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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파 UAE 대통령과 선수들이 걸프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칼리파 UAE 대통령과 선수들이 걸프컵을 들고 기뻐하고 있다. ⓒ WAM
30년 만에 맛보는 첫 우승

30년 아랍 에미레이트 역사상 보기드문 사건이 지난주 아부다비 축구장에서 벌어졌다.

'아라비안 걸프컵' 결승전 게임을 관전하던 칼리파 대통령과 무함마드 수상을 비롯한 모든 세이크와 6만이 넘는 관중들이 동시에 자리에서 날아오르듯 튀어오른 시간은 오만과의 결승전 후반 73분경.

압둘 라힘의 롱패스를 받은 마타르의 천금 같은 결승골이 오만의 골문을 가르자 아랍 에미레이트 전역은 온통 광란의 도가니로 바뀌었다.

지난 1970년 이래 격년으로 치러진 걸프컵이 금년 18회를 맞이한 가운데 난생 처음으로 우승컵을 고국에 선사한 순간이었다.

이미 9번이나 우승한 아라비아의 강자 쿠웨이트, 루이스 피구를 데려가기로 한 걸프 최대의 축구 강국 사우디, 근년 들어 늘 우리 국가대표팀을 괴롭힌 이라크, 떠오르는 신흥 강국 카타르 등을 모두 잠재우고 UAE가 홈팀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발휘한 것이다.

우승과 함께 찾아온 돈 방석

@BRI@이번 18회 걸프컵 우승과 함께 UAE 국가 대표팀이 돈방석에 올라 앉았음은 물론이다.

아부다비 지도자이며 동시에 연방 대통령인 세이크 칼리파는 선수 전원에게 각 50만 디램을 하사했고 두바이 지도자이며 연방의 수상인 세이크 무함마드는 선수 전원에게 수백만 디램을 호가하는 빌라 한 채씩을 선물했다. 니산 자동차 딜러가 선수 전원에게 자동차 한 대씩을 기증했고 최고급 시계가 선수 전원에게 전달되었다.

세이크 및 기업 대표들로부터 현금으로 대표팀에 전달된 보너스만 1200만 디램(약 1억 3천만원)을 넘었고 한 열성 팬은 한마리에 1억원이 넘는 낙타 두 마리를 결승골의 주인공 마타르 선수에게 직접 전달했다.

평소 3000원이면 살 수 있었던 에미레이트 연방 국기는 다섯 배가 넘는 가격으로 팔려 승용자 뒷트렁크를 온통 휘감는 장식으로 사용되었고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색색의 바디 페인팅으로 온 나라가 축제 분위기에 흠뻑 빠져들었다

아라비아와 축구

아랍에 소재한 이슬람 국가가 모두 그러하듯 걸프 8개국(사우디, 오만, 카타르, 바레인, 쿠웨이트, UAE, 이라크, 예멘) 역시 이슬람을 국교로 채택하여 종교와 정치를 일체시하고 있다.

아라비아 반도에 불기 시작한 이라크발 시아파 세력 확대는 종교적 안정을 필수로 하는 이 지역내 지도자들을 불안케한다. 세이크 칼리파와 무함마드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옆 좌석에 오만과 예멘의 왕과 대통령이 각각 배석했음도 이런 이유에서 보면 이해가 수월하다. 타국을 짓누르면 자국이 잠잠해지는 논리다.

공통의 언어인 아랍어와 이슬람 동일 문화권의 아랍내 상호 영향은 중국–일본–한국의 문화 전달 속도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수 백개의 위성 채널이 같은 언어로 방송되고 그 방송들을 각각의 안방에서 볼 수 있다고 가정해 보라. 이라크발 도미노의 속도는 가히 우리로서는 짐작키 어렵다.

게다가 이 곳은 외지인이 전체 인구의 70%를 차지한다. 은행은 물론 심지어 관공서에도 외지인의 취업 비율이 상당하다. 두바이 전체 인구의 ¼이 이란 출신이고 인도, 파키스탄 출신 인구가 가장 많은 가운데 영국과 미국도 각각 10만, 1만이 넘는다.

3명에 1명 정도만 현지인들이고 웬만한 분야는 온통 인도, 파키스탄, 이란인들의 세상이니 상대적으로 토종이 많은 국가 대표팀 A 매치에 이토록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너무도 자연스런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정권 연장을 도모하고 아랍 토종으로서의 정체성 확인에 축구 만큼 좋은 도구가 없다.

한편, 아랍 에미레이트는 연방 국가다.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모여살던 서로 다른 부족들이 구성한 연방이니 각 에미레이트의 리더는 예전의 부족장 개념이다. 게다가 축구는 공정한 룰에 근거한 집단 경기이니 공개적으로 부족과 부족이 싸우는 전장의 개념으로는 최적인 것이다.

이렇게 부족과 부족이 매 주말 경기장에 모여 소리를 질러대는 가운데 선수들은 몸을 사리지 않고 부족장을 위해 맹세한 충성의 징표를 절제된 플레이로 선보이는 것이다. 승리하면 부족의 영웅이 되는 것은 물론이다.

아시아 스포츠 평준화 현상

농구와 핸드볼 등을 포함 모든 구기 종목에서 이미 조짐을 보이듯 아랍 국가들의 수준은 아시아 정상 수준에 거의 육박하고 있다.

인구 5천만의 대한민국 농구가 겨우 80만 인구의 카타르에 패배하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난감하지만 그 것이 계속되는 현실이라면 축구에서도 농구에서도 더 이상 아랍은 우리의 '밥'이 아닐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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