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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철(만 3세·가명)군은 지난해 8월 집 신발장 문에 발을 찧어 우측 3, 4번 발가락 끝부분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최군은 사고당일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수술을 했지만 현재 3번 발가락의 발톱이 자라지 않고 있다.
최동철(만 3세·가명)군은 지난해 8월 집 신발장 문에 발을 찧어 우측 3, 4번 발가락 끝부분이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최군은 사고당일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수술을 했지만 현재 3번 발가락의 발톱이 자라지 않고 있다. ⓒ 서울 모 대학병원
"최동철(만 3세·가명)군은 집 신발장 문이 갑자기 떨어지면서 발등을 다친 뒤, 짜증이 늘고 소심해져 자발성이 감소되고, 밤에는 자꾸 깨어 소리치고 울고, 양말 벗는 것을 꺼려 하고, 보행에 이상현상을 보이는 등의 정서 및 행동변화가 나타났다.

이에 놀이관찰 및 심리검사, 스트레스 검사를 시행했고, 그 결과 불안증상이 뚜렷하고 불안한 정서 때문에 집중력이 감소됐음을 볼 수 있었다. 최 군은 약물치료 및 놀이치료가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서울 종로 임계원신경정신과(원장 임계원)의 진단서 내용이다. '임상적 추정' 결과 최군의 병명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이 병은 신체 위협적인 상황을 겪은 뒤 과민반응, 충격의 재경험 등의 증세가 1개월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정신적 장애다.

발가락 '거의 절단'...나사 조금만 풀어져도 떨어지는 14kg 문짝

@BRI@최군은 지난해 8월 27일 오후 3시경, 세들어 살던 서울 서대문 남가좌동 삼성래미안 2차 아파트 10*동에서 신발장 문에 발을 찍혀 우측 3, 4번 발가락 끝부분 일부가 잘리는 사고를 당했다.

최군이 진료 및 수술을 받았던 서울시내 모 대학병원 의무기록에는 발가락 상태에 대해 '거의 절단'(nearly amputation)되고, '완전 절단(complete amputation) 가능성'이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전치 6주의 '절단 압궤상'(흉부외상)이었다. 최군은 사고 당일 이식술, 9월엔 절제술 등 전신마취가 필요한 수술을 잇달아 받아야 했다.

어쩌다 그랬을까. 최군 부모 설명에 따르면, 당시 외출 준비를 하던 최군은 자신의 신발을 직접 꺼내기 위해 신발장 문(여닫이)을 열려고 했다. 이때 길이 2m, 무게 14kg의 신발장 문이 최군의 발을 덮쳤다. 몸무게 16kg인 아이 힘에 의해 경첩 4개로 고정돼 있던 문이 '어이없이' 떨어져 나간 것이다.

최군 아버지와 떨어진 신발장 문 경첩. 빨간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나사가 조여지는 곳이다. 경첩 한 쪽이 열린 구조로 돼 있어 나사가 풀릴 경우 자칫 문이 떨어질 수 있다.
최군 아버지와 떨어진 신발장 문 경첩. 빨간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나사가 조여지는 곳이다. 경첩 한 쪽이 열린 구조로 돼 있어 나사가 풀릴 경우 자칫 문이 떨어질 수 있다. ⓒ 안윤학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문의 무게를 버텨 주고 있는 것은 네 개의 나사. 기자는 네 개 나사를 조금씩 풀러 당겨봤다. 그러자 큰 힘을 주지 않았음에도 문짝은 쉽게 분리돼 떨어졌다. 문에 붙은 경첩 구조상 조여진 나사가 느슨해지면 가능한 일이었다(사진 참고).

최군이 살던 아파트는 2005년 10월 입주가 시작됐다. 사고시점에서 보면 지은 지 채 1년이 되지 않았을 때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최군 부모 측은 "겉으로만 멀쩡했지 문짝 내부는 위험하고도 허접한 볼트 조합으로 이미 사고를 예견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시공이 허술해 사고가 났다는 얘기다.

반면 삼성측은 "하자보수 기간에 신발장에 대한 보수 신청이 없었는데 세 개 이상의 경첩 나사가 한꺼번에 풀리며 문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납득할 수 없다"면서 "어떤 외부 힘이 작용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맞받아 쳤다. 사용자 측의 잘못인지, 부실시공인지 판단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신발장 제조업체인 보루네오측은 "나사가 풀어져 문이 덜렁대도 일부로 잡아 빼려 하거나 매달리거나 제한 각도(110도) 이상 열어젖히지 않는 이상 위험하진 않다"면서 "빈번한 사고가 아니고 안전 시험도 거쳤다, 제품 결함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 "이탈리아 수입 제품으로 래미안에만 들어가는 고급 제품"이라고 덧붙였다.

5살배기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밤마다 '전설의 고향'"

방 안에서도 양말을 신고 있는 최군. 그에게 잠시 양말을 벗어 줄 것을 부탁했지만, 양말을 벗기 무섭게 또다시 챙겨 신었다.
방 안에서도 양말을 신고 있는 최군. 그에게 잠시 양말을 벗어 줄 것을 부탁했지만, 양말을 벗기 무섭게 또다시 챙겨 신었다. ⓒ 안윤학
"(예전엔) 잘 뛰었어. 이제 잘 못 뛰어. 힘들어서… 오래 못 걸어."

