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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구스> 1권
<앙구스> 1권 ⓒ 웅진지식하우스
'바이킹'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무엇이 떠오를까. 뿔 달린 투구를 쓴 코믹한 캐릭터의 해적이 생각날수도 있고, 놀이공원의 '바이킹'이 떠오를수도 있겠다. 아니면 TV 프로그램 '슈퍼 바이킹'이 연상될지도 모른다.

이 세가지 이미지는 모두 오래 전에 북유럽의 바다를 주름잡았던 바이킹으로부터 기원한다. 바이킹이란 단어를 들으면 연상되는 모습은 여러가지이지만, 실제로 바이킹이 유럽의 역사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바이킹은 과연 어떤 부족을 가리키는 말일까?

바이킹이란 말은 8세기에서 11세기에 걸쳐서 유럽에 침입한 북방 노르만 족을 총칭하는 의미로 사용된다. 보통 8~11세기의 유럽을 '바이킹의 시대'라고 부른다. 한랭하고 건조한 지역에 살던 바이킹들이 뛰어난 항해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자원과 토지를 찾아서 대거 남하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엄청난 전투가 벌어졌다. 초기의 바이킹은 해안마을을 습격해서 재물을 약탈하고 달아나는 경향이 강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바이킹은 조직적인 군사작전을 전개하면서 영국 지방에 커다란 피해를 주었다.

바이킹이 영국에 상륙한 것은 8세기 말이었다. 그리고 9세기에는 영국 동쪽 해안지대를 지배하기도 했다. 바이킹의 시대에는 이처럼 바이킹이 영국을 포함한 유럽의 전역으로 진출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토착세력과 동화하고, 기독교로 개종하는 경우도 많았다. 8~11세기는 바이킹들의 '대항해 시대'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바이킹하면 '해적'의 이미지가 강하다. 이것은 아마도 초기 바이킹들이 뛰어난 항해술을 바탕으로 습격, 약탈, 도주의 과정을 주로 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바이킹을 바라보는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 바이킹의 대이동으로 새로운 탐험의 시대가 열리고 교역이 활발해졌으며 그만큼 민족이동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바이킹의 이동을 유럽의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 중요한 운동으로 보고 있다.

역사와 신화, 판타지가 적절히 버무려진 <앙구스>

브라질의 작가 오를란도 파에스 필료의 <앙구스>는 이런 바이킹의 전사를 주인공으로 한 역사소설이다. 정통 역사소설이라기보다는 역사와 신화, 판타지가 뒤섞인 소설이다. 그리고 전사를 주인공으로 하기 때문에 작품의 주요 공간은 전쟁터이고 시대 또한 전쟁을 눈앞에 둔 긴박한 상황을 배경으로 한다.

<앙구스>의 프롤로그는 여러 명의 현인들이 모여서 하나의 검을 만드는 장면이다. 이 현인들은 드루이드 족의 지도자와 기독교 수도사가 섞여있다. 이들은 뛰어난 제련술로 철을 녹이고 그 안에 예수의 몸에 박혔던 쇠못 하나를 넣는다. 이렇게 만든 성스러운 검에 '가오스 세리드윈'이라는 이름을 붙인다. 그리고 검이 달빛에 반사되도록 높이 들어올린다. 세상에 창궐할 악을 물리칠 힘, 타락과 싸워 이길 정의를 보여주듯이.

마치 판타지 롤플레잉 게임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듯한 모습이다. 그리고 이 검은 <앙구스> 시리즈의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차례차례 전해진다. 안개 자욱한 북유럽의 숲과 벌판 그속으로 밀려오는 바이킹의 전사들, 성검을 들고 맞서 싸우는 전사. 판타지 롤플레잉 게임의 무대와 주인공으로 꽤나 적절한 설정 아닐까. 실제로 브라질에서 25주 연속 베스트 셀러가 되었던 이 <앙구스> 시리즈는 영화와 게임으로도 만들어진다고 한다.

<앙구스> 1권의 배경은 바이킹이 남하를 시작한 서기 847년의 스코틀랜드다. 스코틀랜드 북부 '카이트'라는 해안마을에 어느날 바이킹이 상륙한다. 처음에는 마을주민들과 갈등을 겪지만, 바이킹의 지도자 '시울프'는 특유의 친화력과 지도력으로 바이킹 전사들과 마을 주민들의 융화를 이루어낸다. 그리고 마을의 여자와 시울프 사이에서 아들이 태어난다. '앙구스'라는 이름을 가진 이 아들이 바로 <앙구스> 1권의 주인공이다.

