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정 회장은 지난해 4월 회삿돈 900여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2100여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하지만 같은 해 6월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다. 검찰은 지난 12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의 범죄가 중대하고 폐해가 크다"며 징역 6년을 구형했다.
"정상참작, 그러나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
이날 결심공판에서 재판부는 정 회장의 횡령과 비자금 조성, 현대우주항공과 현대강관의 유상증자를 통한 업무상 배임혐의에 모두 유죄판결을 내렸다.
비자금 조성에 관해 재판부는 "장기간에 걸쳐 대규모 비자금을 은밀히 조성해 불법적 용도로 사용한 혐의가 인정된다"며 "우리 기업문화에 미치는 악영향을 감안할 때 우리 사회가 투명한 선진경제로 가기 위해서는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업무상 배임혐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범법행위가 명백하다"며 "엄정한 죄를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양형 이유를 전했다.
다만 재판부는 정 회장이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을 이끌며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여수박람회 유치에 적극적인 노력을 한 점 등을 정상참작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김동진 부회장과 이종대, 김승년 본부장이 비자금 조성에 관여하고 실무를 진행해 온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하지만 이들이 최종 의사결정을 했다고 볼 수 없고,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사용하지 않은 점에 비추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아아~" "......" "약속 이행하라!"
이날 결심공판이 열린 417호 법정에는 현대차그룹 임직원이 자리를 가득 메운 채 초조한 모습으로 판결을 지켜봤다. 재판부가 정 회장에게 끝내 실형을 선고하자 임직원들의 입에서는 짧은 탄식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은 판결이 끝나자마자 입을 다문 채 썰물 빠지듯 법원을 빠져나갔다. 정 회장 역시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대답 없이 곧바로 차에 올라 법원을 떠났다.
한편 재판이 열린 서울중앙지법 복도에서는 현대하이스코 소속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 회장에게 항의하기 위해 나왔다가 현대차그룹 임직원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정 회장이 법원에 들어서자 현대하이스코 노동자들은 "약속을 이행하라"고 외쳤지만 현대차그룹 직원들이 달려들어 입을 막으면서 충돌이 빚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