"다 낫지 않았냐"는 기자 질문에 대한 최군의 대답이었다. 사고 발생 6개월째. 자라지 않는 3번 발톱을 제외하고 외관상으론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그러나 정신적 충격의 후유증은 여전해 보였다.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란

신체적인 손상 및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에 직면한 후 나타나는 정신적인 장애가 1개월 이상 지속되는 질병을 말한다.

급성의 경우 비교적 예후(주: 병의 경과 및 결말을 미리 아는 것)가 좋지만, 만성의 경우 후유증이 심해 환자의 30% 정도만 회복되고, 40% 정도는 가벼운 증세, 나머지는 중등도의 증세와 함께 사회적 복귀가 어려운 상태가 된다.

증세는 크게 과민반응, 충격의 재경험, 감정회피 또는 마비로 나눌 수 있다. 어린이의 경우에는 경험 자체에 대한 악몽을 꾸는 경향이 있고, 위통·두통·학교공포, 외부인 공포로 나타날 수 있다. / 네이버사전
최군 부모는 최군이 사람들 앞에서 양말을 벗으려 하지 않는 등 심리적인 상처가 남았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했다. 기자가 최군에게 잠시 양말을 벗어 줄 것을 부탁했지만 최군은 양말을 벗기 무섭게 또다시 챙겨 신었다.

최군은 밤마다 경기를 일으켰다고 한다. 소심해지는 등 성격 변화도 눈에 띄었다. 뇌파검사 결과 '경기뇌파'가 감지됐고, 정신과 진단 결과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였다. 최군은 지난해 11월부터 현재까지 매주 두 차례씩 상담·약물·놀이치료 등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밤만 되면 '전설의 고향'이 됐다. 사고 당시를 떠올리는 듯 소리를 지르고 바지에 오줌을 쌌다. '엄마, 문 또 떨어졌어'라고 물을 땐 당황스럽다. 약물치료 뒤 상태가 호전되긴 했으나 한밤중에 깨 소란을 피우는 건 여전하다. 예전과 달리 아동용 미끄럼틀에도 올라가지 못하는 등 소심해졌다" - 최군 어머니

최군의 정신과 치료를 담당하고 있는 임계원 원장은 최군의 상태에 대해 "어린 나이에 충격이 컸을 것"이라면서 "뭔가 위기가 온다고 느끼는 듯 또래 아이들에 비해 집중력이 떨어진다"고 진단했다. 또 "차후에 학습능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1년의 치료기간이 더 필요하다"고 예상했다.

발가락이 사고 전의 모습으로 복원될 수 없다는 것도 최군 부모에겐 상처다. 최군은 3번 발가락 끝 뼈가 소실돼 발톱이 나지 않게 됐다. 성형 수술을 해도 전과 같은 모습을 되찾을 수 없다. 발끝을 벌린 채 '팔(八)'자로 걷는 것도 전에 없던 모습이다. 보행 장애가 우려되며 완치는 불가능하다는 게 병원 측 소견이다.

"차후 치료비, 후유증 보상하라" 대 "사고 원인 규명 어렵다"

길이 2m 가량의 문과 키 1m 안팎의 최군.
길이 2m 가량의 문과 키 1m 안팎의 최군. ⓒ 안윤학
삼성물산(주) 건설부문 주택사업본부 서울CS사무소 측은 지난해 '치료 지원금' 1200만원(병원비 600만원, 간접비 600만원)을 제시했다. 삼성 측 입장에 따르면, '보상금'이 아니라 '지원금'인 이유는 신발장 문이 왜 떨어졌는지 원인 규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객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치료비를 지원한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이 제안에 최군 부모측은 '추후 발생하는 치료나 후유장애에 대한 보상' 조항을 합의서에 넣어 줄 것을 요구했다. 삼성 측은 이를 거부했고, 양측은 현재까지도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다.

삼성 측은 지난해 12월 "사고 원인이 당사 책임은 아니지만 도의적인 부분과 사회적인 통념 내에서 원만한 협의를 하고자 한다"면서 협조를 요청했지만 최군 부모 측은 "아이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 요구는 당연한 일"이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결국 최군 부모는 삼성 측을 상대로 형사고발을 했다.

최군 아버지는 "평소 문짝이 이상 징후를 보였다면 당연히 하자보수를 신청했을 것"이라면서 "아이 키우는 부모 중 어느 누가 그걸 방치하겠냐"고 되물었다. 어머니는 협상이 잘 되지 않는 점에 대해 "사고자 가족 진 빼기"라고 울분을 토해냈다.

이에 삼성 측은 "지원금을 제안했다, '소송할 테면 해봐라' 식으로 나 몰라라 하지 않았다"며 "진 빼기는 아니다"고 해명했다. 또 "부실공사를 했으면 당연히 책임을 지겠으나 원인 규명이 어렵다"면서 "때문에 지원금 액수 결정에도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군 부모 측은 삼성 측이 "사고 발생 후 지금까지 사고 원인 규명을 하기 위한 현장조사 한 번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면서 "사건을 적당히 얼버무리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병무청에 따르면 발가락이 '근위지절'(주: 발목에서 가장 가까운 부위까지 잘린 경우)된 경우 5급 군면제를 받고 '원위지절'(주: 발가락 끝 마디가 잘린 경우)의 경우엔 4급 보충역 판정을 받는다. 최군이 성인이 돼 군대 갈 때, 현역을 갈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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