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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6자회담 제5차 3단계 회의 개막일인 8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와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가 우다웨이 중국 수석대표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북핵 6자회담 제5차 3단계 회의 개막일인 8일 오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와 김계관 북한 수석대표가 우다웨이 중국 수석대표의 기조연설을 듣고 있다. ⓒ 연합뉴스 이상학

"공화국(북한) 대표단은 이번에 흥정을 하러 온 것이 아니다. 그 단계는 이미 넘어섰다. 대외관계의 근본 구도를 바꾸기 위해 6자회담을 하는 것이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6자회담 취재진 가운데 유일하게 평양에서 온 <조선신보> 김지영 기자는 이번 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입장을 한마디로 이렇게 설명했다. <조선신보>는 일본에서 발행되고 있는 조총련 기관지로 김지영 기자는 이 신문의 평양지국장을 맡고 있다.

취재 현장에서 우연히 만난 그를 붙잡고 북한 측 시각에서 본 이번 회담의 진행상황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을 들어봤다.

그는 먼저 "이번 회담을 북한이 뭘 좀 덜 주고 더 받으려 한다는 흥정 차원에서 보지 말아달라"고 주문했다. "6자회담 참가국들과의 관계에서 근본구도를 바꾸는 데 북한의 목적이 있다"는 것.

"공화국 사람들은 우리가 못나서 다른 6자 회담 참가국들 보다 뒤떨어졌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공화국을 둘러싼 국제관계의 구도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다. 이제 핵무기를 포기함으로써 이런 관계의 근본 구도를 바꾸려는 것이다."

평양에 장기 주재하면서 현지 사정에 정통한 그는 "이에 대한 북한 지도부의 결심이 섰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 전제는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 포기"라며 "이번 회담에서 그것이 확인되면 북한은 곧바로 9.19 성명의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실행에 옮길 것"이라고 말했다.

"핵무기 포기와 선군정치 노선 모순된 것 아니다"

"북한이 궁극적으로 핵을 포기할 의사가 있다고 보느냐"라는 질문에 그는 "핵무기 포기와 선군(先軍)정치 노선은 결코 모순된 것이 아니다"고 대답했다. 핵무기를 만들 능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스스로 안전보장을 확보했다고 믿기 때문에 더 큰 평화와 안전을 위해서는 제조한 핵무기도 포기할 수 있다는 것.

그는 "핵무기를 몇 개 더 만든다고 해도 미국이 갖고 있는 핵무기에 대항하지는 못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번 회담의 전망과 관련 "공화국도 빨리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실천에 옮기자는 입장"이라며 "어떻게 하면 '돌이킬 수 없는' 핵 폐기와 적대정책 포기 방안을 만드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의 초기 단계 핵시설 동결조치로 '94년 제네바합의 이상'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공화국도 핵 폐기를 전제로 동결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미국이 기술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방안을 제시하면 수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핵 동결 등의 대가로 요구하고 있는 중유 등 에너지 제공에 대해서는 "공화국 측이 구체적인 양을 얘기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적대정책의 포기를 상징하는 조치인 만큼 주는 측이 알아서 흔쾌히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의장국인 중국측이 제시한 합의문서 초안에 담긴 9·19 성명 실천을 위한 5개 실무그룹 구성과 관련 "북·일관계를 다루는 실무그룹을 굳이 6자회담 틀 내에 둬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북한 측이 일부는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북한과 미국 대표단은 9일 이번 회담이 시작된 이후 처음으로 양자회담을 갖고 쟁점 현안들을 논의했다.

이날 베이징 시내 리츠칼튼 호텔에서 2시간여 동안 진행된 오찬회담이 끝난 뒤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회담을 진전시키기 위한 방도적 문제로 의견을 나눴다"면서 "일련의 문제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를 본 것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전반적으로 일련의 대치점도 있는데 좀 더 노력해서 타개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측의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차관보는 "중국이 제안한 합의문 초안을 두고 김 부상과 의견교환을 했다"며 "조심스럽게 낙관하지만 알이 깨기 전에 병아리를 세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신보> 9일자 6자회담 취재보도 기사 전문

<조선신보> 인터넷판은 9일 김지영 지국장의 베이징발 6자회담 취재, 해설 기사를 실었다. 그 전문을 소개한다.

초기단계조치, 《결단과 결단의 흥정》
조선의 판단기준은 미국의 되돌릴수 없는 정책전환


【베이징발 김지영기자】 8일부터 시작된 제3단계 5차 6자 회담은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의 원칙과 방도가 명시된 9.19공동성명 리행의 초기단계조치가 의제로 상정되고 있다. 조선대표단은 이번 회담에서의 합의도출에 강한 의욕과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회담에 앞서 조선측이 《9.19공동성명 초기단계조치에 대해 토의할 준비가 되여있다.》는데 대하여 강조하였다.

