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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대선이 있을 뿐 아니라 북핵 문제를 중심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도 긴박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오마이뉴스>와 외교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코리아연구원은 '2007 코리아의 전망과 과제'를 주제로 공동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이 글은 모두 9편의 글 중 마지막으로 박종현 진주산업대 산업경제학과 교수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정책경쟁’과 ‘정책연대’의 필요성'을 제목으로 썼습니다. 원문은 코리아연구원(www.knsi.org) 홈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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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정부 4년간의 경제성장률은 4.5%다. 지난 10년간 미국과 유럽의 경제성장률이 각각 3.1%와 2.1%였던 것에 비하면, 수치 자체로는 크게 나쁘다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살기가 더 어려워졌다고 얘기하는 국민들은 늘어만 가고 있다.
한쪽에서는 "부자를 존경하지 않아 경제활동을 펼 의욕이 없다" "기업하기가 불편해 투자를 하지 않는다" "분배에 치중하기 때문에 성장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 들려온다. 이들은 참여정부의 '좌파'정책으로 인해 한국경제의 장기적인 성장잠재력이 크게 훼손되었고 그 결과 중남미형 경제로 추락할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한다.
다른 한쪽에서는 외환위기 이후 가속화된 '신자유주의' 정책을 문제삼는다. 우리 경에는 적합하지 않은 영·미식 경제시스템을 무분별하게 도입한 결과, 외국자본의 지배력 확대·금융기관의 보수적 운영·국부 유출·기업집단의 내부거래 규제에 따른 투자위축과 같은 폐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투자부진과 저성장, 정말 문제인가
@BRI@주장의 진정성이나 논리의 일관성이라는 측면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들 논의에는 현재 한국문제가 안고있는 가장 큰 문제점을 '투자부진'과 '저성장'으로 이해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투자부진의 원인을 놓고는 각각 '반기업정서'와 '신자유주의적 개혁에 따른 정부-금융-재벌간 위험분담 시스템의 와해' 등 그 입장이 엇갈리지만, 투자부진이야말로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질곡이라는 현실인식만큼은 정확히 일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점을 기업지배구조 개혁 및 기업금융의 붕괴에 따른 '외국자본의 경영권 위협'과 '투자부진'에서 찾는 현상진단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경영권 위협에 대한 엄밀한 논증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기업들의 투자가 줄어드는 이유를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비하기 위한 수익금의 유보에서 찾는 것은 사실관계에도 부합되지 않는다.
적대적 인수합병의 위협이 크다고 얘기되는 대기업의 경우에는 오히려 투자가 늘었으며, 최근의 투자부진은 주로 중소기업과 관련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투자가 부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원인은 산업연관 약화나 세계화에 따른 기업환경 변화 등에서 찾아야 한다.
삼성전자·현대차·LG전자... 글로벌한 세계경영 그룹들
필자는 외환위기 이후 과거와는 상이한 재생산원리에 기반한 새로운 축적체제가 형성 중에 있으며, 어느 정도 안착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축적체제를 이끌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LG전자 등 세계시장에서 선진국의 기업들을 위협하기 시작한 '글로벌' 기업들이다. 물론 외환위기 직전에도 국내의 재벌기업들은 미국이나 영국의 직접투자를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세계경영'을 통해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일부 대기업들은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수익성과 생산성을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대내외 요인에 따라 부침을 겪기는 하겠지만, 세계경제의 명실상부한 '도전자'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국민경제에서 기업소득이 차지하는 비율 또한 1980년대의 7.8%나 1990~96년의 6.5%에 비해 2000년 이후 20%로 크게 늘어났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싶다. 최근 국세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일반 기업의 부채비율은 평균 153%로 미국의 258%보다 105% 포인트나 낮았으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평균 13.9%로 미국의 5.8%보다 2.4배나 높았다. 자산이익률(ROA)도 국내 기업은 5.5%로 미국의 1.6%보다 3.4배 높았다.
초일류기업은 한국사회에 도움이 될까
그러나 안정적 기반을 갖는 새로운 축적체제가 출현하고 있다는 현실인식과 이러한 현실이 바람직하다는 가치판단은 구별되어야 한다.
새로운 축적체제를 주도하고 있는 '초일류기업'들은 세계화와 지식정보화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지식정보화 및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가공 및 조립의 공정을 분해해 최적지에서 생산·조립하는 것이 가능하게 됨으로써 생산기지의 해외이전이 가속화된다. 그리고 제조업과 서비스업간의 융합이 진전되면서, 연구개발·설계·제품조달·제조·판매·지원 및 사후수리라는 전체 사업공정 중 부가가치가 높은 연구개발 및 설계 그리고 서비스에 자원을 집중하고 나머지 부분은 해외로 아웃소싱하는 것이 가능하게 되었다.
