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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얼음 동동 뜬 갓물김치국수, 한밤중에 만들어먹었습니다.
살얼음 동동 뜬 갓물김치국수, 한밤중에 만들어먹었습니다. ⓒ 맛객
만화가와 야식, 오래된 친구처럼 자연스런 관계. 숨 쉬듯, 밤샘을 일상적으로 하는 직업이다 보니 자연스레 야식과 어울릴 수밖에 없다. 90년대 초, 맛객은 모래내에 있는 잡지사에 근무한 적 있었다.

@BRI@만화잡지 <월간만화>와 <부부> <스위트커플> 같은 대중지를 내는 3류 잡지사였다. 3류다 보니 맛객은 편집에 있어 문외한이면서도 <월간만화> 편집을 담당하는 중책을 맡았다. 편집에 있어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 자리였다.

오전엔 탱자탱자~ 놀면서 편집을 하고, 오후 서너 시가 되면 찾아오는 작가들과 함께 나가 저녁 겸 술자리를 가졌다. 술을 마셨어도 정신은 말짱해 잡지사로 돌아와 새벽까지 만화를 그렸다.

시간은 새벽으로 향하고, 차 달리는 소리는 밤에 특히 비가 오는 날 새벽이면 더욱 크게 들렸다. 그 소리를 들으며 도로 옆 포장마차에 들어가 먹었던 우동. 국물까지 싹 비우며 밤샘작업의 배고픔을 달랬던 기억. 잡지사가 망해 모래내를 뜨면서 새벽녘에 먹는 우동의 맛은 볼 수 없게 되었지만, 가끔 그 시절에 먹던 소박한 우동이 그립기도 하다.

밤샘하다 먹었던 포장마차 우동

왕만두를 먹고 남긴 것을 포장하거나 사와서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야심한 밤에 한두 개 꺼내 쪄 먹는 맛도 참 좋다. 냉동실에 들어갔다 나온 왕만두는 만두피가 부드럽게 되어 만두소와 따로 놀지 않는다. 가게에서 쪄 낸 만두가 풋풋하고 설익은 맛이라면 집에서 다시 찐 왕만두는 완숙의 맛?)
왕만두를 먹고 남긴 것을 포장하거나 사와서 냉동실에 넣어뒀다가 야심한 밤에 한두 개 꺼내 쪄 먹는 맛도 참 좋다. 냉동실에 들어갔다 나온 왕만두는 만두피가 부드럽게 되어 만두소와 따로 놀지 않는다. 가게에서 쪄 낸 만두가 풋풋하고 설익은 맛이라면 집에서 다시 찐 왕만두는 완숙의 맛?) ⓒ 맛객
야식으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단연 라면. 깊은 밤 작업하다 끓여먹는 그 맛에 빠지면 유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자극적인 맛만큼이나 강력한 유혹의 손길은 거부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다. 라면 생각 없다가도 어딘가에서 라면 냄새라도 풍겨오면 '꼴깍~' 침이 절로 삼켜진다. 한 순간에 집중력을 흐려놓는 라면(에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라면 생각 나네).

라면은 먹기 전과 먹을 때까진 좋다. 하지만 먹고 나면 왠지 기분이 찜찜하다. 그래서 되도록 라면을 멀리하는 맛객은 야식도 정식 식사와 별반 차이가 없다. 나물을 무친다거나 찌개를 끓여서 밥과 함께 먹는다. 그래도 가끔 야식다운 특식을 먹고 싶을 때가 있다.

갓김치는 익을수록 맛있어진다
갓김치는 익을수록 맛있어진다 ⓒ 맛객
한 달여 전 만들어 놓은 갓 물김치가 맛있게 있었다. 갓은 익을수록 맛있어진다. 그래서 김치 중에 가장 깊은 맛을 내는 게 갓김치. 갓 물김치도 시간이 갈수록 깊어만 간다. 요걸로 오늘 밤 국수를 말아볼까?

부드러운 면발과 아삭 씹히는 무가 조화로운 맛이다
부드러운 면발과 아삭 씹히는 무가 조화로운 맛이다 ⓒ 맛객

식초를 한 방울 떨어뜨려 먹어도 좋다
식초를 한 방울 떨어뜨려 먹어도 좋다 ⓒ 맛객

후루룩~ 냠냠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먹었습니다
후루룩~ 냠냠 한 그릇을 게눈 감추듯, 먹었습니다 ⓒ 맛객
먹기 한 시간 전, 미리 국물 한 그릇을 덜어 냉동실에 넣었더니 살얼음이 생겼다. 국수를 삶아 국물을 붓고 깨와 파만 고명으로 올리니 물김치국수가 완성. 요리 참 쉽다.

부드러운 국수와 함께 시원한 국물이 목을 타고 들어가니, 속은 시베리아 벌판이 된다. 흐릿했던 정신이 한 겨울 밤하늘만큼이나 청아하게 맑아진다. 알싸한 향내가 있기에 맛은 더욱 풍부하게 연출 된다. 라면과 달리 먹고 나서도 개운해 좋다.

덧붙이는 글 | 유포터뉴스에도 송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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