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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쯤 전에 다시 문자 메시지가 하나 왔다. 지난번과 비슷한 내용이었다. '내게 오빠라고 불러줄 여자가 없는데, 다정하게 문자를 보내는 여자는 누굴까?'라는 의심보다는 잘못 온 문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전화를 하지 않고 있으니 오후에 다시 문자 메시지가 왔다. 이제는 의심이 되기 시작했다. 혹시나 하는 생각으로 보관하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오마이뉴스에 올릴 것을 생각하면서이다.
다시 일주일이 지나자 또 문자 메시지가 왔다. 이번엔 속는 셈 치고 문자를 받자 곧바로 전화를 했다.
"여보세요? 방금 문자 보내셨죠?"
"예. 그냥 친하게 지내면서 만날 수 있는 친구가 필요해서 보냈어요."
"저를 아세요?"
"아뇨. 번호는 그냥 누른 건데요"
"어디 사세요?"
"수원역 근처에 살아요."
"몇 살인데요?"
"스물 한 살이고요. 대학 다녀요."
"나는 서른이 넘었는데요."
"괜찮아요. 오빠 사진 보낼 테니 사진보고 마음에 들면 전화할래요?"
"그래요? 그럼 보내 보세요."
"바로 보낼게요. 꼭 사진보고 연락해요."
사진을 보낸다는 말을 하자 주저 없이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3분도 지나지 않아 휴대전화로 문자가 다시 왔다. 사진은 인터넷으로 연결을 하여 보는 것이었다. 당연히 돈이 드는 것임을 알았지만 연결을 했다. 접속요금을 제외하고 사진을 보는데 2990원의 정보 이용료가 붙는 것이었다.
사진은 흔히 보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남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누드 사진도 아니었고, 특별하게 예쁜 여자의 모습도 아니었다. 그냥 발랄하게 웃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었다.
따져 보려고 다시 전화를 했다. 그러나 전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다른 전화로 해도 연결은 되지 않았다. 예전에 받은 문자에 있는 번호로 전화를 해도 연결되지 않았다. 참으로 황당했다. 30원짜리 문자 하나 보내고 3000원을 챙긴 것이다.
060, 080 등의 전화번호가 뜨면 받지 않는다. 그런데 휴대전화번호로 문자가 오니 아닌 줄 알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전화를 한 것이다. 내게만 그럴까 해서 친구들에게 물어봤다. 다들 몇 통의 문자를 받았고, 나처럼 한 두 번씩 사진을 보았다고 한다.
젊은 여자가 직접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하면 반갑게 받아주기 때문에 남자들은 사진을 다운로드 할 때마다 자동으로 요금이 결제되는 스팸이라고 의심하기보다는 '작업의 전 단계' 정도로 생각하고 쉽게 넘어간다. 이런 마음은 나만 그런 것이 아니라 대부분 그럴 것이다.
일단 상대방이 휴대전화로 사진을 받아보기 시작하면 자동 요금 결제 시스템으로 연결되며 그 번호와는 아예 통화가 차단된다. 가입한 통신사에 전화를 해도 시원한 대답을 해 주지 않는다.
번호 생성기는 형사 처벌 대상이며 불법 스팸은 적발될 경우 피해가 생기지 않더라도 보내는 것만으로도 과태료가 3000만원인 것으로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