이제 한국의 대기업들도 신규사업 계획단계부터 매출은 물론 원료와 부품의 조달 또한 해외에서 획득할 것을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을 하고 있으며, 국내시장은 글로벌 시장 중 일부로만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이들 기업은 국민경제 내의 여타 부문과 맺고 있던 상호의존관계를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군살'을 뺌으로써 높은 효율성과 경쟁력을 획득하고, 과거에 누리지 못했던 높은 수익기반과 축적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업연관효과가 과거와 같은 수준으로 지속될 수는 없다.
참여정부의 기본입장도 이 흐름과 같은 선상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통신 등 소프트웨어 산업을 국민경제의 주력산업으로 상정하고, 기업의 효율성이 극대화되는 경제를 지향하는 가운데, 세계적 경쟁력이 있는 글로벌기업과 미래산업의 젖줄이 될 신생 벤처기업이 서로 공존하면서 경쟁하는 활력 있는 경제를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 노동시장의 유연화, FTA 등을 밀어붙이는 최근의 움직임도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한국도 기업·정부·공공기관·개인 등 모든 경제주체가 수익성 및 실적에 의해 평가되며, 효율성과 경쟁력이 최고의 가치인 '시장사회'로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상위 20% 소득 〉하위 20% 소득의 7배
이러한 과정에서는, 자본도 개인도 생존을 건 필사의 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가운데 소수의 승자와 다수의 패자로 양극화된 사회가 출현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인적자본과 금전적 자본을 갖춘 소수의 개인들(월스트리트형 전문가 집단)은 정보화와 세계화의 흐름에 능동적으로 적응을 해가면서 높은 부가가치를 획득하는 반면, 자본이 결여되어 있으며 교육의 기회 또한 박탈당한 사람들(월마트형 단순노동자 집단)에게는 단순노동 일자리만이 제공될 뿐이다.
최근 통계청의 발표에 따르면 소득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배율'은 지난해 7.64를 기록했다. 이는 소득 상위 20%의 평균소득이 하위 20%보다 7배 이상 많다는 의미로, 2003년 통계작성 이후 가장 큰 격차다.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지니계수 역시 0.351을 기록, 통계작성 이후 가장 높았다. 한편, 국세청에 따르면 2005년 억대연봉자는 5만 3037명으로, 2003년 3만1000명에 비해 무려 2만명 이상 늘어났다.
이와 관련해 매출액 기준으로 세계 최대의 기업인 월마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할인양판사업에 주력하는 소매유통기업인 월마트는 '소비자 주권'의 이념을 극단적인 비용절감을 통해 구현하는 새로운 경영모델을 사회 전반에 확산시킨 미국의 상징적인 대표기업이다.
기업은 점점 배부르고 노동자는 점점 배고프다
월마트의 경영방식에 대한 평가는 극단으로 갈린다.
물건값을 획기적으로 낮춤으로써 소비자들의 생활수준을 크게 개선시킨 '새로운 시대정신의 구현자'라는 찬사가 한쪽에 있다. 영국의 보수적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월마트가 자본주의의 원동력인 경쟁을 주도한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뼈를 깎는 비용절감에 기초해 끊임없이 시장을 확대하는 월마트의 공격 경영은 유통업계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고, 결국 그 열매는 가격인하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노동자와 납품업자에게 돌아갈 몫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공정한 경쟁 질서를 깨뜨려 결국 지역 공동체를 붕괴시키는 '약탈자'라는 평가도 있다.
미국의 진보적 시사주간지 <네이션>은 월마트가 중산층을 붕괴시키고 노동자의 빈곤을 영속화시킨다는 점에 주목한다. 세계화와 유연한 노동시장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저임금·저비용 방식으로 낮은 가격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전통적인 중산층인 노동자와 자영업자들이 몰락하고, 소득이 크게 준 이들은 신분 상승의 주요 통로인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기회를 가지지 못한 채 월마트와 같은 저가형 유통업체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구매력이 크게 감소한 다수의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단지 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노동억압적인 기업을 더 필요로 하게 되고, 이에 따라 노동자들의 경제사회적 위상은 더 추락하는 가운데 기업만이 살찌는 악순환 구조야말로 최근 미국 경제에서 확산되고 있는 '월마트 모델(Wal-Martization)'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월마트 모델은 노동자에게 높은 임금을 제공해 이들이 자동차의 새로운 수요 주체가 되도록 함으로써 노동자와 기업이 상생하는 선순환 구조 속에서 전후 미국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포드 모델(Fordism)'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현재 미국 사회에는 월마트 모델의 '나쁜 균형'이 포드 모델의 '좋은 균형'을 대체하는 강력한 힘이 작동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새로운 축적체제는 미국의 '월마트 모델'과 유사한 모습을 띨 가능성이 대단히 높으며, 최근 우리 사회에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는 바로 이러한 변화의 직접적인 징후인 것이다.