앙구스는 16세가 되던 해에 아버지 시울프를 따라서 바이킹의 원정대에 참가한다. 하지만 앙구스는 원정대 내부의 음모와 모략, 추악한 인간들의 모습에 회의를 느낀다. 한술 더 떠서 뛰어난 문화를 가진 마을과 도시를 무차별적으로 파괴하고 약탈하는 원정대의 폭력에 환멸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앙구스 부대는 세력다툼에 패해서 뿔뿔이 흩어지고, 홀로남은 앙구스는 죽음을 앞에 두고 숲을 헤매다가 기독교 수도원에 의해 구원받는다. 그 수도원에서 앙구스는 기독교로 개종하고 선을 위해서 싸우는 진정한 전사로 거듭나게 된다. <앙구스> 1권은 이로부터 시작되는 앙구스의 파란만장한 모험과 전쟁의 이야기다.

앙구스라는 인물은 허구의 인물이지만, 작품에 등장하는 큰 전투는 모두 실제로 있었던 전투다. 그리고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도 모두 실존했던 인물들이다. 수도원에서 앙구스에게 가르침을 주는 수도사, 바이킹 족을 격퇴한 웨식스 왕국의 앨프래드 왕 그리고 앙구스에게 패하고 기독교로 개종하는 바이킹의 수장 구드룸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앙구스>의 작가는 유럽 역사 속의 큰 사건과 전투를 작품의 배경으로 묘사한다. 그리고 그 안에 실존인물과 함께 앙구스라는 허구의 인물을 섞어서 흥미로운 팩션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앙구스는 바이킹 족의 전사이지만 바이킹 족을 위해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프롤로그에서 예수의 몸에 박힌 못을 넣어서 만든 성검은 <앙구스> 시리즈를 관통하는 상징과도 같다. <앙구스>의 주인공들은 이 성검을 들고 악을 물리치는 전사로 성장하고 거듭나는 것이다.

악을 물리치는 전사로 성장하는 주인공들

'앙구스 1세'의 이야기는 1권에서 끝난다. 하지만 '앙구스 가문'의 이야기는 2권으로 이어진다. 2권의 주인공 이름도 역시 앙구스, 그는 앙구스 1세의 직계 자손이다. 2권의 무대는 1차 십자군 전쟁이다. 앙구스 2세는 머나먼 터키와 안티오크를 넘나들면서 기독교 전사로 성장해간다. 그리고 2권에 등장하는 앙구스 가문의 한 전사도 역시 자신의 선조처럼 고민하고 갈등한다. 그 고민의 주변에는 항상 기독교 군사들 사이의 시기와 질투, 음모가 도사리고 있다.

"우리는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지, 기독교도가 아닌 사람들 전부와 싸우겠다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기독교도를 노예로 만들고 살해한 자들과 전쟁을 하겠다는 것이지, 우리와 종교가 다른 사람들과 싸우겠다는 것은 아니다."

<앙구스>를 읽다보면 격렬하게 돌아가는 전장의 모습, 고요하고 평온한 초원과 사막의 막사가 떠오른다. 동시에 안개 낀 북유럽의 해안, 거인들의 휴식처 같은 스톤 헨지가 늘어서있는 솔즈베리 평원도 함께.

작가는 이 <앙구스> 시리즈를 위해서 유명한 역사가, 디자이너, 삽화가들과 함께 오랬동안 작업해왔다고 한다. 그런 꼼꼼한 고증을 거쳐서인지 <앙구스>가 묘사하는 장면은 섬세하고 사실적이다. 치열한 공성전을 벌이는 전장의 모습, 뿔로 만든 잔에 술을 담아서 흥겹게 마시는 연회의 모습까지.

작가는 이 <앙구스> 시리즈를 2009년에 7권으로 완간할 예정이다.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20개 국가에 판권이 팔린 상태라고 한다.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8세기부터 20세기까지를 아우른다. 그 안의 전쟁에서 성검을 들고 활약하는 앙구스 가문의 전사들. 사실과 허구를 뒤섞어서 역사적인 전쟁을 묘사한 작품이기에 그 자체로 흥미롭다.

그리고 강철같은 의지와 육체를 가진 전사가 그 속에서 활약하며 성장하는 모습, 그러면서도 갈등하는 내면을 바라보는 것 또한 흥미를 더해준다. <앙구스>의 세계는 전쟁 속으로 들어간 전사, 때로는 흔들리며 고뇌하는 전사가 바라본 전쟁의 모습이다.

덧붙이는 글 | <앙구스> 1권 '위대한 신화의 출현',  오를란두 파에스 필료 지음 / 송필환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앙구스> 2권 '타오르는 붉은 십자가',  오를란두 파에스 필료 지음 / 권도희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펴냄.


앙구스 1 - 위대한 신화의 출현

오를란두 파에스 필료 지음, 송필환 옮김, 웅진지식하우스(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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