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유기농 꼬마딸기
유기농 꼬마딸기 ⓒ 조태용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이다. 인생에도 때가 있듯이 계절에 따라 먹는 것에도 때가 있다. 요즘 제철 농산물 중엔 딸기가 있다. 사실 딸기의 제철은 지금이 아닌 5월이다.

하지만 하우스 딸기를 주로 생산하는 요즘은 제철이 변해서 지금이 제철이 된 것이다. 세상이 변하니 농산물 제철도 변한다. 딸기는 과일 중에 비타민 C가 가장 많고 철분도 많아서 임산부나 여성에 더욱 좋다. 딸기 7알 정도면 하루에 필요한 비타민C로 충분하다. 겨울엔 딸기가 보약인 셈이다.

유기농으로 단단하게 키운 딸기는 손으로 밀면 부러진다.
유기농으로 단단하게 키운 딸기는 손으로 밀면 부러진다. ⓒ 조태용
@BRI@하우스가 자연을 역행하기는 하지만 딸기는 웬만한 추위를 견디기 때문에 석유를 이용해서 별도의 난방을 하지는 않는다. 딸기 하우스는 수막을 이용해서 난방을 한다. 즉 하우스를 사용하기는 하지만 석유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아무리 친환경이라고 해도 난방을 해서 석유에너지를 사용한다면 반쪽짜리 친환경일 수 밖에 없다.

먹는 사람에게는 친환경일지 모르지만 석유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지구에게는 친환경이라고 할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매일 자가용과 버스를 타고 한겨울에도 방안에서 반팔을 입는 사람들이 석유 사용하는 농부에게 뭐라 말할 자격은 전혀 없다.

하우스 딸기가 나오는 시기는 빠른 곳은 11월부터지만 보통은 12월 중순이 되면 나오기 시작하여 1월과 2월이 지나 봄이 올수록 생산량이 늘어난다. 요즘 많이 나오는 딸기는 장희나 설향(논산3호)같은 품종이다. 장희는 끝이 뾰족한 편이고 설향은 끝이 납작한 편이어서 눈으로도 쉽게 구분 할 수 있다. 장희의 경우 전체적은 단맛이 강하고 설향은 첫맛이 강하고 뒷맛은 개운한 편이다.

유기농을 키운 설향 딸기
유기농을 키운 설향 딸기 ⓒ 조태용
맛있는 딸기를 먹으려면 겉보다는 속을 봐야 한다. 큰 것을 좋아하는 국민의 특성을 맞추기 위해 성장촉진제를 준 경우 속이 텅 빈 것이 많다. 물론 환경이 좋아서 쑥쑥 자라 속이 비기는 하지만 촉진제를 준 것과는 다르다. 또 하나는 경도다. 딸기가 무슨 경도(단단함)가 있냐고 하시겠지만 실제로 유기농으로 잘 키운 딸기는 손가락을 밀면 딸기에 손자욱이 나는 것이 아니라 딸기가 부러진다.

성장촉진제를 준 딸기의 경우는 단단하지 않다. 과일의 세포 수는 큰 것이나 작은 것이나 동일하다고 한다. 큰 것이라고 세포 수가 많은 게 아니라 세포 크기가 큰 것이고 크다 보면 무를 수밖에 없는데, 거기다가 성장촉진제를 먹였으니 단단하게 크지 못하고 물러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일 것이다.

품종에 따라서 무른 품종과 단단한 품종이 있으니 같은 품종에서 비교했을 때의 이야기다. 물론 수분이나 기온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니 절대적 기준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딸기를 구입할 때는 큰 것보다는 작은 것, 무른 것보다는 단단한 것을 고르는 게 좋다.

이렇게 차도 큰 것, 집도 큰 집, 과일도 큰 것을 좋아하지 않고 차도 작은 차, 집도 작은 집, 과일도 작은 것을 선택하면 돈 버는 데 평생을 소비하지 않고 살 수 있다. 그 이유는 모두 저렴하기 때문에 그만큼 돈을 버는 데 시간을 소비하지 않고 행복해지는 데 시간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작은 딸기들이 줄줄이 달려 있다.
작은 딸기들이 줄줄이 달려 있다. ⓒ 조태용
딸기의 경우 다른 과일과 달리 깎아 먹을 수도 없어 농약이라도 많이 주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걱정도 많아진다. 그렇다고 무농약이나 유기농 딸기를 구해서 먹으려니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기농이라고 해도 큰 것이 아니라 작은 것을 찾으면 답을 찾을 수 있다. 유기농 꼬마딸기는 가격이 일반 딸기와 비슷하다. 유기농 딸기 1.5kg에 튀김 통닭 한 마리 가격인 1만3천원 정도다. 현명한 사람이라면 큰 것 찾지 말고 저렴하게 작은 딸기를 구해 드시면 될 일이다.

얼마 전에 유기농 딸기 농사를 짓는 곳에 다녀왔다. 딸기밭에 붉은 딸기들이 곱게도 익어가고 있다. 유기농 딸기니 씻지도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먹는다. 향 좋고 맛 좋아서 한 바구니는 먹은 것 같다. 맛이야 두 말하면 잔소리다. 더구나 손가락으로 밀어보니 딸기기 툭 부러진다. 딸기 농장엔 작은 것도 큰 것도 함께 자라고 있다.

농부에게 물어보니 큰 것은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가져 가지만 작은 딸기는 유기농이라고 해도 찾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쨈용으로 헐값에 팔리게 된다고 한다. 즉 작은 것을 구입해주면 농부에게도 도움이 된다. 유기농이니 안심하고 먹을 수 있고 저렴해서 좋고 건강에도 자연에도 두루두루 좋은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 해도 큰 것만 찾는 사람은 여전히 큰 것만 찾기 때문에 현명한 사람들이 찾는 작은 딸기는 여전히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슈마허의 말은 딸기에서도 통하는 말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장터 참거래 농민장터(www.farmmate.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지리산에서 생산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친환경 농산물 직거래 참거래농민장터(www.farmmate.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