실제로 최근 들어 과거에 비해 개인소득증가율이 기업소득증가율에 비해 크게 뒤지고 있으며, 노동소득분배율 또한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양극화 논쟁과 관련해서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기업의 성장과 개인의 소득은 불일치할 수 있으며, 경제가 성장한다고 해서 양극화 문제가 자동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겨냥한 '정책경쟁'
우리 사회와 경제의 양극화는 개혁이 실패해서 발생한 현상이라기보다는 개혁이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둔 결과 심화되고 있는 현상이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세계화와 기술진보로 국민경제 내의 연관관계가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진행되는 성장 일변도의 실험은 양극화만을 부추기게 된다. 그것은 사회적 다수로부터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박탈함으로써 그간의 성장잠재력마저 갉아먹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활동의 자유만을 극단적으로 존중하는 상황에서 빚어진 양극화가 공동체와 민주주의에 대한 얼마나 심각한 위협이 되는가는 한 마이클 무어 감독의 <로저와 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편에서는 높은 생산성과 경쟁력이 발휘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 과정으로부터 배제된 다수가 존재하는 '분열사회'는 결코 건강하고 창조적인 경쟁사회가 아니다. 또한 자식을 낳고 교육시키는 것이 점점 곤란해지고 미래의 희망을 가질 수 없는 사회적 약자가 계속 늘어나는 '희망격차사회', 개인에게 과도한 위험이 전가되는 '리스크사회'는 도덕적으로도 올바르지 않을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미래의 불안이 사회적 약자층에 집중되는 과정에서 약자가 오히려 보수화하고 리스크를 회피하는 경향이 강화되는 상황에서는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능동적이고 진취적인 도전도 사실상 불가능하며 배타적 민족주의가 기승을 부릴 가능성도 높다. 또한 새로운 경제시스템의 안착을 추구하는 정책당국의 희망처럼 혁신지향형 중소기업이 활발하게 등장하기 위해서는 안심하고 도전할 수 있는 사회적인 기반이 필요하다.
새 시대에도 '자유'-'진보' 노선 싸움은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성장'의 구체적 대안과 방법론을 놓고 '자유주의' 노선과 '진보주의' 노선간의 정책경쟁이 보다 치열하게 전개될 필요가 있다.
자유주의 노선이 세계화 및 시장화의 대세에 대한 능동적인 대응을 강조하고 경제주체들의 개방과 공정경쟁을 통한 생산성 향상 및 경쟁력 제고의 필요성을 역설한다면, 진보주의 노선은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되도록 경쟁력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라는 문제의식보다는 세계화·탈산업화·고령화·저성장이라는 변화된 조건 속에서 시장과 금융의 폭력으로부터 생활세계의 가치들을 효과적으로 방어할 연대와 규율의 장치들을 고민한다.
이들 두 노선은 각각 상이한 계층의 입장을 대변하며 제시하는 비전도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가령 전자의 경우 농산물시장 개방이나 자유무역협정 그리고 노동시장의 유연화에 대해 적극적인 반면, 후자는 성장주의에 대해 보다 적대적인 가운데 시민사회와 공동체의 역할에 보다 적극적이다.