베를린《합의》

이번 회담은 1월중순 베를린에서 진행된 조미회담에서 이룩된 《일정한 합의》(조선외무성 대변인)에 토대하여 열렸다. 조미사이의 《합의》는 구체적인 내용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베를린회담의 성과를 전제로 6자회담의 전망을 내다볼 때 주목되는 것은 핵문제에서 걸린 문제해결을 위해 조선과 미국이 직접대화를 진행하였다는 사실이다. 특히 조선측은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4차 6자회담에서 발표된 9.19공동성명이 리행되지 못했던 것은 조선반도 핵문제의 근원이 조미적대관계에 있으며 따라서 두 나라의 평화공존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다는 공동성명의 원칙이 허물어졌기 때문이였다. 《9.19》이후 미국은 핵전쟁위협과 금융제재압력을 계단식으로 확대하였고 조선은 이에 대처하여 핵 시험을 진행하였다. 공동성명의 원칙과 상반되는 정세발전이였다.

베를린 조미회담은 9.19공동성명의 원칙에 따르는 문제해결의 구도를 당사자들끼리 확인하는 중요한 계기점으로 되였다. 조선반도의 비핵화는 어느 일방의 행동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조미 두 나라의 적대관계를 바꾸어나가야 문제는 해결될 수 있고 그를 위해서는 쌍방이 움직여야 한다.

조선측은 베를린회담에서의 《합의》에 토대하여 9.19공동성명 리행의 초기단계조치를 토의하는 이번 제3단계 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가 있기를 바라고 있지만 그것은 단순히 눈앞의 실리를 추구하려 한다는 뜻이 아니다. 김계관 부상은 조선의 목표에 대하여 《미국이 적대시정책을 포기하고 평화적 정책으로 나오려 하는가 안 나오려고 하는가를 기본으로 판단하고 회담에 림하겠다.》고 말하였다. 그리고 《미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베를린에서의 대화를 념두에 두고 있음이 틀림없다.

궁극적인 목표

조선은 9.19공동성명 리행의 첫 단계로 현존 핵계획 포기에 대하여 론의할 용의를 표명하고 있으며 조건이 성숙되는데 따라 녕변의 핵시설 가동중단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립장을 밝히고 있다. 이에 대하여 미국과 6자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각측은 에네르기지원 등 일련의 상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관건적인 문제는 9.19공동성명 리행의 초기단계조치에는 마땅히 조선반도비핵화의 최종목표를 실현할 데 대한 조미쌍방의 정책적의지가 뚜렷이 반영되여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적대시정책포기를 이번 회담의 판단기준으로 삼겠다는 김계관부상의 발언은 바로 이 대목에 대하여 언급한 것이다.

제3단계 회담의 첫날째 일정을 마치면서 크리스터퍼 힐 국무성 차관보는 《우리는 핵시설 동결이 아닌 플루토니움 생산 시스템에 관심이 있고 궁극적인 목표는 핵페기》라고 말했다. 같은 론리를 조선측도 전개할 수 있다. 조선은 지원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실시하는 미국의 정책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조선의 궁극적인 목표는 조미사이의 신뢰가 완전히 보장되여 자기가 한 개의 핵무기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는 상황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공약리행의 조건

9.19공동성명에서 조선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 핵계획을 포기한다는 것을 공약하였다. 6자회담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에 의하면 조선은 자기의 비핵화 공약을 《행동 대 행동》원칙에 따라 단계별로 리행할 결단을 이미 내렸고 그를 위한 준비도 되여있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미국이 대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했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다면 조선측도 비핵화 방향으로 발걸음을 떼는데 린색하지 않지만 단계별로 량자의 보폭은 반드시 같아야 한다는 것이다.

현시점에서의 핵시설 가동중지는 페기를 전제로 하는 것만큼 미국은 조선측이 그것을 마음놓고 시작할 수 있는 조건과 환경을 구비해야 할 것이다. 조선은 미국의 적대시정책포기가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는 초기단계조치가 취해져야 상응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립장이다. 상황변화에 따라 철회될 수도 있는 림시적이고 한시적인 조치라면 조선도 그에 대응한 제한적인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구체적인 행동단계에 필요한 것은 조미쌍방의 결단과 결단의 흥정이다. 제3단계 회담의 성패는 결국 종전의 태도를 바꾸어 조선과의 직접대화를 하게 된 미국이 조선반도비핵화를 향한 첫발을 어디까지 디디려 하는가에 달렸다. 조선의 판단기준은 질적인 것이며 지원의 그 무슨 규모가 아니라는 것을 미국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준비한 초기단계조치가 조선과의 평화공존을 지향하는 관여정책에 기초한 것으로 판단되면 조선은 주저없이 자기의 비핵화 공약을 리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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