이 이처럼 낮은 이유는 강력한 경고성 사진이 적나라하게 담배 갑에 새겨져 있다는 것과 담배 값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높다는 것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 흡연 증가' 문제 있다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대한만국은 아직도 직, 간접적으로 담배를 권하고 있는 사회다. 담배회사는 팔, 다리 걷어 부치고 흡연을 권장하고 있으며 국가는 방관하고 있다. 언론은 병도 주고 약도 준다. 담배의 유해성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는 것도 방송 매체이고 광고를 통해서 담배회사를 아름답게 포장 하는 것도 방송 이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는 금연 에 성공하기가 무척이나 힘이든 것이다.
담배와 이별하고 금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난한 투쟁의 과정이 필요하고 각종 유혹을 물리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운동요법, 식이요법 등 많은 비법들이 책이나 방송 인터넷을 통해 소개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의지력이다. 높은 의지력이야 말로 열악한 주변 환경을 돌파하고 담배와 이별 할 수 있는 지름길이다. 의지가 약하면 각종 비법들은 무용지물이다.
그렇지만 개인의 의지력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은 사회전체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만들어 줘야 한다. 외국의 사례들처럼 국가가 나서서 분위기를 조성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담배 갑에 무시무시한 사진을 새겨 넣고, ‘금연경찰’ 을 배치하여 금연을 관리감독 하는 것은 사실 우리나라에 절실한 일이다.
아직도 우리나라 성인남성 흡연인구는 40%대에 머물러 있다. 그렇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반면, 청소년들의 흡연율은 점점 늘어가는 추세다. 이젠, 이러한 원인이 어디에 있는가를 살펴봐야 할 때다. 청소년들의 흡연을 부추기는 각종 광고도 이제 금지 돼야 한다. '백해 무익'한 담배 만큼은 권하지 않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안양뉴스(aynews.net)에도 실을 예정입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