그러나 두 노선은 적지 않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동반성장'의 필요성 및 사회안전망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 시장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균형감각, 정치개혁 및 사회적 타협의 경제적 역할에 대한 주목이라는 점에서는 입장을 공유하고 있다. 이처럼 공유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정책공조를 통해 이러한 원칙이 우리 사회에 확실하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시민을 키우고 '개발성장'을 버려라
첫째, 숙련된 노동력과 두터운 중산층을 적극적인 내수기반으로 활용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시민은 비용절감의 대상이 아니라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유효수요이자 헌신적 생산성의 원천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 차원에서 노동자들에 대한 직업훈련 투자가 필요할 뿐 아니라 지역·산업 차원에서의 평생교육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유한킴벌리의 뉴패러다임을 사회적 차원에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둘째, '개발을 통한 성장'이라는 낡은 패러다임을 과감히 버리고 탈산업화된 지식정보화 사회에 조응하는 새로운 고용기회의 창출에 지혜를 모아야 한다. 특히 도소매 숙박업 음식업 등의 비율을 줄이고, 대신 보육·간병·노인요양·사회교육·정보센터 등 사회서비스 부문의 고용을 늘리는 방향으로 산업구조 전환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사회서비스 부문의 고용비중(12.6%)이 북유럽(33%) 등 선진국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 부문은 전통적 산업의 유휴인력을 효과적으로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건강한 공동체의 토대가 됨으로써 양극화에 대한 유효한 보호막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새로운 공공정책을 뿌리내리는 데 우리 사회의 지혜가 집중되어야 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감세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하지만 미국과 같은 대대적인 감세혁명이 당장 진행될 것 같지는 않다.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나 사회적 안전망의 확충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공감대가 있고, 경기활성화·양극화 해소·성장동력 확보 등 제시되는 목표들 간의 충돌가능성도 있어 아직까지는 논리적 완결성이나 설득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정부가 국민을 대신해서 국민의 돈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신뢰를 얻지 못하는 한 감세논쟁은 되풀이될 수밖에 없다. 감세혁명론의 배후에는 시장원리와는 다른 방식으로 움직이는 공공부문에 대한 대중들의 뿌리깊은 불신이 자리잡고 있다.
중산층과 서민이 감세혁명론의 위험한 도박에 표를 던지는 이율배반적인 현실을 막기 위해서라도 공공부문 그리고 비영리단체들의 서비스를 어떻게 개선시킬 수 있는가에 우리 사회의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민간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새로운 형태의 '투자의 사회화' 및 공공정책을 통해, 세계화로 인해 삶의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의 산업과 고용을 유지하고 사람들의 생활을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
사회책임투자펀드·소액창업금융을 대안으로
넷째, 시장원리의 관철 및 개인의 창의가 제대로 발휘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초과점체제를 강화하고 있는 글로벌기업에 대한 적절한 규제와 사회적 안전망의 정비가 필수적이며, 금전적·인적·사회적 자본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계층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사회책임투자펀드와 소액창업금융과 같은 대안적 금융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사회책임투자 펀드가 전국 차원에서 민간기업들로 하여금 사회적 책임을 자각하고 공적인 역할을 담당할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한다면, 지역 커뮤티니 금융기관들은 지역의 중소기업 그리고 육아·교육·의료·환경·간병·개호 등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단체 및 사회적 기업들에 다양한 금융지원과 경영지원을 제공할 수 있다. 한편 소액금융단체는 맞춤형·밀착형 창업지원 서비스 제공을 통해 저소득층의 시장참여와 경제적 자립을 독려함으로써 건강한 지역커뮤니티의 유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관찰되고 있는 자산가격 거품이나 금융 불안정성은 케인즈주의 총수요관리정책을 사실상 폐기하고 재정정책을 최소화한, 거시경제 정책레짐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부분이 크다.
균형재정의 제약조건으로 인해 경기안정화 기능은 통화정책에 집중된 결과, 통화정책은 경기에 필요 이상으로 과민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으며 이것이 자산가격의 거품이나 금융 불안정성을 심화시켰던 것이다. 규제완화와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시장의 힘이 확대됨에 따라 거시경제정책이 본연의 역할을 포기할 경우 경제의 불안정성과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해, 재정의 자동안정화장치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자동안정화장치란 경기변동에 대응해 정부가 별도의 조처를 취하지 않더라도 총수요가 자동적으로 조정되도록 하는 장치들을 지칭하는데, 누진적 조세제도와 사회보장지출이 여기에 포함된다.
경기가 침체해 사람들의 소득이 줄어들면, 세금이 자동적으로 줄어들고 대신 실업급여 등 사회보장지출이 늘어나 경기회복의 불씨가 제공된다. 경쟁압력을 보다 강화하고 경제주체들로 하여금 리스크에 과감히 맞서도록 하기 위해서도 잘 정비된 사회안전망의 존재는 필수적이다. 공공사회지출의 확대는 소득분배의 개선은 물론 여기에 더해 재정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함으로써 한국경제가 경쟁력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예상이 된다.
덧붙이는 글 | 코리아연구원(www.knsi.org)은 연구자, 정책전문가, NGO 활동가 등을 기반으로 한 '네트워크형 민간 싱크탱크'로 외교안보 및 양극화 관련 정책대안 및 국가전략 제시를 목적으로 연구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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