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북핵 6자회담은 현지시각 9일 오전 10시(한국시각 오전 11시) 수석대표회의를 다시 열어 중국측이 제시한 합의문서 초안을 놓고 본격적인 절충에 들어간다.
중국은 지난달 북-미간 베를린 접촉과 이어진 참가국들 사이의 양자협의 결과, 그리고 8일 오전 전체회의에서 표명된 각국의 입장을 토대로 합의문서 초안을 작성, 9일 이른 아침까지 각국 대표단에 회람시킬 예정이다.
각국 수석대표들은 중국측 초안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개진하게 되며, 여기서 입장 차이를 보이는 부분은 이후 양자접촉 등을 통해 집중적으로 절충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중국이 작성한 초안에 어떤 내용이 담겨질지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단 북한이 9.19 공동성명의 '초기단계 이행조치'로서 영변의 핵 시설들을 동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를 수용하는 대신 나머지 5개국은 중유 등 대체 에너지를 제공하는 등의 '상응조치'를 취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구체적 방안을 둘러싸고 참가국들간 이해 상충의 여지가 많아 내용과 표현을 놓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특히 북한이 동결한 핵 시설들을 다시 가동할 수 없도록 기술적 장치들을 합의문에 포함시키는 방안과 대북 에너지 제공의 구체적 내용 및 5개국간 비용분담 방안이 향후 협상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한편 8일 중국 주최 공식만찬을 끝으로 첫날 전체회의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간 각국 대표단의 반응이 속속 나오고 있다.
힐 차관보 "제네바 합의 이상의 조치 취해야"
미국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차관보는 숙소인 세인트 레지스 호텔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자들에게 "좋은 출발이었다"며 "내일 아침 중국의 합의문서 초안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의 '초기단계 이행조치' 내용이 영변 핵 관련 시설의 '동결'로 알려지고 있는 것과 관련 "동결이란 단어는 싫고 관심도 없다. 플루토늄이 일으킨 여러 문제를 논의하는데 관심 있다"고 말해 북한이 94년 제네바 합의 이상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입장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또 북한의 초기단계 이행조치가 '한자리 수 주(1~9주) 이내에 실행에 옮겨져야 한다"며 속도감을 강조했다.
북한측 김계관 수석대표가 이날 전체회의에서 어떤 기본입장을 밝혔는지는 즉각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 회담관계자는 "중유나 경수로 제공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고 미국을 비롯한 참가국들이 상응조치를 취할 경우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실행할 용의가 있다는 원칙적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북한은 또 지난해 12월 2단계 회담 때와는 달리 미국의 금융제재 문제를 전혀 거론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측은 이번에 합의를 끌어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와 희망을 피력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금융제재 문제는 북미간 실무회의에서 논의하고 해법을 찾아나갈 것"이라며 "이 문제가 6자회담의 걸림돌이 될 조짐은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친강(秦剛)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각국 수석대표들 발언에서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방식으로 한반도 핵 문제를 해결하고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한다는 결심과 의지를 일치되게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천영우 수석대표 "비핵화 공감대 이뤄졌다"
한국의 천영우 수석대표도 "9.19 공동성명의 이행을 위한 초기단계 조치 합의가 이번 회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데 대해서 공감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천 본부장은 "초기단계 조치는 완전한 비핵화의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에 조속히 전체 비핵화로 들어가야 한다는데도 공감대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본측은 이날 브리핑에서 사사에 겐이치로 수석대표의 기조연설 내용을 이례적으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사사에 수석대표는 "9.19 공동성명은 전체적으로 균형 있는 이행이 필요하다"고 언급, 핵문제 뿐만 아니라 북-일 관계에 걸려있는 일본인 납치문제의 동시 해결 입장을 강조했다. 그는 이를 위해 서로 독립성을 가진 실무위원회를 구성하되, 각 위원회의 논의는 패키지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또 "북-일 관계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뤄지면 일본은 경제, 에너지 지원을 포함한 각 분야에서 한층 적극적 역할을 담당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1신 : 8일 저녁 19시 10분]
한반도의 비핵화 실현방안을 논의할 6자회담 제5차 3단계 회의가 8일 오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개막했다.
이날 회의는 먼저 6자 수석대표들이 만난 데 이어 전체 대표단이 모인 가운데 개막식을 갖고 각국의 입장을 들은 뒤 의장국인 중국측 수석대표 우다웨이 외교부 부부장이 주최하는 만찬 리셉션으로 이어졌다.
각국은 지난해 12월 열렸던 2단계 회의 이후 개별 접촉을 통해 조율해 온 쟁점사항들에 대해 이날 기본적 입장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향후 논의를 진행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북한과 미국이 지난달 베를린 접촉 등을 통해 상당히 의견을 접근시킨 것으로 알려진 '9ㆍ19 공동성명'의 초기단계 이행방안에 대해 각 국의 구체적 입장이 개진됐을 것으로 보인다.
우다웨이 부부장은 이날 전체회의 개막사에서 "2단계 회의 후 각 측간에 여러 형식의 긴밀한 의사소통과 의견조율이 있었으며 특히 북한과 미국간 성과 높은 접촉이 있었다"고 전제하고 "이러한 행동은 이번 회의를 위해 더욱 성숙한 기초를 마련해 주었다"고 밝혔다.
우 부부장은 또 "과거 2차례 회담 및 각종 양자접촉의 기초 위에 이번 회의가 공동성명 이행을 위해 좋은 시작이 되고, 한반도 비핵화 실현의 과정에서 새로운 시작점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노력을 기울여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전체회의에 앞서 참가국들은 이날 오전부터 다양한 양자접촉을 갖고 상대방의 입장을 탐색하는 한편 회담에 임하는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한국 대표단은 7일 중국에 이어 8일 일본측과 양자협의를 가졌고, 북-미, 북-중 양자회담도 이날 이뤄졌다.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 "토의할 준비 다 돼있다"
6자회담 참가국들 가운데 가장 마지막으로 이날 오전 베이징에 도착한 북한측 수석대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번 회담은 9·19 공동성명상의 초기단계 조치에 대해 논의하기 위한 것"이라며 "우리는 초기단계 조치에 대해 토의할 준비가 다 돼있다"고 말했다.
이로써 이번 회담은 미국의 대북 금융제재 문제를 둘러싼 대립으로 사실상 공전됐던 지난해 12월 회담 때와는 달리 일단 실질적인 논의에 들어갈 전망이다. 참가국들은 북한에 '초기단계 이행조치'로 핵 폐기를 전제로 한 영변 핵 관련 시설의 가동중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허용 등 '동결 이상의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북한은 매년 중유 50만t 제공과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등 동결조치에 상응하는 대가를 얻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부상은 이날 베이징 공항에서 "우리는 미국이 적대정책을 포기하고 평화공존으로 나오려 하는가 안 하는가, 이것을 기본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북한을 제외한 5개국 사이에서 '상응조치'의 비용과 역할의 분담 방안을 둘러싼 논의가 어떻게 가닥을 잡아나가느냐도 주목된다.
참가국들은 8일 전체회의에 이어 9일부터는 양자회담과 수석대표회의 등을 병행하면서 서로의 입장과 이해를 조율할 계획이다. 최종적으로 9ㆍ19성명의 '초기단계 이행방안'을 합의문에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