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I@제주의 입춘 전야는 대단히 뜨거웠다. 입춘추위를 무색케 한 포근한 날씨가 찾아온 3일 제주시 관덕정 주변은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과 제주도청(도지사 김태환)이 공동으로 추진해온 제주민속의해 선포식을 찾은 인파로 뜨거운 열기마저 느끼게 했다.
제주민속의 해 행사는 작년 1월 조인식을 갖고 출범한 것으로 지난 한 해 제주 내 민속조사 및 행사 등을 추진해온 성과들을 토대로 1년 여 만에 선포식을 갖게 된 것이다. 이날 선포식 행사장에는 김태환 제주지사와 신광섭 국립민속박물관장이 선포와 치사를 위해 단상에 올랐으며, 박양우 문화관광부 차관이 치사를 했다. 선포식에는 김재윤 의원, 강창일 의원 등 많은 인사가 참석해 민속의해 선포가 갖는 의의를 새겼다.
특히 이날은 제주 민속행사인 입춘굿 전야제가 함께 벌어져 참석자들은 축제분위기를 만끽했다. 선포식에 맞춰 수십 개의 풍물패가 만장을 앞세우고 관덕정으로 모여드는 일대 장관을 펼쳐 보여 주변 시민들은 즐겁게 축제를 맞이했다. 풍물패는 낭쇠(나무소)로 행렬을 이끌어 제주의 입춘굿이 갖는 민속적 의미를 살려주었다.
들뜬 열기가 겨울을 잊게 해주는 속에서 한 시민은 선포식을 지켜보다가 “1만8천 제주신들도 조아마시(좋아하신다)”고 말을 해 주변을 함빡 웃게 만들었다. 이렇듯 성대하게 개최된 제주민속의 해는 국립민속박물관이 올해부터 10년간 전국 도 단위를 대상으로 추진하는 장기 사업으로 전국의 민속자원을 발굴하고 지역문화발전의 기반을 구축하기 위하여 시행된다.
이 사업에는 10년간 총 200억 원의 국립민속박물관 예산이 투입되며, 지방자치단체도 일정부분 예산을 투여하여 사상 최대, 최다의 민속자원발굴사업이 시행될 예정이다. 제주는 섬이라는 지역적 특수성으로 인해 육지와 사뭇 다른 민속환경을 가져온 민속의 보고이며, 그것은 관광제주의 주요한 자산이기에 그 첫 대상으로 삼은 것이라고 관계자는 밝혔다.
국립민속박물관은 작년 민속의 해 사업조인을 가진 후 제주 내 하두리와 덕수리 두 마을에 학예사들을 상주시키며 마을 민속을 조사했고, 그 결과를 11권의 책으로 엮어 보고서로 발간하는 등 지난 한해 동안 제주 민속자원 발굴에 매진해왔다. 또한 선포식 개최를 시발로 올해는 다양한 민속행사를 열 예정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찾아가는 박물관 버스가 제주를 순회하게 되고, 6월 제주와 9월 서울에서 제주 허벅 기획전시를 갖는다. 또한 제주 민속축제를 여는 한편 제주 공사립박물관 지원에 나서게 된다. 인구비례 최다의 박물관을 보유하고 있고, 관람객 수가 서울에 이어 많은 제주를 찾은 박양우 문화부차관은 제주박물관을 찾아 적극적인 사업개발을 독려하기도 했다.
신광섭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아름답고 깨끗한 자연환경만으로는 제주도를 모두 설명할 수 없다. 제주가 아름다운 이유는 자연과 더불어 제주 사람이 지켜온 제주의 문화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제주는 우리 문화의 원형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민족의 보배로써, 전세계 누구나 찾고 싶은 문화관광의 명소로써 자리매김하는 데 국립민속박물관이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며 제주 민속의 해 선포의 의의를 밝혔다.
민속은 살아있는 역사이다. 고려, 조선 등처럼 이미 정리된 역사를 포함해서 불과 몇 년 전의 우리민족이 살아가는 모습조차 당대에는 무심코 지나지만 민속의 시각에서는 그 또한 중요한 민속의 자원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립민속박물관이 10년이란 장기계획을 통해 전국의 민속자원을 발굴하고, 정리하고자 나선 것은 대단히 반가운 일이다.
게다가 지방의 자치단체를 통해 지역사학자들과도 긴밀히 협력하여 민속에 관한 너른 네트웍을 마련하게 되는 것도 부가적으로 기대되는 효과이다. 민속의 해 사업은 기본적으로 박물관을 중심으로 추진되기에 지역의 공사립박물관들과 연계하게 되는데, 국립민속박물관이 추진하고 있는 사립박물관 지원프로그램과 맞물려 시너지를 발휘하게 될 것으로 민속계는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